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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상속 막혀 기업 팔아서야"…與, 상속공제 매출액 늘려 '숨통' 터준다
한국경제 | 2019-05-22 00:36:06
[ 김우섭 기자 ]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 중소·중견기업인의 ‘상속세 폐업’과 이민을 막고 일자리
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본지 5월 20일자 A1, 3면 참조

21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내 ‘가업상속 및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선 태스크
포스(TF)’는 최근 기획재정부에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매출 요건과 인력
유지 조건을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현행 3000억원 미만인 상속·증여세
감면 기준을 500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상속 후 10년간 고용을 100% 유지해
야 하는 요건을 수정하자는 게 핵심이다. 가업상속공제는 매출 3000억원 미만
기업에 한해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세를 감면해주는 제도다.

민주당은 상속 후 10년간 정규직 고용 인원을 100%(중견기업 120%) 이상 유지해
야 하는 사후관리 요건에 인건비 총액 등을 함께 고려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업종 변경 범위도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소분류에서 중분류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근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줄인다고
발표한 바 있어 대대적인 제도 개편이 예상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행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대상 기업이 적고, 상속 후
업종과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
다”고 설명했다. 가업상속TF는 당·정·청 협의를 거쳐 다음
달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기도의 한 공단에서 자동차 부품회사를 운영하는 A사장은 작년부터 자녀 이름
으로 회사를 설립한 뒤 주문 일부를 이 회사에 넘기고 있다. 자녀 회사가 본궤
도에 오르면 본인 명의의 회사는 결손처리해 폐업시킬 예정이다. 새 회사에 일
감을 옮겨 상속·증여세를 내지 않는 이른바 ‘모자 바꿔쓰기&rsqu
o; 수법이다. 가업 승계 컨설팅을 해준 B회계사는 “‘세금을 내려고
지난 30년간 젊음과 열정을 다 바쳐 일군 회사를 팔 수 없다’는 게 A사
장의 생각”이라며 “현 제도하에선 편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폐업·회사 매각·해외 이주 부작용 심각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에 총대를 멘 이유는 중소&midd
ot;중견기업이 최고 세율 65%(경영권 상속 때 할증세율 포함)인 상속세를 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멀쩡한 기업을 폐업하고, 투
자를 줄여 이익을 낸 뒤 기업을 매각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아예 상속세가 없는
싱가포르 등으로 해외 이주를 결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민주당 가업상속 및 자본시장 과세 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의 최운열 의원은
“상속세를 내기 위해 신규 투자를 줄이는 사례가 많다”며 &ldquo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중견기업의 불만은 한국의 가업상속공제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
는 것이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10년 이상 운영한 중소기업 등의 원활한 가업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요건을 갖추면 상속세 산정 때 과세액에서 최대 500억원
까지 깎아주는 제도다. 공제 대상에 포함되기도 어렵고, 상속 후에도 업종 전환
제한 등 현실 상황을 간과한 독소조항이 많다.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독일은 전체 기업 약 240만 개 가운데 2015년 2만4006
개(1.0%)가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았다. 반면 한국은 약 350만 개 기업 중 91
개(2017년 기준)로 미미한 수준이다. 500억원의 공제상한액이 설정돼 있지만 실
제 건당 공제액은 2013~2017년 24억원에 불과했다.

어렵게 공제 대상에 올라도 깐깐한 사후 관리 요건을 지키지 못하는 기업이 늘
고 있다. 상속·증여세를 추징당한 기업은 2016년 6개에서 2017년 23개로
네 배가량으로 늘었다. 추징액도 같은 기간 7억원에서 76억원으로 열 배 이상
으로 증가했다. 이충열 중견기업연합회 명문장수기업센터장은 “경영 여건
악화 속에 고용을 줄이거나 자산을 매각한 회사가 많아 추징 사례가 늘었다&r
dquo;고 말했다.

창업주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앞으로가 더 문제다. 창업주가 회사를
운영 중인 중소·중견기업 5만1256개 가운데 창업주가 60세를 넘은 회사
는 1만7021개로 33.2%에 달한다. 하지만 승계를 완료한 기업은 전체의 6.6%(34
26개) 수준이다.

시대 변화에 맞게 법 고쳐야

민주당은 우선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매출 기준이 현재
3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올라갈 경우 512개 기업이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
게 된다. 매출 기준이 7000억원으로 상향되면 수혜기업은 738개로 늘어난다.

사후 관리 요건 중 ‘고용을 상속 후 10년간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
도 손볼 계획이다. 현재는 상속 개시 과세연도 말부터 10년간 평균 정규직 근로
자 수가 기준 고용 인원의 100% 이상, 중견기업은 120%를 유지해야 한다. 여당
은 고용인원 유지와 인건비 총액 등을 섞어 새로운 고용 조건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와 중견기업연합회 등에 요청했다. 인건비 총액이 줄지 않으면 문제삼지 않
도록 해달라는 취지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고용난으로 인력 충원이
쉽지 않은 중소기업이 많은 데다 스마트공장 등 설비 자동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시대 변화에 맞게 법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상속 후 업종 변경 확대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
라 가업상속기업은 소분류(232개) 범위 내에서만 업종을 바꿀 수 있는데 이를
중분류(77개)까지 넓힐 계획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 부품을 제조하는 회사가 앞
으론 컴퓨터, 통신·장비, 영상·음향기기, 전자부품 등으로 업종
전환을 할 수 있게 된다. 사후 관리 기간도 10년에서 7년으로 줄어든다.

정부·청와대 반대가 변수

민주당은 조만간 청와대, 정부와 협의회를 열어 최종안을 만들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가업상속 TF 활동 기한도 다음달 말까지 두 달 연장했다. 바뀐 내용은 내
년 세법 개정안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관련 내용을 보고
받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출 요건 완화를 주장해온 중견기업연합회도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기대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이 정도 수준에서라도 빨
리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회 측은 다음달 국회 토론
회를 개최하고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주요 인사를 초대해 설명회를 여는
등 여론조성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김 의원은 “기업의 기를 살리고 투자
심리를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매출 요건 수
정에 난색을 보이고 있어서다. 세수 감소 우려와 ‘부의 대물림’을
정부가 조장한다는 일부의 비판여론을 의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재부는 제
도 개선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매출 요건 등에 손을 댈 생각이 없다
”고 선을 그었다.

시민단체 출신 다수가 포진해 있는 청와대가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에 반대하
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당 내부에서도 일부 의원의 반대가 있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가업상속 대상을 매출 3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공제한도를
5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축소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가업상속 TF 단장인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중견기업연합회와 지속적으로 대화하
고 정부를 설득해 최종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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