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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사이 거리 재는 '우주 줄자', 새로운 '표준촛불' 후보 발견
한국경제 | 2020-08-08 02:32:47
[ 이해성 기자 ] 태양은 우리 은하에 떠 있는 2000억여 개의 별 가운데 하나다
. 우주엔 우리 은하와 비슷한 은하계가 1700억 개가량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밤하늘에 보이는 별, 은하 사이 거리를 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천문학에서는 ‘표준촛불’을 사용해 은하 간 거리를 측정한다. 표준
촛불은 초신성, 변광성 등 고유의 밝기를 가진 천체를 말한다. 밝기는 광원으로
부터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줄어든다는 원리를 활용한다. 두 배 멀어지면 네
배 어두워진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표준촛불 가운데 가장 먼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것
은 ‘제1a형 초신성’이다. 제1a형 초신성은 질량이 태양과 비슷하면
서도, 지구만큼 크기가 작은 늙은 별이 폭발하는 현상을 두루 말한다. 한국천문
연구원은 최근 이 초신성보다 더 정확한 거리 측정이 가능한 표준촛불 후보 &l
squo;3C 84’를 발굴했다.

별은 끊임없이 수소를 재료로 핵융합을 일으키며 살아간다. 수십억 년이 지나
수소가 소진돼 수명을 다하면, 온도가 내려가고 내부로부터 수축되며 죽음을 준
비한다. 보통 크기의 별들은 수명을 다하면 차갑게 식어 적색거성이 된다. 별의
크기가 태양의 2~3배인 경우는 폭발하면서 거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이때를
초신성이라고 한다. 초신성 폭발 땐 강력한 방사선이 주변 모든 것을 파괴하기
때문에 생물이 진화하지 못하고 멸종한다. 별이 밀집한 곳에선 생물이 존재할
수 없는 이유다.

중국 송나라 역사 기록에 따르면 1054년 초신성 폭발 이후 수개월 동안 낮에 육
안으로 그 별을 볼 수 있었고, 밤에도 별빛으로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환했
다고 전해진다. 우주 전체에선 하루에도 수십만 개의 초신성이 폭발하며, 한 은
하계에선 100여 년에 한 번꼴로 초신성 폭발이 일어난다. 46억년 전 탄생한 태
양도 초신성 폭발 잔해를 일부 포함하고 있는 별이다.

별이 태양의 다섯 배 이상인 경우는 수명이 다하면 주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다. 블랙홀은 중심부에 소용돌이 나선(강착 원반)을
생성하고 가스 폭풍 ‘제트’를 분출한다. 천문연이 표준촛불로 새
로 발견한 ‘3C 84’는 초대질량블랙홀(질량이 태양의 수십억 배에
달하는 블랙홀)이 한가운데 있는 페르세우스자리 A은하의 핵이다. 천문연은 &l
squo;3C 84’의 제트가 제1a형 초신성보다 훨씬 밝아 새로운 표준촛불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1a형 초신성을 표준촛불로 쓰면 100억 광년이 넘는
원거리 은하는 관측할 수 없어 크기가 140억 광년인 우주를 관찰하는 데 한계
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표준촛불은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솔 펄
머터, 브라이언 슈밋, 애덤 리스가 수십 개의 제1a형 초신성을 관찰해 우주 가
속 팽창을 증명한 공로로 201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제프리 호지슨 천문연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검증한 새 표준촛불
은 천문학적으로 가장 먼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
라고 말했다. 천문연과 연세대, 미국 스탠퍼드대가 참여한 이번 연구는 삼성미
래기술육성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해당 논문은 영국 왕립천문학회지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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