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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리조선산업(하)] IMO 환경 규제 시대, AI기술로 활로 모색
프라임경제 | 2025-12-22 16:39:52
[프라임경제] 글로벌 해운 환경이 구조적 전환기에 접어들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와 선박 고령화는 항만 경쟁력의 기준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제 항만의 가치는 단순한 환적 물동량이 아니라, 선박이 머무는 동안 얼마나 고도화된 친환경·스마트 수리·개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의해 평가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수리조선 산업은 항만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부산은 AI와 자동화, 디지털 기술을 수리조선 현장에 접목하며 새로운 성장 경로를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수리조선산업, 안정적 성장 국면에 진입하다

수리조선 시장의 성장은 운항 중인 선박, 즉 세계 선복량 증가와 직결된다. 실제로 2007년 약 10억 DWT에서 2017년 18억 DWT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다.

Clarkson에 따르면 선박 수리시장은 2016년 기준 약 77억 달러(약 11조 원) 규모로, 2013년 대비 불과 3년 만에 약 7억 달러 성장했다. 같은 해 약 5만3000척의 선박이 평균 척당 14만5000달러를 수리비로 지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수리조선산업이 해운 경기의 부침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갖춘 산업임을 보여준다. 여기에 IMO 환경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수리·개조(Retrofit) 시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2030년까지 전 세계 해운·조선업계가 약 250억 달러(약 30조 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며 "2017년 165억 달러 규모였던 글로벌 수리·개조 시장은 앞으로 성장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경 규제가 만든 고부가 수리·개조 시장...연간 7조원 성장 전망

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분야는 △BWTS(선박평형수처리장치) △Scrubber(배기가스 정화장치) △LNG 및 이중연료 추진시스템 △친환경 연료 대응 개조 등 환경 규제 대응형 수리·개조다.

BWTS는 2019년 이후 의무 장착이 요구되며, 선종과 규모에 따라 척당 10~20억 원의 개조 비용이 발생한다. 업계는 향후 5년간 연간 약 6조 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한다. Scrubber 역시 2017년 232척에서 2025년 약 4500척으로 설치 선박이 급증하고, 연간 약 500척 규모의 개조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수리조선업계 관계자는 "BWTS와 Scrubber를 동시에 설치할 경우 도크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난다"며 "두 시장을 합산하면 향후 5년간 연간 약 7조 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항만 경쟁력의 완성 '조선 생태계'...부산, 수리 도크 등 시설 확충 시급

싱가포르 사례는 분명한 시사점을 던진다. 대형 도크와 자동화 설비 구축, 정부 주도의 전략적 지원을 통해 수리조선을 항만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며 항만 체류 시간과 산업 부가가치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이는 항만 경쟁력의 기준이 '물동량 처리'에서 '산업 흡수'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선박의 생애주기(Life Cycle)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며, 이 과정에서 수리조선은 부가가치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로 평가된다.

한국선박수리공업협동조합(이하 선박수리조합) 김귀동 이사장은 "부산항은 내·외국적 선박이 장기간 접안 수리할 시설이 부족해 중국과 싱가포르로 이동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돌제부두(Jetty)와 플로팅도크(F/D) 등 수리시설 확충과 단지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대한민국 수리조선산업의 전성기를 떠올리면, 이처럼 따끔한 현장의 지적을 곱씹어 볼 만한 대목이다.

부산, 조선·수리조선·항만이 집적된 유일한 도시

부산은 국내 최대 수리조선 집적지다. 관세청 등록 기준 전국 선박수리업체 664개 중 536개(80.7%), 선박수리조합 기준으로는 86% 이상이 부산에 포진해 있다. 특히 영도구에만 전체의 65.7%가 집중돼 있다.

또 2023년 조사에 따르면 부산지역 선박 수리 현황은 약 396개사, 종사자 7486명, 매출액 1조4211억 원 규모다. 양적 집적은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르렀으나 문제는 질적 전환이다.

