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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 동산담보대출, 30배 키운다
비즈니스워치 | 2018-05-23 14:30:11

[비즈니스워치] 안준형 기자 why@bizwatch.co.kr

2015년 한 시중은행은 기업의 기계를 담보로 잡고 자금을 빌려줬다. 이 기업이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자 은행은 담보물을 법원 경매에 내놨다. 하지만 이 기계는 경매에서 1년간 7번이나 유찰됐다. 창고에서 1년간 방치된 기계는 결국 고장이 났고, 보관비용 1300만원도 추가로 발생했다. 결국 은행은 고철값만 받고 대출금을 떼였다.

국내 동산금융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거래가 활발한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과 달리 기계·원재료 등 동산은 가치 산출이 어렵고 팔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은행도 대출 담보로 동산보다 부동산을 선호하고 있다.

 

2016년 중소기업 자산 비중은 동산이 38%, 부동산이 25% 이지만 담보대출 비중은 부동산이 94%, 동산이 0.05%이다. 중소기업의 가장 큰 자산이 대출을 받을때는 담보가치가 거의 없는 '계륵'으로 전락하는 셈이다

23일 금융위원회가 '동산금융 활성화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부동산이 없는 창업기업이나 신용도가 부족한 중소기업이 기계나 원재료, 매출채권 등 동산을 활용해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하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금융위는 지난 3월 2051억원에 불과한 동산담보대출 규모를 2022년까지 6조원까지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동산금융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며 "바닷속에 잠긴 동산금융 가능성을 수면위로 끌어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21일 간담회에서 동산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 금융위]


동산금융 활성화 4대 전략은 ▲담보 안정성을 위한 인프라 정비 ▲은행권 여신운용 체계 개선 ▲정책적 인센티브 제공 ▲지식재산권 등 동산담보대출 활성화다.

 

우선 동산의 정교한 가치평가를 위해 부동산 중심인 감정평가법인에게 동산 평가를 맡기고 은행권 공동으로 동산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할 예정이다.

올해중 동산에 대한 사물인터넷(IoT) 자산관리시스템도 도입한다. 그간 기계 등 동산담보 관리에 어려움을 겪던 은행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실제로 2015년 한 은행은 담보물인 철강과 아연 등 재고의 도난 방지를 위해 월 300만원을 내고 사설 경비원을 고용한 사례도 있다. 앞으로 동산담보에 IoT를 부착하면 중앙관제센터에서 이동과 훼손 등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동산담보를 매각할 수 있는 시장도 법원 경매에서 사적 매각시장으로 넓힌다.

 

동산담보는 법원 경매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담보물 매각에 오랜시간이 걸리고 가치가 급속히 하락하는 문제가 있다. 시장 거래가 활발한 부동산 담보는 회수율이 72%에 달하지만 동산담보의 회수율은 16%에 불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위는 기계거래소와 캠코 등을 동산전문 매각시장으로 지정해 전문 시장을 키우기로 했다. 

금융위는 또 오는 8월부터 동산에 대한 제3자 등기사항증명서 열람이 가능하도록 대법원 규칙을 개정할 계획이다. 부동산이나 자동차와 달리 동산은 제3자의 등기증명서 열람이 제한돼 있어 은행이 심사단계에서 중복 담보 등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이와 함께 기존에는 담보권자가 배당요구를 하지 않으면 경매가 종료될때 배당없이 담보권이 소멸됐는데 앞으로는 부동산처럼 배당요구가 없어도 자연배당 되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 23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동산담보 관리를 위해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담보물인 기계에 부착하고 있다.[사진 = 금융위]

 

현재 제조업의 원재료에 한정된 동산담보대출 대상 범위도 모든 기업, 모든 동산으로 넓힌다.

 

2012년 은행연합회는 '동산담보대출 표준내규'를 만들었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최 위원장은 "연합회 취급기준이 상당히 협소해 당초 활성화를 위해서 만들어놓은 기준이 오히려 제약요인으로 작용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동산담보대출 규모는 2013년 5793억원에서 지난해 2262억원으로 감소했다.

 

금융위는 앞으로 유통과 서비스 등 모든 업종에 동산담보 대출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재고자산의 경우 완제품과 반제품도 담보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동산금융 활성화를 위해 향후 3년간 1조5000억원의 정책금융을 풀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기계설비와 재고자산 우대대출 1조원을, 신용보증기금은 5000억원의 동산담보대출 연계 특례보증을 각각 마련한다. 산업은행은 연간 2000억원 규모의 동산담보대출 온렌딩대출을 도입한다. 

금융위는 현재 2000억원대에 머물러 있는 동산담보시장 규모를 2020년 3조원, 2022년 6조원까지 키운다는 계획이다.

 

최종구 위원장은 "일본은 2011년 동산금융 활성화 정책 이후 4년간 시장을 7배 키웠는데 우리는 이보다 좀더 도전적인 목표로 5년내 30배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산금융이 정착되면 동산금융 수혜기업수는 1100개에서 3만개로 늘고 기업별 대출 가능금액도 1억2000억원 수준에서 3억8000만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대 신용대출 금리도 동산담보를 활용하면 3.3%대로 낮아질 것으로 관측됐다.

최 위원장은 "창업 후 3~7년 사이 자금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벤처회사가 동산금융을 통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동산금융을 활용해 기업주기에 따라 빈틈없이 자금을 지원해 두려움 없이 창업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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