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빙 | 2026-08-10 10:26:15

글로벌 오디오·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오는 9월 열리는 스포티파이 하우스 서울의 아티스트 라인업을 공개했다.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성수동 앤더슨씨에서 열리는 올해 행사는 역대 가장 큰 규모로, 나흘간 라이브 공연과 몰입형 체험을 함께 선보인다.
첫날인 10일은 일렉트로닉과 K팝을 테마로 글로벌 프로듀서 겸 DJ 디플로, K팝 보이그룹 최초로 스포티파이 레이더 코리아에 선정된 라이즈 등이 오른다. 11일 인디 록 무대에는 잔나비, 혁오, 실리카겔과 함께 레이더 코리아 선정 신예 캔트비블루가 선다. 12일 힙합 무대는 다이나믹 듀오, 더 콰이엇, 하온, 나우아임영, 라프 산두가 채운다.
대형 스타가 대중을 불러 모으는 사이, 그 옆에 선 무명급 신인이 같은 무대에서 팬과 만난다. 티켓 파워와 신인 발굴을 한 무대에 겹쳐 놓은 이 구성이 올해 행사의 핵심이다.
"대형 스타의 티켓 파워를 신인의 무대로 잇다"
음악 시장의 신진 아티스트는 갓 시장에 진입한 스타트업과 닮았다. 재능은 있지만 유통망도, 마케팅 예산도, 대중 접점도 부족한 이들에게 절실한 것은 자신을 증명할 무대와 성장의 발판이다.
스포티파이 하우스는 그 발판을 유명 스타의 집객력 위에 얹어 제공한다. 팬들은 디플로와 다이나믹 듀오를 보러 오지만, 같은 자리에서 캔트비블루와 라이즈 같은 신예를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된다. 대형 스타가 판을 키우고, 그 온기 속에서 신인이 데뷔 무대를 얻는 선순환이다.
발견이라는 키워드는 스포티파이 사업의 뿌리다. 알고리즘과 플레이리스트로 새로운 음악을 이어주는 것이 이 플랫폼의 존재 이유인데, 하우스는 눈에 보이지 않던 그 발견의 순간을 오프라인 무대 위에서 실물로 구현한 공간이다.
스타트업 씬으로 옮기면, 유명 연사가 관객을 채운 자리에서 초기 창업팀이 자신을 알리는 데모데이의 문법과 겹친다. 화려한 라인업과 신인 발굴이 대립하지 않고 하나의 판 위에서 맞물린다는 점이 이 행사의 묘미다.
돈 대신 유통·노출·데이터를 대준다… "레이더는 음악 시장에 세워진 액셀러레이터"
이 판의 엔진은 스포티파이의 신인 발굴 프로그램 레이더다. 2020년 시작된 레이더는 될성부른 아티스트를 골라 플랫폼 안팎에서 밀어주는 프로그램으로, 5년간 30개 이상의 지역판을 통해 전 세계 1,000명이 넘는 아티스트를 지원해왔다.
지원 방식은 자금이 아니라 유통과 노출, 데이터다. 선정 아티스트에게는 뉴뮤직프라이데이 같은 주요 플레이리스트의 장기 우선 노출, 아티스트의 서사를 담은 맞춤 영상과 독점 콘텐츠, 개별 마케팅 플랜이 이른바 360 패키지로 제공된다. 판로와 데이터를 대주는 액셀러레이터의 문법과 닮았다.
선정 기준도 투자 심사를 닮았다. 스포티파이 글로벌 뮤직 프로그램 리드 한나 비칭은 음악이 가장 흥미로워야 한다는 조건과 함께, 느리더라도 꾸준한 팬층 성장세와 지속적인 발매, 장기 비전을 본다고 설명한다. 데이터와 에디터의 직관을 함께 쓰는 방식이다.
레이더 코리아에는 인디 싱어송라이터 한로로와 밴드 캔트비블루 같은 신예부터 르세라핌, 라이즈 같은 대형 아티스트까지 폭넓게 오른다. 초기 발굴과 성장기 확장을 함께 아우르며, 시장에 갓 나온 팀과 이미 상승세를 탄 팀 모두에게 다음 단계를 열어주는 구조다.
무명이 반년 만에 청취자 세 배로… "런치패드가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을 지표가 증명한다"
액셀러레이터의 가치가 졸업 기업의 성장으로 증명되듯, 레이더의 의미도 진짜 신예의 성장 곡선에서 드러난다. 한로로는 2023년 스포티파이의 초기 발굴 플레이리스트 프레시 파인즈 코리아에서 주목받은 뒤 레이더 코리아로 올라선 대표적 사례다.
해외에서는 성장의 폭이 지표로 또렷하게 찍힌다. 호주 밴드 틴 지저스 앤 더 진 티저스는 레이더 합류 6개월 만에 월간 청취자가 224% 늘고, 이후 현지 음악상 수상과 국제 투어로 뻗어나갔다. 무명에 가깝던 팀이 짧은 기간에 글로벌 무대로 확장된 것이다.
이 성장 서사는 스포티파이 하우스라는 오프라인 무대에서 정점을 찍는다. 미국 내슈빌 행사에서는 신인을 조명하는 루프탑 무대에 섰던 아티스트 다수가 훗날 메인 스테이지로 돌아왔다. 데뷔 무대가 데모데이라면, 재입성은 곧 스케일업의 증거인 셈이다.
프레시 파인즈에서 발굴해 레이더로 키우고, 하우스 무대에서 대중과 잇는 계단식 파이프라인이 이렇게 완성된다. 캔트비블루가 잔나비, 혁오 같은 선배들과 한 무대에 서는 올해 인디 록 라인업은 그 사다리가 지금 서울에서도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반 팬에겐 축제, 신인에겐 도약대… "상업성과 육성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이 행사의 진짜 의미다"
물론 플랫폼은 늘 아슬아슬한 줄 위에 서 있다. 스트리밍 단가가 낮은 시장 구조에서 대형 스타의 집객력에 기대는 상업성과,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신인 육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스포티파이 하우스는 그 줄타기를 오프라인에서 정면으로 시험하는 자리다.
올해 서울 행사는 그 줄 위에서 발굴 쪽으로 한 걸음 더 옮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루짜리 연말 팝업으로 출발한 행사는 3년 만에 나흘 규모로 커졌고, 장르별 편성과 레이더 신예의 전면 배치를 통해 신인에게 내주는 자리를 눈에 띄게 늘렸다.
한준혁 스포티파이 코리아 뮤직팀 총괄은 어떤 아티스트를 보러 왔든 모든 팬이 새로운 아티스트와 장르를 발견하길 바란다며, 발견의 경험은 언제나 스포티파이의 핵심 가치였고 하우스는 그 경험을 현실에서 체감하도록 마련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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