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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0억 쓴 감염병 바이러스 연구 '부처 칸막이' 막혀 무용지물"
한국경제 | 2016-02-21 20:04:00
[ 박근태 기자 ] 지난해 5월 낙타에서 유래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국
내에서 발생하면서 한국은 두 번째로 많은 환자가 발병한 나라라는 오명을 뒤집
어썼다. 최근에는 이집트숲모기가 전파하는 지카 바이러스가 중남미를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치명적인 인수공통감염병을 차
단하기 위해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김범태 한국화
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인수공
통감염병 다부처 공동기획 공청회’에서 “메르스, 지카 바이러스 등
신종 전염병이 급증하고 있지만, 국내 연구와 환경은 여전히 미흡하다”
고 지적했다.

◆7100억원 쏟아붓고도 사후약방문

정부는 2009년 신종플루가 발생하자 이듬해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연구에 들어
갔다. 정부가 2010~2014년 인수공통감염병을 포함한 감염병 연구에 투자한 금액
은 7135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분류가 광범위하게 이뤄
지다 보니 막대한 예산 지원에도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 따르면 그동안 투자된 과제는 4000개가 넘는 반면
과제당 평균 연구비는 1억4000만원에 불과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인수
공통감염병에 대한 불분명한 분류체계를 명확히 하고 한정된 예산을 집중적으로
쓰지 않다 보니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처 간 장벽이 높아 각 부처 관계자들도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개진할 정도다.
국내에서는 야생조류 바이러스 연구는 환경부가, 닭과 오리 등 가축 바이러스
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들 가공육에서 발생한 바이러스 연구는 식품의약품안전
처가 나눠 맡고 있다. 전염과 변이가 빠른 감염병의 탐지·예방·
방역을 포괄할 밑그림은커녕 사후약방문식 대책만 내놓을 뿐이다. 송창선 건국
대 수의과대학장은 “살모넬라균만 해도 3개 부처가 맡고 있지만 부처 간
정보 공유가 잘 안 되고 있다”며 “인수공통감염병 분야만큼은 부
처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바이러스 열심히 수집하는 일본

시설은 있어도 정작 연구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생물안전 3등급 실험실(BSL-3) 시설이 전국적으로 39개나 갖춰져 있
다. 하지만 정작 지카 바이러스 같은 치명적인 질병이 해외에서 발생해 이를 가
져와 연구하려고 해도 감염을 우려해 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게 연구자들의 설명
이다.

반면 일본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중동 등지에서 감염병이 발병하면 후
생성이 해당국에 연구비를 대고 대학 연구자들이 방학을 이용해 직접 현지로 가
거나 검체를 받아와 연구를 진행한다. 일본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가 대
유행하기 한 해 전인 2013년 이미 연구를 시작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이
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일본은 국내에서 감염병이 발병하지 않아도 확
산 가능성이 크면 바이러스를 직접 가져와 분석하는 선제적 풍토가 마련됐다&r
dquo;며 “연구자들이 사실상 정보기관이 수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rdq
uo;고 평가했다.

◆모기 전파 바이러스 전문가 사각지대

보건전문가들은 5~10년 간격으로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전문가가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올초부터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카 바이러스의 경우 국내 전문가가 아직 한 명도 없다.

국내 생명공학 전체 전문가 5만4289명 중 인수공통감염병 전문연구인력은 3.8%
에 불과하다. 뎅기열과 지카 바이러스와 같은 플라비 바이러스처럼 지구온난화
영향을 많이 받는 바이러스는 기초연구의 사각지대나 다름없다는 게 전문가들
의 지적이다. 류왕식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는 “박쥐와 모기는 향후 가장
강력하고 심각한 바이러스 매개자로 떠올랐다”며 “기초 연구를 포
함한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인수공통감염병

동물과 인간 사이에 상호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 고병원성 조
류인플루엔자, 사스, 에볼라, 신종플루, 메르스, 지카 바이러스 등이 해당한다
. 사람과 관련된 질병은 120종에 이르며 30~40%가 국내에서 발병 가능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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