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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위 암사자' 레온스카야 "자유로운 손으로 불리고파"
한국경제 | 2018-03-21 02:39:47
[ 김희경 기자 ] ‘러시아 피아니즘’은 라흐마니노프, 호로비츠로
이어진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특유의 세련된 감수성과 현란한 기교를 말한다
. 많은 사람은 그중에서도 ‘기교’에 초점을 맞춰 칭송한다. 하지만
정작 러시아 피아니즘이 오랜 시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화려함보다는
음악 그 자체를 뒤흔드는 묵직한 강렬함에 있다.

‘건반 위의 암사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
사진)도 마찬가지다. 그는 73세의 나이에도 맹렬하기까지 한 열정적 연주로 이
런 별명을 얻었다.

첫 내한 공연을 앞둔 레온스카야는 20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이
별명 짓길 좋아하고 나를 ‘건반 위의 암사자’라고 부르지만 개인
적으로는 잘 연결되지 않는다”며 “대중에게 ‘자유로운 손&r
squo;으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교와 같은 요소에 얽매이지 않
고 자신이 느끼는 대로 음악을 마음껏 표현하는 음악가로 평가받고 싶다는 얘기
로 들렸다.

그의 공연은 오는 31일 경기 분당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그동안
일본 등 다른 아시아 지역은 종종 찾았지만 한국 무대엔 일정상 문제 등으로 오
르지 못했다. 레온스카야는 “한국에 많은 클래식 애호가가 있다고 들었다
”며 “한국인의 높은 음악성과 관심에 놀랐고 감사하다”고 했
다.

옛 소련 조지아 출신인 그는 18세 때 에네스쿠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모스크바음
악원 재학 중에는 롱티보 콩쿠르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ldqu
o;어릴 땐 음악이 마치 게임하는 것처럼 쉽게 보였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음
악이 얼마나 진지하고 어려운 것인지 깨달았습니다.”

냉전시대 소련의 대표적 피아니스트인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1915~1997)는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레온스카야는 1974년엔 그의 대타
로 클래식의 본고장 오스트리아 빈에서 데뷔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빈을 근거
지로 활동해왔다.

이번 공연에서 그가 선택한 작곡가는 슈베르트다. 그는 “슈베르트 작품은
고전적인 스타일로 작성된 거대하고 낭만적인 텍스트 그 자체”라며 &ld
quo;많은 정신력을 요구하는 커다랗고 심오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초기 작품 ‘소나타 9번’으로 시작한 뒤 ‘방랑자 환상곡&r
squo;, 후기의 ‘소나타 18번’까지 연주한다.

“방랑자 환상곡은 소나타처럼 4악장으로 돼 있지만 휴식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죠. 또 소나타 19번에선 슈베르트 특유의 시적인 재능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찰나의 아름다움을 영원한 것으로 바꿔놓는 것 같아요.”

그는 앞으로 슈만 소나타 음반도 녹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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