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워치 | 2025-07-15 15:26:02
[비즈니스워치] 김아름 기자 armijjang@bizwatch.co.kr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편집자]
*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하림산업으로부터 제공받아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삼계탕 먹고는 싶은데
오는 20일은 삼복 중 첫 번째 날인 초복이다. 하지를 기준으로 30일 후를 초복으로 정하고 이후 열흘마다 중복과 말복이 돌아온다. 삼복더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장 더운 시기를 의미한다. 삼복에는 다양한 보양식을 즐기는 게 우리 문화다. 누가 '치킨의 민족'이 아니랄까봐 옛 조상들도 삼복에는 '치킨'을 즐겼다. 물론 기름에 빠진 닭이 아니라 '물에 빠진 닭'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복날에 삼계탕을 즐기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지역 삼계탕 한 그릇 평균 가격은 1만7654원으로, 1년 전보다 5% 올랐다. 강남 등 물가가 비싼 지역에선 이미 '2만원 삼계탕'이 등장한 지 오래다.

그렇다고 집에서 삼계탕을 해 먹자니 만만치가 않다. 닭을 비롯해 원재료 가격도 꽤 오른 데다 무더운 날씨에 가스레인지를 켜고 한두 시간 이상 끓여내야 한다. 맞벌이가 많은 요즘, 준비 시간이 너무 길다. 손질이 잘 돼서 나온다고 하지만 생닭을 씻고 찹쌀을 채우는 것도 평소에 잘 해보지 않던 일이다. 맛도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최근엔 간편하게 데워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 삼계탕이 인기다. 지난해 이맘 때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도 다양한 HMR 삼계탕을 리뷰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부지런하다. 매년 새 제품이 나온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뉴페이스'가 등장했다. 최근 식품업계에서 잔잔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하림산업이 내놓은 '더미식 삼계탕'이다.
더미식은 기존 브랜드들에 비해 가격이 높다는 약점이 있지만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국내산 재료를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나 '프리미엄 간편식'을 원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더미식을 만드는 하림산업의 모기업이 '닭'의 대명사인 하림이라는 점도 포인트다. '더미식'은 삼계탕 시장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 알아보기로 했다.
하림이 만들면 달라?
삼계탕 간편식에서 가장 먼저 봐야 할 건 제조방식이다. 냉동 삼계탕의 경우 조리 후 바로 급속냉동해 맛과 식감이 가장 뛰어나다. 하지만 냉동 보관이라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국물까지 함께 냉동하며 부피가 커진다는 점과 조리시간이 거의 1시간 가까이 걸린다는 점도 약점이다. '간편'하지 않다는 의미다.
상온 제품의 경우 팬트리나 찬장 등 집안 환경에 맞게 '아무데나' 보관해도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전자레인지를 이용하면 7~8분이면 조리가 끝난다. 다만 멸균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식감이 크게 훼손된다. 삼계탕의 경우 다리뼈가 부스러져내릴 정도다. 냉장 제품의 경우 냉동과 상온의 중간 포지션이다.

더미식 삼계탕은 이 중 상온 제품이다. 보관이 용이하지만 맛에서 약점을 보일 수 있다. 하림산업은 이 부분을 '원물 강화'로 풀어냈다. 대부분의 간편식 삼계탕이 냉동닭을 사용하는 데 비해 더미식 삼계탕은 냉장닭을 사용한다. 작은 차이 같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큰 차이다. 실제로 함께 출시된 '더미식 닭다리 삼계탕'은 냉동닭을 사용했는데, 두 제품을 함께 맛보면 육질과 맛의 차이가 크다.
첨가물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는 점도 장점이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삼계탕'의 경우 원재료가 '닭고기·찹쌀·닭고기추출농축액·정제소금·마늘·수삼·소스·정제소금·향미증진제·효모추출물'이다. 반면 더미식 삼계탕은 '닭발·찹쌀가루·양파·천일염·마늘'로 육수를 만들었고 찹쌀·밤·수삼·마늘·은행·잣을 더 넣었다. 특히 모든 재료가 국내산인 것도 가산점이다.
그래서 맛은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은 식품업계에서도 통용되는 말이다. 좋은 원재료를 아무리 강조해도 그 원재료로 만든 제품이 맛있어야 의미가 생긴다. 같은 비유로 설명하자면 더미식 삼계탕은 '잘 꿴 구슬'이었다.
상온 간편식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닭의 식감이 잘 살아있었다는 게 가장 큰 차별점이었다. 물론 냉동 간편식이나 식당의 삼계탕처럼 뼈가 단단하게 유지되지는 않았지만 실수로 뼈를 먹지 않을 정도의 물성은 있었다. 어렵지 않게 뼈를 발라낸 후 살코기만 먹는 게 가능했다.

국물도 만족스럽다. 닭발을 넣어 살짝 걸쭉한 국물은 감칠맛이 좋았다. 정통 삼계탕의 맑은 국물보다는 최근 유행하는 걸쭉한 삼계탕에 가깝다. 잣과 은행, 마늘, 밤, 수삼도 제법 큼지막하게 들어가 씹는 맛이 있었다. 가끔 삼계탕인지 닭백숙인지 헷갈리는 간편식들이 있는데, 더미식 삼계탕의 경우 명확히 '삼계탕'이라 할 만했다.
살짝 아쉬운 건 밥이다. 찹쌀을 넣었는데 양이 많지 않고 국물에 풀어져 밥을 말아 먹는다는 느낌이 잘 나지 않았다. 같은 상온 제품인 오뚜기 삼계탕의 경우 밥의 양이 2배 정도 많아 푸짐하다는 인상이다. 더미식이 함께 출시한 찹쌀 즉석밥을 곁들이면 성인 남성에게 딱 맞는 한 끼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더미식치고 나쁘지 않다. 900g 1팩이 9900원(쿠팡 기준)으로 1만원 밑을 유지했다. 시중의 냉동 간편식 삼계탕들이 1만~1만2000원대임을 고려하면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가격이다. 물론 같은 상온 제품인 비비고 삼계탕(800g, 7390원)이나 오뚜기 삼계탕(900g, 7980원)보다는 높다. 그것이 '더미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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