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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방대법원 "파업 손실, 노조에 손배소 가능"
한국경제 | 2023-06-02 18:23:58
[ 이현일 기자 ] 미국에서 노동조합이 기업 재산을 보호하려는 조치 없이 파업
해 손실이 발생한 경우, 기업이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할 수 있
다는 연방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금까지는 노조의 쟁의 행위는 1935년 제정된 전국노동관계법(NLRA)의 광범위
한 보호를 받아 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웠는데 이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더불어
민주당이 ‘노란봉투법’이란 이름으로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
구 소송에서 기업의 입증 책임을 강화하는 사실상의 ‘파업조장법’
입법을 추진해 논란이 벌어진 한국과 대조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미 연방대법원은 1일(현지시간) 레미콘 업체 글레이셔노스웨스트가 노조인 &ls
quo;국제 트럭 운전자 연대’에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연방대법원은 이 소송을 각하한 워싱턴주 대법원의 처분
이 위법하다고 보고, 소송을 받아들이라는 취지로 되돌려보냈다. 연방대법관 여
덟 명이 의견을 같이했고, 한 명만 반대했다.


글레이셔노스웨스트 소속 레미콘 운전사들은 2017년 단체협약 협상이 결렬되자
콘크리트로 가득 찬 트럭을 두고 파업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파업에 불참한
직원과 관리자를 동원해 긴급히 차량에 실린 콘크리트를 제거했다. 그러나 대량
의 콘크리트를 못 쓰게 됐을 뿐만 아니라 계약을 이행하지 못해 10만달러(약 1
억31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회사 측은 노조가 의도적으로 손실을 입혔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워싱턴주 대법원은 콘크리트 손실은 파업에 따
른 부수적 피해에 불과해 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NLRA가 보호하는 쟁의행위 관련 분쟁은 연방노동관계위원회의 조정 대상일 뿐
이란 취지다.


반면 연방대법원은 “노조가 레미콘이 실린 트럭을 방치해 트럭이 손상될
수 있는 위험을 초래했다”며 “이는 NLRA의 보호 범위를 뛰어넘는
행위”라며 워싱턴주 대법원 결정을 뒤집었다.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이 작성한 다수 의견에는 ‘노조가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합리적인 예방 조
치를 하기보다는 회사 재산을 위험에 빠트리기 위한 적극적인 행위를 했다&rsq
uo;는 내용이 담겼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로 미국에선 노조의 불법행위 등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샬럿 가든 미네소타대 법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
터뷰에서 “노조가 기습 파업을 하는 대신 사전에 통고하는 등 덜 위협적
인 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공동 불법행위를 한 가해자들이 연대 배상책임을 지도록 한 일반법과
달리 기업 측이 개개인의 행위를 입증하게 한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
안이 통과되면 불법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수 근로자가 가
담한 가운데 이뤄진 불법 파업에서 개별 근로자가 각각 어떤 행위를 했는지 기
업이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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