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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탈원전 뒤탈'… 대규모 정전 사태
한국경제 | 2017-08-16 17:59:57
[ 이태훈 기자 ] 탈(脫)원전을 선언한 대만에서 지난 15일 블랙아웃(대규모 정
전)이 발생해 전체 가구 3분의 2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리스광 경제부 장관은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혔다.

16일 외신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15일 오후 4시51분 대만 북서부 타오위안의 액
화천연가스(LNG)발전소 6기가 멈춘 데서 비롯됐다. 국영석유회사인 CPC 직원이
실수로 가스 밸브를 2분간 잠근 게 원인이었다. 전체의 64%인 828만 가구가 정
전 사태를 겪었고 다섯 시간이 지난 오후 9시40분께 복구가 완료됐다.

그동안 신호등이 고장나 도심 교통이 마비됐고, 730여 명이 엘리베이터에 갇히
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6기의 LNG발전소가 멈추며 끊긴 전력은 4GW다. 대만은
원전 6기 중 3기의 가동을 멈췄고, 공정률이 98%인 원전 2기의 공사도 중단했
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대만은 탈원전으로 4~5GW의 기저발
전(24시간 가동되는 발전)이 빠져나간 상태”라고 말했다.

대만은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롤모델 국가다. 청와대와 여당
은 탈원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될 때마다 “대만도 하는데 우리가 왜
못하냐”고 반박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인 이훈 의원이
지난 15일 언론 인터뷰에서 “(제조업이 발달한) 대만도 탈원전을 선언했
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대만은 작년 5월 차이잉원 총통(대통령) 취임 이후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탈원
전 정책을 시행했다. 원전 6기 중 5기의 가동을 멈췄다.

차이 총통은 지난해 기준 4.8%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25년까지 20%로, 액화
천연가스(LNG) 비중은 같은 기간 32%에서 50%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지난
5월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와 LNG 비중을 각각 20%와
37%로 높이겠다고 한 것도 대만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만의 전력 사정은 탈원전 이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전력 예비율(공급 예비율)이 1.7%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31일에는 태풍으로 송
전탑이 넘어진 것만으로도 65만 가구가 정전사태를 겪었다. 외신은 15일 블랙아
웃을 “1999년 대만 대지진 이후 가장 심각한 정전 사태”라고 했다
.

대만 정부는 올여름 들어 전력 부족 사태가 계속되자 가동을 중단했던 원전 중
2기를 재가동했다. 그럼에도 전력 사정이 나아지지 않자 정부는 타이베이 시내
건물의 에어컨을 강제로 끄게 했고, 이런 조치가 국민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고 외신은 전했다.

대만 정부가 운영하는 국민참여 홈페이지에는 지난 8일 “원전 일부를 추
가로 재가동하고, 공정률이 98%인 상태에서 공사를 중단한 2기 원전도 시운전을
시작하자”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제안에 찬성하는 사람은 사흘 만에 5
200명을 넘었다. 찬성자가 5000명이 넘으면 정부는 2개월 안에 이 제안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차이 총통은 블랙아웃 사태 직후 페이스북에 “정책 방
향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이번 사고가 우리의 결심을 더욱 굳건하게 할 것&rdq
uo;이라고 썼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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