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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년 현금복지 '중복 살포'만 23兆
한국경제 | 2019-11-15 01:01:55
[ 임도원/성상훈 기자 ] 대기업에서 지난해 말 정년퇴직한 A씨는 노인을 상대
로 교육과 상담활동을 하면서 정부로부터 매달 10만원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
의 ‘재능나눔활동’ 사업 덕분이다. 고용노동부는 ‘신중년 사
회공헌활동 지원’이라는, 이름만 다를 뿐 똑같은 사업을 하고 있다.

정부의 현금성 복지사업이 우후죽순으로 늘면서 중복지원 논란이 일고 있다. 중
앙 부처 간에는 물론 중앙과 지방자치단체 간, 심지어 같은 부처 내에서도 이름
만 바꿔 비슷한 사업이 산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내년도 현금지원 예
산사업 중 중복사업으로 분류된 규모가 2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내년
도 현금 지원 복지사업은 올해보다 10.6% 늘어난 54조3017억원으로 정부 예산안
에 편성됐다. 이 중 약 40% 이상이 중복으로 편성된 셈이다. 집계 결과 기초연
금(13조1765억원), 영유아 보육료 지원(3조4056억원), 아동수당(2조2833억원),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대상자 변경(1조1991억원), 저임금근로자 사회보
험료 지원(1조1629억원), 내일채움공제(7800억원) 등이 꼽혔다.

일례로 정부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월 최대 30만원씩 기초연
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지자체별로 ‘어르신 공로수당’ ‘품위
유지수당’ 등의 명칭으로 10만원 안팎을 별도로 지급하고 있다. 중소기업
에 재직하는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한 고용부 내일채움공제 사업은 중소벤
처기업부의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와 사실상 같은 사업이다.

청년 '적립통장'사업에 3개 부처·10개 지자체…묻지마 &
#39;세금 낭비'
내년 현금복지 예산안 54兆…중복사업 23兆 달해

“식량 공급 업무를 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왜 복지 사업까지 챙깁니까?&
rdquo;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재욱 농식품부 차관에게 이같이 따졌다. 내년 농식품부 예산안에 90억원이 새로
편성된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 시범사업’을 문제 삼았다. 임
신부 및 출산 6개월 이내 여성에게 연 48만원 한도에서 농산물을 살 수 있는 현
금성 바우처를 지급하는 이 사업은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유사 사업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의결이 보류됐다.


부처 간 ‘묻지마식’ 중복 지원

현금성 복지 사업이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중구난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중앙과 지방자치단체, 심지어 같은 부처 내에서도 겹치는 사업이 즐비하
다. 이 때문에 현금지원 예산 사업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처음으로 50조원
을 돌파했다. 현금성 바우처 사업과 합치면 60조원이 넘는다. 전체 예산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현금지원 복지 예산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으면 정부 재정 운
용의 비효율이 급속히 떨어질 뿐만 아니라 재정 악화의 주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현금지원 예산 사업이 전
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7%에서 올해 10.2%로 높아졌다. 내년에
는 정부 예산안 기준으로 10.6%에 달한다. 매년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부처 간 조정 없이 일명 ‘묻지마식 현금 지원’이 생겨나는 것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복지부는 고령자 채용 후 3개월 이상 고용을 유지할 때 인건
비를 지원하는 ‘시니어 인턴십제도’를 시행 중이다. 6개월까지 월
최대 45만원을 지원한다. 고용부 역시 3개월 이상 고용을 유지하면 인건비를
지급하는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지원금’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월
최대 80만원을 1년까지 지원한다. 정부는 2020년도 예산안에 같은 내용인 두
사업의 예산으로 각각 124억원과 276억원을 편성했다.

‘청년저축계좌’는 저소득층 청년 재직자가 3년 동안 매월 10만원씩
360만원을 적금하면, 3년 뒤 1440만원을 돌려주는 복지부의 신규 사업이다. 2
020년도 예산안에 신규 사업으로 편성됐다. 하지만 비슷한 성격의 정부 지원이
이미 존재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5년간 3000만원을 적립해주는 ‘청년재
직자 내일채움공제’ 사업을 시행 중이다. 내년 예산안으로 3399억원을 배
정받았다. 고용부도 ‘청년 내일채움공제’를 통해 청년 재직자에게
적금을 지원해주는 통장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7787억원이 편성
됐다.

심지어 복지부 내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다. 지원 금액과 조건만 다른 &
lsquo;청년희망키움통장’ ‘희망키움통장Ⅰ’ ‘희망키움
통장Ⅱ’ ‘내일키움통장’이 그것이다. 부처 안에서까지 사업
이 중복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현금지원 ‘경쟁’하는 정부-지자체

정부와 지자체 간 중복되는 사업도 즐비하다. 복지부의 ‘청년저축계좌&r
squo; 사업과 비슷한 형식의 ‘적립형 통장’은 거의 대부분 지자체
에서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에 ‘희망두배 청년통장’, 경기도 &lsq
uo;일하는 청년통장’, 부산시 ‘청년날개통장’, 전라남도에는
‘청년희망 디딤돌통장’이 있다.

광역자치단체뿐만 아니다. 기초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전남 영광군의 &lsqu
o;청년희망플러스 통장’, 경기 양평군의 ‘청년통장’도 존재
한다. 매달 일정 액수를 넣으면 나머지 금액을 지원해주는 ‘적립형 통장
’의 종류가 10개가 넘는다.

만 7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하는 복지부의 ‘아동수당’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1200억원가량 늘어난 2조2833억원이 배정됐다. 하지만
비슷한 형태의 아동수당이 충청남도의 ‘아기수당’, 강원도의 &lsq
uo;양육기본수당’, 인천 강화군의 ‘양육비’ 사업 등의 형태
로 지급되고 있다.

미취업 청년에게 구직활동 지원금으로 매월 50만원씩 6개월 동안 주는 고용부의
신규 사업 ‘국민취업지원제도’(2771억원)도 중복 사례다. 이 사업
은 청년의 구직 활동을 돕는다는 목적으로 매월 50만원씩 지급하는 서울시의 &
lsquo;청년수당’, 경기도의 ‘청년구직지원금’과 유사하다.
성남시에는 만 24세 청년에게 연간 10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기본소득&r
squo;이 있다. 성남에 거주하는 24세 청년은 세 종류 수당의 지원 대상이 된다
.

정부와 지자체의 중복 지원에 따른 부정 수급 우려도 크다. 예결위 관계자는 &
ldquo;사회보장정보 시스템을 통해 수급 정보가 공유되는 정부 복지 서비스와
달리 지자체 자체 사업은 중복 신청하더라도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
다.

임도원/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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