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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퀵커머스가 바꿔 놓은 일상
파이낸셜뉴스 | 2025-10-21 19:53:03
정상희 생활경제부
정상희 생활경제부

코로나19 발생 전 첫아이를 출산했다. 당시 필요한 기저귀나 분유 같은 육아 생필품은 온라인에서 가장 싼 금액을 찾아 주문했다. 분유나 기저귀는 떨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방 한쪽을 내 줄 만큼 많이 주문해 쌓아놓았다.

둘째는 팬데믹이 한창일 때 낳았는데, '핫딜' 정보를 공유하던 맘카페의 공기가 달라져 있었다. 오늘 저녁 주문해도 내일 새벽이면 도착하는 쿠팡의 로켓 서비스를 받아들인 양육자들은 분유는 똑 떨어지기 전에 시켰다. 금세 크는 아이 성장 속도에 맞춰 기저귀도 그때그때 주문했다.

복직 후 로켓과 새벽배송에 의지하던 쇼핑 패턴은 최근 또 바뀌었다. 퇴근길에 그날 먹을 저녁 메뉴 재료를 주문하면 30~50분 내에 집앞까지 배달해 주는 서비스에 익숙해지면서다. 제품 대부분 소포장·소용량이고 단가도 비싸지만 쿠폰과 카드할인, 또 물건을 직접 사러 가서 들고 오는 수고를 대신해주는 비용을 생각하면 합리적이다. 하루 배송 서비스가 생기기 전 태어난 아이가 아직 유치원도 졸업하지 않았는데 벌써 당일을 넘어 '즉시배송(퀵커머스)' 시대가 본격 열린 것이다.

퀵커머스는 물류혁신의 결정체이자 국내 유통산업의 새 패러다임이다. 지난 2020년 3500억원 수준이던 한국 퀵커머스 시장은 올해 약 5조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불과 5년 만에 10배 이상 급등했다. 온라인쇼핑 전체 거래액의 2%에 불과하지만, 이는 성장 가능성이 98% 더 남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는 2030년엔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이 7~8%인 셈이다. 성숙기에 접어든 일반 이커머스보다 높다.

한국은 특히 '빠름'에 민감한 시장이다. '빨리빨리' 문화에 도심 밀집 구조, 맞벌이 증가, 1인 가구 확산 등이 모두 퀵커머스 수요로 연결된다. 퀵커머스의 구조적 핵심은 도심 내 물류센터다. 이 거점들은 소비자와 물류 간 거리를 최소화해 빠른 배송을 가능케 한다. 퀵커머스에 뛰어든 업체들은 물류비를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수요예측, 경로 최적화 기술, 친환경 배송수단 도입 등을 통해 유통산업의 다음 패권을 잡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퀵커머스는 배송 속도의 경쟁을 넘어 생활리듬을 재설계하는 산업이 될 전망이다. 빨리 받을 수 있는 편리함에 필요할 때 바로 해결된다는 안도감이 더해진 새로운 소비철학이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있으면 좋은 서비스'가 아닌 '없으면 불편한 서비스'로 진화한 것이다. 2030세대가 사용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조사도 퀵커머스의 전망이 밝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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