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시간 속보창 보기
  • 검색 전체 종목 검색

뉴스속보

[인터뷰] "HiBA, 부산 관광 패러다임 혁신" 박철호 한국관광공사 선임차장
프라임경제 | 2025-11-24 16:47:16
[프라임경제] 부산은 바다와 도시, 전통과 현대가 한 화면에 겹쳐지는 대표 관광도시다. 크루즈와 국제행사를 통해 외국인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는 도시지만, 여전히 '찍고 가는 여행' 이미지가 강하다. 평균 체류일수와 재방문율이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한다는 지적도 반복된다.


한국관광공사 부울경지사 박철호 선임차장은 이 한계를 '만남의 설계 부족'에서 찾는다. 그는 "요즘 여행자는 사진을 찍으러 오지 않고, 이야기를 만나러 온다"고 말한다. 관광의 중심이 장소에서 사람으로 바뀌는 국면이라는 진단이다.

부산에서도 2030 외국인 여행자의 행동 데이터를 보면 관광지 '체크인'보다 로컬 모임, 야외 활동, 시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찾는 흐름이 뚜렷하다. 박 선임차장은 이 변화를 두고 "관광객이 손님에서 이웃으로 이동하는 시대"라고 표현한다.

30년 관광공사맨, 도시계획·MBA·글로벌한국학까지 쌓은 '현장형 기획자'

1969년생인 박철호 선임차장은 1996년 한국관광공사 입사 후 30년 가까이 관광 행정과 마케팅 현장을 지켜온 '관광맨'이다. 사장 비서실과 사내 교육 담당 부서를 거쳐 관광상품 기획과 △해외 마케팅 △B2B 홍보설명회 운영 △해외 언론 초청 팸투어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뉴욕지사 과장을 맡으며 미국 시장에서 한국 관광을 알리는 일도 경험했다.

이밖에 의료관광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베트남인의 한국어 학습 동기가 한국 방문과 추천 의향에 주는 영향 등 학술 연구도 병행한 바 있다.

박 선임차장은 최근 대학 강단에도 서고 있다. 영산대학교, 동서대학교 관광 관련 학과에서 한국관광공사 업무와 MICE 산업을 소개하는 특강을 진행했다. 지난 9월부터는 영산대학교 관광컨벤션학과에서 유학생들에게 영어로 강의하고 있다.

그는 "관광행정 실무와 마케팅, 글로벌 감각, 한국학을 함께 전하면서 학생들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한다. 단순 지식 전달이 아닌,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통찰을 나누는 수업을 지향한다는 설명이다.

관광은 거대한 프로젝트 아닌, 작은 만남의 누적

이런 배경 위에서 그가 주목하는 사례가 바로 글로벌 아웃도어 커뮤니티 'HiBA(Hidden Busan Adventures for Foreigners)'다. 박 선임차장은 지난 4월 동료 기획자들과 함께 HiBA 설립에 참여해 현재까지 운영을 돕고 있다. 그의 본업이 공사 업무라면, HiBA는 주말과 휴일을 활용한 일종의 '봉사형 프로젝트'에 가깝다.



HiBA는 외국인 관광객, 장기 체류 외국인, 부산 시민이 함께 걷고 뛰는 아웃도어 교류 플랫폼이다. 첫 모임은 해파랑길 1코스(오륙도이기대) 트레킹으로 시작했다. 이어 송정 서핑과 플로깅, 태권도 체험과 오륙도 야외 발차기 시연, K-팝 댄스 클래스, 실내 암벽등반과 황령산 야간등반, 아르떼뮤지엄 체험, 영도다리 개도식 관람, 광안리 선셋 SUP와 맥주 네트워킹, 경주 남산 도보투어까지 프로그램이 확장됐다.

참가비는 실비 수준으로 책정해 수익보다 교류와 경험을 우선한다. 참가자는 단순한 '투어객'이 아니라 함께 길을 걷는 '탐험자이자 친구'로 자리 잡는다.

박 선임차장은 "관광의 가치는 화려한 시설보다 작은 만남이 쌓이는 과정에서 나온다"며 "HiBA 같은 교류형 프로그램이 부산 곳곳에서 나아가 전국 곳곳에서 우후죽순 생겨날 때 한국 관광이 양에서 질로 전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좋은 프로그램은 지역의 숨은 목소리를 발굴하는 스토리텔러"

로컬 크리에이터와 청년 기획자가 만든 프로그램을 공공이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묻는 질문에 박 선임차장은 '스토리'를 기준으로 제시한다.