부산 수리조선산업은 △환경 민원 △기업 영세화 △고령화된 인력 △LNG선 등 고부가 선박 수리 기술 부족 △전문 인력 양성 체계 미흡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대응을 넘어서는 공공 기반의 산업 전환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스마트수리조선지원센터', 산·학·연 R&D 융복합 산업 전환 거점

부산 수리조선산업의 전환을 이끄는 중심에는 '스마트수리조선지원센터'가 있다. 부산시(시장 박형준)와 부산테크노파크(원장 김형균)가 구축·운영하는 이 센터는 단순한 장비 지원 시설을 넘어, 산업·학계·연구기관이 결합된 R&D 융복합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수리조선을 현장 노동 중심 산업에서 친환경·스마트 엔지니어링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연구와 기술 검증이 동시에 이뤄지는 실증 거점이다.

센터는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기술 개발과 장비 도입 부담을 공공 R&D 기반으로 분산시키며, 산업 전반의 기술 격차 해소와 경쟁력 강화를 이끌고 있다. 이를 통해 연구 성과가 현장 경쟁력으로 곧바로 연결되는 구조를 구축하며, 부산 수리조선산업의 고도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친환경·자동화 기술, 항만 환경을 바꾸다

센터의 대표적인 성과는 친환경 자동화 블라스팅 공정이다. 워터젯 및 자동화 블라스팅 장비는 기존 그라인더 중심 수작업 공정에서 발생하던 분진·소음·슬러지를 획기적으로 줄인다. 이는 작업 환경 개선을 넘어 항만 인근 지역의 환경 수용성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진다.

2024년 영도지역 수리조선소를 대상으로 한 기술지도 결과는 이를 입증한다. 작업 기간은 최대 13일에서 0.5~1일로 단축됐고, 생산성은 200~300% 향상됐다. SA 2.0 수준의 품질 확보와 함께 분진·소음 감소, 산업재해 위험 저감 효과도 확인됐다.

'수리조선의 체질을 바꾸다'… 디지털과 안전, 인력 양성까지

센터는 자동화 장비 도입에 그치지 않고 스마트 안전 관리와 디지털 엔지니어링 역량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선저 검사 자동화 장비는 잠수부 투입을 최소화해 고위험 작업을 줄이고, 데이터 기반 검사로 품질 신뢰도를 높인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강화라는 산업 환경 변화에 대한 구조적 대응이기도 하다.

또한 3D 스캐닝과 역설계 기술을 통해 도면이 없는 노후 선박도 디지털 데이터로 재현할 수 있게 됐다. 친환경 개조, 기자재 교체, 구조 변경까지 가능한 이 기술은 수리조선을 숙련 노동 중심 산업에서 데이터 기반 엔지니어링 산업으로 전환하는 핵심 수단이다.

교육과 인력 양성 역시 중요한 축이다. 센터는 장비 활용 교육, 디지털 공정 이해, 안전교육을 통해 고령화된 산업 구조 속에서도 기술 전환이 가능하도록 현장 중심의 학습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조선업 르네상스, 반전은 '기술'...친환경 AI·디지털 기반 투자가 절실

부산항의 미래 경쟁력은 더 이상 물동량의 크기에만 있지 않다. 조선 생태계의 완성도가 항만의 위상을 결정하는 시대다. 조선산업이 선박의 탄생을 책임진다면, 수리조선은 그 수명을 연장하고 가치를 증폭시킨다. 항만은 이 전 과정을 품으며 산업 경쟁력을 실질적인 부가가치로 전환하는 플랫폼이다.

스마트수리조선지원센터는 이 연결 고리를 현실로 구현하는 전초기지다. 친환경 공정, 스마트 기술, 데이터 기반이라는 세 가지 축을 갖춘 부산 수리조선산업은 이미 선언의 단계를 넘어 실행의 궤도에 올랐다.

센터 유승엽 해양수산업단장은 "지금의 기회를 미래의 거대한 성장 동력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수리조선 분야의 친환경화와 AI·디지털 기반 스마트 전환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조선산업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고 새로운 조선업 르네상스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경수 기자 sks@newsprime.co.kr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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