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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 닿은 안식의 땅…소박한 행복을 엿보다
한국경제 | 2016-03-27 17:10:06
중국 윈난성 북서부의 디칭장족자치구인 중뎬(中甸)은 제임스 힐턴의 소설 &ls
quo;잃어버린 지평선’이 완벽한 낙원으로 묘사한 곳, 샹그릴라다. 영어사
전은 ‘이상향’이라고 해석하고, 티베트어는 ‘내 마음의 해와
달’이라는 아름다운 의미를 담았다. 그 뜻을 마음 깊이 새겨 나지막이
되뇌면, 작가가 묘사한 대로 ‘살아서 발붙인 천국 땅’의 정취가 짐
작이 간다. 땅 위의 모든 것들에 평화가 깃든 듯, 특별할 게 없어도 계속 머물
고 싶어지는 안온의 땅, 샹그릴라로의 여정이다.

○순수하고 신성한 영혼들의 일상, 장족의 삶

소설 속 샹그릴라는 미지의 세계다. 모두가 불로불사하고 누구도 걱정이 없는
이 신묘한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이유는 다소 상업적이다. 소설의 배경이 된
히말라야 인근의 여러 나라는 비슷한 정취를 가진 지역을 앞다퉈 샹그릴라라고
소개하고 관광산업화했다. 세계지도를 두고 샹그릴라를 표시한다면 인도의 라
다크, 네팔의 포카라, 그리고 지금부터 이야기할 중국의 중뎬까지 모두 세 개의
좌표가 찍힌다.

순수의 이상향을 분칠해 상업화한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다 그럴 만하니까 &ls
quo;샹그릴라’라는 이름이 붙었다. 설산이 둘러싼 해발 3500m의 고산지대
는 여행자로 하여금 자연에 경외를 갖고, 바쁜 마음을 느슨히 풀고, 당장 한 치
앞의 발걸음을 떼는 데 집중함으로써 스스로를 돌아보고 돌보게 하는 마법 같
은 힘을 지녔다.

샹그릴라 현의 관광안내센터 앞. 움직임과 동시에 고산증세가 시작됐다. 리장에
서 버스를 타고 세 시간 동안 하파설산을 병풍 삼아 구불구불한 협곡 길을 달려
온 참이다. 시나브로 고산지역에 적응하기 위해 선택한 여정이었지만 어림도 없
었다. 자연을 상대로 부리는 인간의 꼼수란 얄팍할 뿐이다. 첫 일정은 움직이지
않고 고산증세에 조금 더 적응할 시간을 벌기에 안성맞춤인 장족 민가 체험이
다. 안내센터 앞에서 작고 허름한 마을버스에 올라타 도착한 곳은 마을에서 가
장 번듯한 집이다.

○인상적인 달라이라마 사진과 봉헌물

따뜻한 미소로 손님을 맞는 안주인을 따라 들어간 집의 1층에는 축사와 곡식 창
고가, 이층에는 생활공간이 있고 그 곁으로 경당이 자리 잡았다. 온 가족이 매
일 아침 모여 예불을 드리고 기도하는 경당은 아담하고 거룩하다. 장족이 집안
에 경당을 짓는 데 지출하는 비용은 대개 한국 돈 약 1억원가량 부터 시작된다
. 벌이 중 많은 부분을 경당을 짓기 위해 저축하고, 더 크고 좋게 짓기 위해 알
뜰하게 산다고 한다.

경당 옆 생활 공간은 훤히 뚫린 사각형의 구조다. 벽면에는 각종 생활용품 사이
사이로 그간 이곳에 발을 들인 여행자들의 사진과, 그들이 두고 간 기념품과 각
나라의 술들이 진열돼 있다. 가장 안쪽엔 금빛과 붉은빛이 일렁이며 반짝이는
제단이 있다.

제단 중심에는 달라이라마의 사진과 봉헌물들이 놓여 있다. 장족에게 제단은 집
에서 가장 신성한 곳이므로 사진 촬영은 무례한 일로 여겨진다. 제단 앞에는 난
방 겸 취사 용도로 쓰는 3개의 난로, 두툼한 기둥, 색색의 조각천을 이어 만든
만장(장족은 이 만장을 통해 영혼이 하늘로 간다고 믿는다), 식탁이 이어져 있
다.

