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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웅의 이혼이야기] 친권·양육권자는 면접교섭 이행명령, 어디까지 따라야 하나
프라임경제 | 2025-11-27 14:33:56
[프라임경제] 이혼 과정에서 판결문이나 조정조서에는 면접교섭의 날짜·시간·장소까지 세밀하게 기재한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 아이가 자라고, 상황이 바뀌었을 때다. 종이에 적힌 약속은 그대로인데, 그 약속을 견뎌야 하는 아이의 마음은 더 이상 괜찮지 않을 수 있다.

최근 상담에서 "전처가 면접교섭 이행명령을 신청했는데, 아이가 엄마 만나기 전날마다 울고 잠을 못 잔다"며 "그래도 끝까지 보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바 있다.

이번 글에서는 정서적 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양육자가 면접교섭을 잠정 중단했을 때, 이행명령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A씨는 이혼 당시 가정법원 조정을 통해 아들의 친권·양육자는 자신으로, 전처에게는 매월 둘째·넷째 주 1박 2일 면접교섭권을 인정해 주기로 합의하고, 파주시 운정에 사는 전처에게 수년간 성실히 협조해 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면접교섭 후 "엄마가 아빠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산다"고 말하며 불안해하고, 면접교섭 전날마다 잠을 설치며 복통·두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후 아이의 정서 불안이 더욱 심해지자 A씨는 아이와 상의해 면접교섭을 잠정 중단하고 상담과 안정 회복을 우선하기로 하였다. 이에 반발한 전처는 곧바로 법원에 면접교섭 이행명령을 신청했다.

과연 가정법원의 판단은 어떨까. 단순히 "조정조서대로 보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행명령을 내릴지, 아니면 아이의 정서 상태와 전처의 양육 태도를 함께 살펴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부터 먼저 따져볼지, 그 선택이 이 사건의 향방을 가르게 된다.

민법 제837조의2는 면접교섭의 허용·제한·배제 기준을 "자녀의 복리"라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 또한 면접교섭을 부모의 절대적 권리가 아니라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인격 형성을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자녀에게 해가 되는 경우에는 면접교섭을 제한·배제할 수 있다고 본다.

한편, 가사소송법 제64조에 따른 이행명령은 "조정조서 등으로 정해진 의무를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만 내려질 수 있다. 다시 말해, 단순히 조정조서대로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과태료·감치 등 제재가 뒤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불이행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정서적 학대 정황이 반복되고, 그로 인해 아이에게 수면장애·신체 증상·학교생활 악화 등 구체적인 변화가 나타난다면, 양육자가 자녀 보호를 위한 임시조치로 면접교섭 방식을 조정하거나 잠정 중단한 사정은 ‘정당한 이유’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

이때는 단순한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담임교사 의견, 상담·진료 기록, 아동보호전문기관·조사관 조사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현재 형태의 면접교섭이 아이에게 실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러한 주장과 증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는 가사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면접교섭을 요구하는 쪽 부모 역시 아이 앞에서 상대 부모를 비난하거나, 양육비·재판 이야기를 쏟아내는 행동은 결국 본인의 면접교섭권을 스스로 깎아 먹는 결과를 가져온다. 가정법원은 이런 태도를 "자녀 복리를 해치는 요인"으로 보기 때문이다. 면접교섭은 아이를 통해 상대를 공격하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가 양쪽 부모와 안전하게 정서적 연결을 유지하도록 돕는 시간이어야 한다.

정서적 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양육자가 면접교섭 방식을 고민하는 것은 전 배우자를 곤란하게 만들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자녀를 지키기 위한 고민일 수 있다. 반대로, 면접교섭을 전 배우자 비난의 시간으로 사용하는 부모는 결국 아이와의 관계도 함께 잃어버릴 위험을 안고 있다. 지금 면접교섭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면, 한 번쯤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전 남편·전 아내를 이기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우리 아이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는가." 법정에서는 결국 부모의 상처보다 아이의 눈빛이 더 중요한 증거가 된다. 면접교섭을 둘러싼 모든 다툼 속에서 그 눈빛이 흐려지지 않도록 지켜 내는 것, 그것이 부모와 법이 함께 짊어져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이다.

김광웅 변호사(이혼전문) /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 사법연수원 제37기 수료/ 세무사 / 변리사



김광웅 변호사 press@newsprime.co.kr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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