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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통장을 스쳐가는 월급의 시대
프라임경제 | 2025-12-30 14:48:16
자산 격차가 커질수록 세대 간 갈등은 깊어진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간 자산 격차는 이미 수십 배 수준으로 벌어졌고, 20·30대의 순자산 중위값은 부모 세대가 같은 연령대였을 때와 비교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집을 소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는 소득이 아니라, 출발선 자체를 갈라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월급은 어떤 의미일까.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년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 중 주거비·생활비·대출 상환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고, 일부 지역에서는 월급의 대부분이 고정비로 소진된다. 월급은 쌓이는 자산이 아니라, 통장을 잠시 스쳐 지나가는 숫자에 가깝다. “열심히 벌면 언젠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세대 간 인식 차이는 갈등으로 번진다. 기성세대는 "그래도 일은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에게 노동은 더 이상 미래를 여는 수단이 아니다. 집도, 결혼도, 안정된 삶도 연결되지 않는 노동은 생존을 연장할 뿐, 삶을 확장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일부 청년에게 노동은 참아야 할 가치가 아니라, 포기해도 되는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짚어야 할 사실이 있다. 이들이 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처럼 보일지라도, 사람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조사와 보도를 보면, 경제적 이유로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한다고 응답한 청년이 다수인 반면, "기회가 주어진다면 결혼하고 싶다",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60% 안팎에 이른다. 연애와 결혼, 관계에 대한 욕구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좌절된 상태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이는 청년들이 아직 희망을 완전히 내려놓지 않았다는 명확한 신호다.

문제는 이들의 마음가짐이 아니다. 지금의 청년들은 나약해서 포기한 것이 아니다. 반복되는 불안정 고용, 자산 축적이 불가능한 임금 구조, 노력과 결과가 연결되지 않는 경험 속에서 포기하도록 만들어진 환경에 놓여 있었을 뿐이다. 환경이 희망의 실마리를 하나씩 태워왔고, 결국 남은 선택지가 '쉬었음'과 '거리 두기'였던 것이다.

좋은 일자리를 단기간에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최소한 청년들에게 "포기하지 않으면 이룰 수 있다"는 경로와 신호를 제공해야 한다. 안정적인 주거, 관계 형성이 가능한 소득 구조, 실패해도 다시 설 수 있는 안전망, 지역과 사회가 함께 책임진다는 메시지는 청년의 욕구를 다시 깨우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관점의 전환이다. 청년을 '의욕이 없는 세대'로 규정하는 순간, 문제는 개인에게 떠넘겨진다. 그러나 청년을 '환경에 의해 욕구가 꺼진 세대'로 바라보면, 해법은 사회와 정책, 그리고 일자리 구조의 변화로 이동한다. 세대 갈등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세대 책임의 구조를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월급이 통장을 스쳐 가는 시대에도, 청년들은 여전히 외로워하고, 관계를 원하며, 삶을 꾸리고 싶어 한다. 이 욕구가 존재하는 한, 회복은 가능하다. 포기한 세대가 아니라, 포기하게 만든 환경을 바꾸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 사회가 청년에게 보여줘야 할 최소한의 희망이다.


이윤선 인력경영학자/원광대 미래인재개발처 초빙교수









이윤선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onestar4u@gmail.com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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