식탁 위에는 안주인이 정성스레 차려둔 전통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갓 구운 장
족의 전통 빵, 야크 젖으로 만든 요구르트, 야크 젖과 버터를 넣고 끓인 수이차
의 맛은 따뜻하고 담백하다. 고소한 수이차는 온기가 사라지면 비릿한 맛이 살
짝 올라오는데, 이 때문인지 안주인은 조금이라도 비어있거나 식은 찻잔에 수이
차를 쉬지 않고 채운다. 포만감에 거절해도 웃는 얼굴로 더 들라며 따라주는 안
주인의 눈빛은 어린 손주에게 맛있는 음식을 줄곧 권하는 우리네 할머니와 고스
란히 닮았다.

○윈난의 작은 포탈라, 쏭찬린스

민가에서 나와 마주한 마을의 풍경은 향수를 자극한다. 돼지와 야크, 닭이 한데
모여 거닐고, 어린 손자와 할아버지는 함께 리어카를 끌고 비탈길을 내려간다
. 장족 전통 문양이 수놓인 화려한 색감의 포대기로 아이를 둘러업은 할머니들
은 마을 어귀에 모여 담소를 나눈다.

이 평온한 풍경의 끝에는 작은 포탈라라고 불리는 쏭찬린스(松贊林寺)가 있다.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서 금빛 찬란하게 빛나는 절이다. 1681년에 준공된 윈난
성 최대의 라마교 사원으로, 티베트의 포탈라궁을 본떠 건축했다. 수십마리의
까마귀가 황금빛 사원 위를 날아도는 풍경은 압도적이다. 인근에 티베트 전통의
장례방식인 천장 터가 있어 유독 까마귀들이 많이 몰려든단다. 마치 죽은 자의
영혼을 사원으로 데려오는 듯하다. 마을 길을 따라 걸으면 ‘신의 호수&
rsquo;라고 불리는 사원 앞의 라무양춰 호수에 닿는다.

사원으로 오르는 험난한 여정이 시작될 차례. 하늘과 맞닿은 사원까지 가려면
144개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밀려오는 고산증세로 모래주머니를 찬 듯
묵직해진 두 다리는 사원까지 오르는 길을 더디게 한다. 계단은 라마교 수행의
단계를 의미한다고 한다. 수행을 넘어 고행을 하는 느낌이다. 힘이 든다면, 걸
음을 멈추고 뒤돌아 보자. 만년설이 앉은 하파설산이 마을을 감싼 풍경을 둘러
보며 천천히 크게 호흡하다 보면 괴로운 고산증은 조금씩 견딜 만해진다.

사원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이 지역에 라마교를 들여온 쫑카파를 모시는
대전, 주지를 비롯한 스님들이 수행하는 자창대전, 석가모니를 모시는 석가모
니 대전이다. 이들 3개의 대전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경당과 기념품 가게가 자
리 잡았다. 중앙에 있는 자창대전은 꼭 들어가 봐야 한다. 색색의 거대한 만장
수백 개가 빼곡히 매달려 영적이고 신성한 기운으로 가득하다. 성스러운 곳으
로 여겨지는 만큼 경당 내부의 사진촬영은 불가능하다.

여행팁 - 고산 증세 적응 위해 리장이나 청두에서 버스로 이동하는 게 좋아

샹그릴라로 가는 직항은 없다. 리장이나 청두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거나,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현지 가이드는 고산증세 극복을 위해 육로를 따라 이동할 것을
권했다. 비행기로 이동하면 많은 여행객들이 갑작스러운 고도 변화로 무척 힘
들어한다고 한다. 욕조에 몸을 담그거나, 뛰어다니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시내에는 샹그릴라 고성이 있다. 리장의 고성보다 더 고풍스러운 정취를 자랑하
던 이곳은 2014년 화재로 대부분 소실돼 현재 복구 중이다. 인근 나파하이에도
들러보자.

고원계절성 호수로 여름과 초가을에 호수면이 늘어나고 야생화가 만발해 풍경이
아름답다고 한다. 눈으로 직접 본 늦겨울과 초봄의 나파하이 풍경은 마른 호수
위로 누런 풀들이 자라 있었고, 이름 모르는 철새만이 몇 마리 덩그러니 있어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샹그릴라(윈난성)=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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