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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시행자" 된 LH…교차보전 "엑시트" 첫 시험대
비즈니스워치 | 2025-09-12 11:34:03

[비즈니스워치] 김준희 기자 kjun@bizwatch.co.kr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주택 시행사'로서의 역할을 키운다. 택지를 개발해 민간에 매각하는 대신 직접 주택 공급 주체로 나서는 것이다. 다만 택지 매각을 대체할 재원 마련 방안과 직접 시행을 위한 인력 충원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는 않았다. '반쪽짜리' 개혁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 7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LH 직접 시행을 통해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공기업인 LH가 직접 시행해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등 공공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관련기사:[9·7 공급대책]공공택지 땅 안 팔고 LH가 직접 지으면?(9월7일)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LH가 택지 조성 후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의 사업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번 대책에서도 정부는 LH 직접 시행 전환과 함께 LH법 개정 등을 통해 LH가 개발해 조성한 공동주택용지는 직접 시행하는 것을 법제화하기로 했다. LH가 택지 매각 이익을 활용하는 구조를 원천 봉쇄한 것이다.▷관련기사:[인사이드 스토리]'땅장사' 딜레마…수술예고에 길 잃은 LH(7월21일)



이러한 방식은 정부가 강조하는 '공공성 확대' 측면에서는 분명 강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큰 틀에서는 민간이 가져가는 개발이익을 LH가 직접 시행을 통해 그것을 수취해서 공공임대 등 분야에 활용하게 되기 때문에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또한 "부동산 상품의 공급 비탄력성을 고려할 때 LH 등 공공 주도로 수도권 주택 공급을 확대해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며 "LH 직접 시행으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고분양가 부작용을 일부 줄이면서 실수요자들이 접근 가능한 가액대 아파트 공급도 많아질 전망"이라고 했다.



재정 충분? 현금흐름 어쩌나…



다만 관건은 역시 택지 매각 이익을 대체할 재원 마련 방식이다. LH는 그간 공공주택 공급, 주거복지 확대 등에 활용할 자금을 택지 매각 등을 통해 마련하는 이른바 '교차보전' 방식을 취해왔다.



이번 대책에서는 LH의 직접 시행 전환을 발표하면서도 교차보전 방식을 대신할 수 있는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자금 조달 자체는 물론 현금흐름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박 교수는 "LH가 택지 매각 이익 대신 직접 시행을 통한 개발이익을 재원으로 조달한다고 가정하면, 택지 매각 이익의 경우 매각과 동시에 자금이 마련되는 반면 시행을 통한 개발이익은 완공이 돼야만 거둘 수 있다. 토지 보상 등에 필요한 초기 투자금이 부족해지는 단점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렇게 되면 다른 사업장에서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이미 LH 부채도 많이 잡혀있는 상황에서 초기 자금 조달 문제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LH 부채는 160조1055억원, 부채비율은 217.69%다. 차입금의존도는 41.68%로 전년 39.62%보다 2.06%포인트 확대되는 등 40%를 넘어섰다.



실질적으로 택지 매각 이익을 제외한 재원 마련 방안이 전무한 가운데 LH가 직접 시행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려면 정부 지원 외에는 도리가 없다. 그러나 이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시행 초기에는 기금 등을 통해 일부 지원이 가능할지 몰라도 가뜩이나 나랏빚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지원이 가능하겠냐"며 "LH도 부채가 160조원을 넘어가는 가운데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LH 부채 규모는 내년 192조4593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라며 "이는 공공택지 판매 지연과 임대주택 운영 손실 증가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2030년까지 6만가구 직접 시행 추진은 부채 증가, 영업손실 누적 등으로 실질적 공급이 구조적 지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인력·리더십 문제도…"사업성 높여야"



직접 시행 비중이 늘어나면서 관련 업무를 담당해야 하는 인력들의 충원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임직원 9683명 규모였던 LH는 지난해 기준 8872명으로 4년 새 800여명이 감축됐다. 택지 매각을 원천 금지하면서 관련 업무를 담당해오던 직원들의 직무 전환 여부도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해오던 업무에 더해 시행사로 변모해야 하는 만큼 인력 충원 등은 필수적"이라며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LH가 지속적으로 시행사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LH 조직에 대한 변동성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이를 주도할 리더십이 공석이라는 점도 골칫거리다. 지난 정부에서 선임된 이한준 사장은 현재 사의를 표명했으나 아직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



결국 LH 재원 조달 방안이 관건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를 만회할 복안으로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공공 분양가 현실화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박 교수는 "3기 신도시의 경우 용적률이 200% 전후로 낮기 때문에 사업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1기 신도시처럼 300~350%가량으로 상향해야 LH도 자체적으로 사업성 확보가 가능하고 공급 확대 효과까지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택지 매각 이익을 통한 재원 마련이 요원해진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에 얽매이는 것이 아닌 시세의 90%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 "분양가상한제를 지속적으로 적용할 경우 이른바 '공공 로또'를 양산하게 돼 민간 수분양자 대비 상대적 특혜를 주게 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분양가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양 전문위원도 "임대주택 운영 단가 현실화, 장기 미매각 토지 처리, 부채 관리 이행 계획 등이 함께 수반되지 않는다면 'LH 직접 시행'은 상징적 구호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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