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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임금피크제 지원금 300억 '지급불능' 사태
한국경제 | 2019-04-22 00:43:06
[ 이태훈/서민준 기자 ] 임금피크제 적용 근로자 4000여 명이 정부 지원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가 수요예측에 실패하면서 300억원가량
의 재원이 부족해진 탓이다.

21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에서 책정해둔 임금피크제
정부 지원금 336억원이 모두 소진돼 ‘지급 불능’에 빠졌다. 정부
가 지급해야 할 돈은 600억~700억원 규모다. 정부는 올해 임금피크제 지원금을
103억원으로 책정했다. 돈이 모자라자 기금에서 끌어다 쓸 수 있는 돈까지 합
쳐 336억원을 마련했으나 여전히 300억원가량이 부족한 상태다.

각 지역고용센터에는 약속된 날짜에 돈이 나오지 않아 금융회사 대출금 상환이
무산되거나 병원비를 결제하지 못했다는 근로자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정
부는 지난 19일 이와 관련한 긴급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만 55세부터 임금을 10% 이상 감액하는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근로자에
게 2년간 1인당 연 최대 1080만원을 지원한다.


정부 '임피 지원금' 작년 8분의 1만 책정…4000여명 "언제
주나"

임금피크제 정부 지원금은 근로자가 직접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센터에 신청해
받는 구조다. 작년까지는 보통 신청 후 2주일 이내에 돈이 나왔다. 하지만 올해
는 한두 달이 넘게 지원금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근로자 1인당 연간 최대 1080만
원을 받기 때문에 적지 않은 돈이다. 중견기업 근로자 A씨는 “지원금을
받아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대출을 상환하고 이자가 싼 은행 대출로 갈아타려고
했는데 무산됐다”며 “고용센터에서는 ‘정부 예산이 바닥났
다’는 말만 되풀이해 막막하다”고 했다.

돈 끌어모아도 300억원 ‘펑크’

A씨처럼 임금피크제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21일 기준으로 4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각 지역 고용센터에는 “정부가 약속한 돈
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냐”는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임금피크제란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근
로자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정부는 삭감된 임금의 50%를 최대 2년간 지원한
다. 정부가 임금피크제 지원금을 주는 제도는 2006년부터 있었지만 액수는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정년이 만 55세에서 60세로 연장된 2016년부터 신청자가 급
증했다. 지원 규모는 2017년 528억5000만원, 작년 884억4300만원으로 계속 늘었
다.

정부가 올해 임금피크제 지원금으로 책정한 예산은 작년의 8분의 1도 안되는 1
03억원이었다. 하지만 신청을 받아보니 600억~700억원의 지원금이 필요한 것으
로 나타났다. 지원금은 고용보험기금에서 나가는데 이 기금에서 ‘장년고
용안정지원금’ 명목으로 잡힌 게 336억원이다. 장년고용안정지원금은 임
금피크제 지원금 외에 퇴직자재고용 지원금, 다수고용 지원금 등에도 써야 하지
만 정부는 급한 대로 이 돈 모두를 임금피크제 지원에 썼다. 그런데도 정부가
지급해야 할 돈의 절반 가까이인 300억원가량이 ‘펑크’가 난 것이
다.

떨어지는 재정당국 예측력

정부가 올해 임금피크제 지원금 규모를 과소 추계한 이유는 이 제도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임금피크제에 새롭게 들어가는 근로자부터는 지원금을
주지 않기로 했다. 올해 지원금을 받는 근로자는 작년과 재작년 임금피크제 대
상자들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연초에 지원금 신청자가 대거 몰리며 예산이 모자라는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지원금(작년이나 재작년분)을 받는 사
람은 아무 때나 신청해도 되지만 ‘정부 지원금이 끊긴다’는 뉴스가
나오자 불안감에 “연초에 돈을 달라”고 몰린 것이다. 고용부 관계
자는 “1년에 한두 차례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해 지원금이 모자랄 것 같으
면 증액해왔다”며 “올해는 심사위원회를 열기도 전에 예산이 소진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지급 사태가 발생하자 지난 19일 뒤늦게 심사위원회를 열어 관련 예산
을 652억원 증액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르면 23일께부터 순차적
으로 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당초 103억원의 예산만 책정해 놓은 것을 두고 “재정당국의 예
측력이 너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고용부는 작년 말까
지 이 제도의 연장을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가 반대했다. 기재부는 이 제도가
없어지는 만큼 많은 예산을 책정할 필요도 없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
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아직도 임금피크제를 처음 도입하려는 회사
가 많다”며 “정부가 합당한 근거도 설명하지 않고 지원금을 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공부문 노조를 중심으로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노동
계는 정년을 60세로 늘리되 임금피크제는 시행해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
재부는 임금피크제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맡긴 상태다.

이태훈/서민준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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