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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노조가 경영까지?"…노동이사 도입 공공기관 50곳 돌파
한국경제 | 2021-01-19 13:13:38
근로자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근로자이사제(노동이사제)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방정부 조례 개정을 통해 노동이사제가 도입된 지방
공공기관 수는 올들어 50곳을 돌파했다. 법 개정을 통한 중앙정부 차원의 공공
기관 노동이사제도 가시화되고 있다.

노조 등 노동계는 노동이사 도입을 통해 의사결정의 투명성이 높아진다고 주장
하고 있지만 경영계는 우리 경제 체제와 맞지 않는 제도이며, 노조가 경영활동
에 지나치게 간섭하려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공공부문에 이어 일반 기업에까지
노동이사를 강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노동이사 임명 기관 50
곳 돌파
19일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방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노동이사를 임명
한 지방 공공기관 수는 49곳이었다. 서울, 경기, 부산, 인천, 울산, 광주, 충남
, 경남 등 8개 지자체에서 조례 개정 등을 통해 62명의 노동이사를 임명했다.

올들어 서울교통방송이 노동이사를 선출했고, 지난 연말 몇몇 공공기관의 노동
이사가 더 임명된 것을 고려하면 도입 기관 수는 50곳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
다. 부산교통공사는 올 상반기까지 노동이사를 임명할 계획이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를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제도다. 근로자 신분을 유지
하면서 일을 하다가 이사회가 열리면 근로자를 대표해 의결권을 행사한다. 독일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 법제화된 제도다.

한국에서는 서울시가 지난 2016년 조례 개정을 통해 처음으로 노동이사제를 도
입했다. 근로자 100명 이상 지방 공기업은 의무적으로 이사회에 노동이사를 포
함토록 했다. 서울 시내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등 17개 기관에 노동
이사가 임명돼 활동했다. 3년의 임기를 끝낸 후 2기 노동이사가 활동 중이다.
공공기관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 확산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올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도입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지난해 11월 노동이사제 도입을 촉구해
서다. 정부는 국회에 의원입법으로 제출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이 통과되면 해당 내용을 토대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회에는 김경협·박주민·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운
법 개정안이 제출돼있다. 기타공공기관을 포함해 340개 공공기관 전체에 노동이
사를 도입토록 한 김주영 의원안과 노동이사를 상임이사로 두도록한 박주민 의
원안 보다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명시하는 정도인 김경협 의원안을 중심으로 논
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력공사와 수자원공사 등은 공운법 개정이
완료되는대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노조와 합의하는 등 올해 공공부
문 노동이사제는 빠르게 확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동이사제의 사전 단계로 여겨지는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를 도입하는 공공기관
도 확산하고 있다.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를 참관하며 경우에 따라 의결 사항에
대한 질의를 할 수도 있다. 지난해 서부발전과 한전KPS 등 발전 자회사가 제도
를 도입했다. 최근 주택금융공사와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등도 이 제도를
도입하는 등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 도입 기관은 약 80곳으로 확대됐다.

기업은행은 노조추천이사제를 추진 중이다. 노조가 추천한 이사를 비상임이사로
임명하겠다는 것이다. 노조추천이사제는 임명된 노동계 이사가 이사회에서 활
동한다는 측면에서는 노동이사제와 같지만 기업이 자체적으로 결정했다는 점에
서는 다르다. 한국에 맞지 않는 제도...지나친 경영간섭 우려
노동계에선 노동이사제 도입이 기업에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
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올해 초 서울시 공기업 이사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
과에 따르면 공기업 이사들은 노동이사제 도입 후 경영 투명성과 이사회 운영의
민주성이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경영계에선 노동이사제가 확산하면 노조가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동이사에 강성 노조위원장 출신 등을 추천해 회사 경영을
방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국내의 대립
적·갈등적 노사관계 아래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경우, 공기업 및 준정부
기관 이사회까지 노사 갈등과 대립이 내재화돼 기업 경영 추진체계가 근본적으
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며 노동이사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노동이사제가 한국 기업의 주주 자본주의와 자유시장경제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은행 자본이 중심인 유럽과 달리 한국은 주주 자본
을 중심으로 기업이 돌아가기 때문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노동이사제 도입의 모범사례로 여겨지는 독일에서도 기업 경쟁
력 약화로 근로자 경영 참여를 제도적으로 개선하고 있으며, 한국과 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의 경우에는 논의 끝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공공기관들의 비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
다. 노동이사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서울교통공사의 영업이익 적자 폭은 지난
2017년 3862억원에서 2018년 5322억원, 2019년 5324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실
제 근로자들이 회사 평가를 올리는 게시판인 블라인드에는 서울교통공사가 
9;워라벨'(일-라이프 밸런스)을 넘어 '라라벨'(워라벨에서 일을 제
외한 것)을 추구하는 회사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노동이사를 두고 노조간 갈
등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료원은 지난해 사내 1노조인 한국
노총과 2노조인 민주노총간 갈등으로 노동이사 선거가 중단되기도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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