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용히 새는 고객 개인정보…책임보험 실효성 검토해야
프라임경제 | 2025-12-16 16:40:57
프라임경제 | 2025-12-16 16:40:57
[프라임경제] 개인정보 유출은 더 이상 일부 플랫폼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통신사, 유통기업을 거쳐 이제는 보험업계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보험은 고객의 가장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산업이다. 이름과 연락처를 넘어 주민등록번호, 건강 정보, 질병 이력, 금융 정보까지 한 사람의 삶을 꿰뚫는 데이터가 축적된다. 그럼에도 최근 보도된 보험사와 보험대리점(GA) 관련 개인정보 유출 사례를 보면, 관리 체계는 여전히 허술하고 사후 대응은 너무도 형식적이다.
지난 5월 대형 GA사인 유퍼스트보험마케팅에서는 고객 및 임직원 등 908명(고객 349명, 임직원·설계사 559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바 있다. 그중 일부 고객 128명의 정보는 △보험계약의 종류 △보험료 △보험가입정보(신용정보)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손해보험의 자회사형 GA사인 하나금융파인드에서도 고객 199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 가입은 법적으로 의무다. 그러나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최소 가입 한도는 대규모 유출 사고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낮고, 실제 지급된 보험금 규모는 보험사가 수년간 거둬들인 보험료에 비해 극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이 존재하지만, 정작 피해자가 체감하는 보호는 미미하다는 얘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받은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 가입 현황'을 보면 이 보험에 가입한 기업·공공기관은 2020년 9275곳에서 지난해 7573곳으로 18.4% 감소했다.
보험 가입 건수는 줄었지만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수익은 되레 늘었다. 손해보험사 16곳(삼성·DB·현대·메리츠·KB·한화·흥국·롯데·NH농협·MG·하나·서울보증·AIG·신한EZ·캐롯·라이나)의 개인정보 배상책임보험 수입보험료는 2020년 152억원에서 지난해 171억원으로 12.5% 증가했다.
그러나 이 기간 손보사들이 기업·공공기관에 지급한 보험금은 0.26%인 1억9968만원에 불과했다. 보험금 지급 건수는 10건에 그쳤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자동차 보험의 경우 소송까지 가지 않아도 보험처리가 원활하지만, 개인정보 배상책임보험도 정부나 기관이 책임소재를 인정하거나 표준약관을 만드는 방식으로 보험처리가 이뤄지도록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보험업계는 '위험'을 가장 잘 아는 산업이다. 사고 확률을 계산하고, 손실 규모를 예측하며, 불확실성을 상품으로 만든다. 그럼에도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위험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비용 문제로만 인식해 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대목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비대면 영업 확대, 디지털 전환, 플랫폼 연계가 가속화될수록 보험업계의 개인정보는 더 많이, 더 빠르게 이동한다. 그만큼 유출 위험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과거의 종이 서류 관리 방식이나 최소한의 보안 투자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
이제 개인정보 보호는 규제 준수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고객 신뢰와 산업 지속성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에 가깝다. 보험업계가 진정으로 위험을 관리하는 산업이라면, 고객 정보 보호부터 그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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