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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르노삼성車 '삼성' 뗀다…합작관계 20년 만에 청산
한국경제 | 2019-11-14 07:58:36
[ 정인설/황정수/고재연 기자 ] 삼성그룹이 르노삼성자동차와 맺은 브랜드 이
용 계약을 해지한다. 내년 8월부터다. 르노삼성은 사명에서 삼성을 떼고 삼성
로고도 쓸 수 없게 된다. 2000년 프랑스 르노그룹이 옛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면
서 시작된 삼성과 르노의 합작관계가 20년 만에 청산될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내년 8월 4일까지로 돼 있는 르노삼성의 삼성
브랜드 이용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르노삼성 2대 주주인 삼성카드도 르
노와 합작관계를 맺으며 보유해온 르노삼성 지분(19.9%)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
로 알려졌다.

삼성은 2000년 르노그룹에 삼성차를 매각하면서 10년 주기로 르노가 삼성 브랜
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계약을 맺었다. 삼성 브랜드 이용권을 보유한 삼성전
자와 삼성물산 등이 르노삼성 국내 매출액의 0.8%를 받아왔다.

르노삼성은 브랜드 사용 계약 해지에 대비해 올 상반기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SM5를 단종한 데 이어 지난 9월 SM3와 SM7 생산도 중단했다. 대신 르노그룹의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클리오와 마스터 차량 판매를 늘리고 있다. 7월 직원 이
메일 주소도 르노삼성닷컴에서 르노닷컴으로 바꿨다.

삼성 "르노와 제휴 실익 없어…완성차 재진출說 오해도 해소"

브랜드 사용계약 내년 8월 해지…20년 만에 관계 청산

삼성그룹이 르노삼성자동차와 브랜드 계약을 해지하려는 것은 제휴로 인한 실익
이 크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삼성 브랜드를 쓰게 하는 대가로 르노삼성으로
부터 받는 로열티보다 더 많은 유무형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이
2000년 옛 삼성자동차를 프랑스 르노그룹에 매각한 뒤에도 끊임없이 제기돼온
완성차사업 재진출설을 불식할 수 있다는 점도 르노와 결별하려는 요인 중 하
나다. 르노삼성에 강성 노조가 들어서면서 ‘노조 리스크’가 부각된
점도 삼성에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장사업 강화하는 데 걸림돌

삼성은 1995년 삼성자동차를 설립했다.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은 “삼성이
축적해온 전자 분야의 기술력과 수출망, 관련 분야에서 확보한 내부 인력을 제
대로 활용하면 자동차사업을 잘 해낼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완성
차사업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삼성차가 1998년 일본 닛산과 제휴해 출시
한 SM5는 인기를 끌었지만, 그해 외환위기의 충격을 비켜가진 못했다. 대출금리
가 폭등하면서 자금 압박을 받은 삼성차는 1999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때 르노가 삼성차를 인수하면서 삼성과 르노의 합작이 시작됐다. 당시 삼성은
르노와 두 가지 조건에 합의했다. 르노삼성이라는 사명을 쓸 수 있게 하고, 삼
성카드가 르노삼성의 2대주주로 남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자동차사업을
하려면 삼성의 기술력과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르노의 요구
에 따른 것이었다.

초기엔 삼성도 적잖은 이익을 봤다. 삼성전기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가 르노삼성
에 안정적으로 납품할 수 있었다. 르노그룹으로부터 매년 삼성 브랜드 이용료와
수백억원의 배당금도 받았다.

하지만 최근엔 제휴관계가 오히려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르노삼성이 출범한 지 20년이 되면서 삼성이 여전히 완성차사업에 관심이 있
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삼성이 배터리와 자동차 반도체 같은 전
장사업을 강화하면서 ‘삼성의 완성차사업 재진출설’은 더 확산됐다
. 삼성전자는 2016년 9조2000억원을 들여 미국 전장 업체 하만을 인수한 데 이
어 지난해 전장용 반도체를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했다. 이로 인해 현대자동차
를 비롯한 일부 완성차업체가 삼성 부품을 잘 써주지 않는다는 게 삼성의 판단
이다. 삼성은 르노와의 합작 관계를 청산하면 이런 의구심을 없앨 수 있을 것으
로 보고 있다.

르노삼성의 노사 갈등도 부담

삼성은 르노삼성의 노사관계도 불안 요소로 봤다. 삼성카드가 르노삼성의 2대주
주로 있을 뿐 삼성은 르노삼성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르노삼성
이 노사 갈등을 겪을 때마다 삼성이 잘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는 게 삼성그
룹의 판단이다.

한동안 르노삼성은 ‘노사관계 모범생’으로 불렸지만 지난해부터 분
위기가 급변했다. 노조는 기본급을 대폭 올려달라고 요구했고, 회사 측은 신차
배정을 앞둔 상태라 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맞섰다. 노조는 지난해 10월 4년
만에 파업에 나섰다. 두 달 뒤 박종규 새 노조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노조는 더
욱 강경해졌다. 박 위원장은 2011년 기존 노조(상급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기업
노조)와 별개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르노삼성 지회를 설립한 인물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 생산을 위탁한 일본 닛산이 노조 파업을 이유로
위탁 물량을 연 10만 대에서 6만 대로 줄이는 일도 벌어졌다. 사상 첫 전면파
업까지 강행한 끝에 르노삼성 노사는 올해 6월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2019년도 임단협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노조
는 올해도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회사는 거부하고 있다.

내년 이후 노사 갈등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생산할 물량이 줄
어들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서다. 삼성 관계자는 “르노삼성 노사관계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해 브랜드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
했다.

정인설/황정수/고재연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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