그는 "좋은 프로그램은 지역의 숨은 목소리를 발굴하는 스토리텔러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유명 관광지에 사람만 더 태우는 상품이 아니라, 산복도로와 항구, 어촌, 골목길에 숨어 있던 이야기를 함께 꺼내는 기획인지가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부산은 이 점에서 '스토리의 보고'라는 평가다. 의료관광과 도시계획, 글로벌한국학을 두루 공부한 박 선임차장은 도시를 하나의 텍스트로 읽는다. 야간야구장 조명, 어선이 들어오는 새벽 항구, 오래된 시장 상인의 목소리 같은 장면이 모두 관광 자산이라는 인식이다.

그는 "이 자산을 여행자의 언어로 번역할 로컬 큐레이터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공사와 지자체가 로컬 기획자와 손잡고 테마형 골목투어, 야간 미식투어, 커뮤니티 연계 프로그램을 키워가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비영리 커뮤니티와 규제, "커뮤니티를 막으면 지역 관광이 손해"

그는 비영리 커뮤니티를 둘러싼 규제 문제도 짚는다. 노쇼 방지를 위해 최소 참가비를 받는 외국인 모임까지 관광사업으로 간주해 각종 규제를 적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박 선임차장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모임을 관광사업으로 보는 시각은 시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대안으로는 최소 실비 운영을 인정하는 기준, 안전 매뉴얼 공유, 공공보험 연계 같은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안한다. "규제가 커뮤니티를 막으면, 결국 손해를 보는 쪽은 지역 관광"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HiBA 역시 봉사·커뮤니티 활동 성격이 강한 만큼, 행정이 가능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제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경험은 언어보다 빠르다…수용성은 만남 구조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높아져

언어 장벽은 인바운드 정책에서 반복되는 난제로 꼽힌다. 그러나 박 선임차장은 "경험은 언어보다 빠르다"고 말한다. 해안 트레킹이나 플로깅, 서핑처럼 몸으로 참여하는 활동에서는 완벽한 언어 소통이 아니어도 깊은 교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부산 시민의 관광 수용성에 대해서도 그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다. 야구장, 해수욕장, 시장에서 외국인을 마주치는 경험이 이미 일상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 관광이 '보는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깊은 교류의 장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만남 구조만 제대로 설계하면 수용성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부산 인바운드 숨은 카드, 국내 거주 외국인"

향후 전략을 묻자 박 선임차장은 "부산 인바운드의 가장 큰 잠재력은 멀리 있지 않다"며 국내 거주 외국인을 첫손에 꼽았다. 특히 주한미군과 가족, 군속 등 약 8만9000명 규모 집단을 '검증된 인바운드 잠재층'으로 본다. 이 가운데 5%만 연 4회 부산·경남권으로 이동해도 연간 1만8000명 안팎의 해외 관광객 유치 효과에 가까운 파급력이 발생한다는 계산이다.

지역 확장 구상도 진행 중이다. 2026년 이후에는 HiBA가 만들어낸 부산형 모델을 △거제 △합천 △산청 △김해 △울산 등 동남권으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한다. 지자체는 교통 등 최소한의 기반을 지원하고, HiBA와 같은 커뮤니티가 지역 콘텐츠 발굴과 글로벌 홍보, 외국인 커뮤니티 유입을 책임지는 상생 구조다.

한편 박 선임차장은 수영로교회 국제사역국에서 이민자 자녀 대상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면서 다문화 가정 청소년과도 꾸준히 만나고 있다.

그는 "관광이 산업을 넘어 삶의 현장과 이어질 때 비로소 지속가능성이 생긴다"며 "교회와 캠퍼스, 거리에서 만나는 이웃들이 결국 부산 관광의 미래 손님이자 파트너"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교류·체험형 관광 활성화 포럼' 구상을 내놨다. 지역, 공공, 커뮤니티, 기획자가 한자리에 모여 미래 인바운드를 함께 설계하는 플랫폼이다.

박 선임차장은 "관광의 미래는 멀리 있지 않고 이미 우리 옆집에 살고 있다"며 "관광객이 손님에서 이웃으로 바뀌는 순간, 부산은 '한 번 오는 도시'가 아니라 '다시 찾는 도시'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람 기자 kwr@newsprime.co.kr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시각 주요뉴스
  • 한줄 의견이 없습니다.

한마디 쓰기현재 0 / 최대 1000byte (한글 500자, 영문 1000자)

등록

※ 광고, 음란성 게시물등 운영원칙에 위배되는 의견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