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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I 시대, 컨택센터 리더의 선택 :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시작할 것인가
프라임경제 | 2026-01-06 16:48:30
[프라임경제] 메신저 창 네 개를 띄워놓고 보고서 더미에 파묻힌 채, 동시에 쏟아지는 질문을 쳐내던 한 센터장이 말했다.

"다 처음 하는 일이라 누굴 시켜야 할지도, 뭐가 급한지도 모르겠어요"

어느새 센터장의 업무 리스트에는 낯선 일들이 가득하다. 인스타그램 동영상을 기획하고 캠페인에 대한 고객 반응을 살피는가 하면, 콜센터 이용을 독려하기 위해 커뮤니티를 검색하고 네이버 카페에 가입하기도 한다. "내가 콜센터장인지 마케팅 부서장인지 헷갈린다"는 고백은 이제 현장에서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런 혼란은 단순히 업무가 늘어난 탓이 아니다. 컨택센터가 과거처럼 단순히 민원을 '처리'하는 곳을 넘어, 시장의 흐름을 읽어내는 '분석 센터'이자 '탐지 센터'로 그 성격이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센터가 당장 이런 변화를 겪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와 함께 고객의 유입 경로가 다변화된 곳일수록 이런 징후는 뚜렷하다. 과거 컨택센터의 핵심 지표가 인입 콜 수와 응대율 같은 '속도'에 있었다면, 이제 어떤 센터들에선 '데이터의 의미'를 찾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단순 상담은 줄어든 대신 문자와 메신저 상담이 폭증한다. 리더들은 인입 유형을 분류하고 다빈도 문의의 패턴을 파악하며, 채널별 유입 경로를 추적해 불편 신고를 상세히 분류해낸다.

상담 이력에 해시태그를 달고, 말머리를 붙이고, 엑셀 함수를 짜서 키워드를 추출하는 일들이 일상이 된다. 센터는 이제 고객의 숨은 의도를 먼저 찾아내 본사에 전달하는 전초기지가 된 셈이다.

자연히 리더가 참여해야 할 회의의 성격도 달라졌다. 본사 회의부터 전산 미팅까지, 단순히 인원 관리를 보고하는 자리를 넘어선다. 디스플레이 UI나 API 연동 같은 개발 용어들이 쏟아지는 전산팀 미팅에 참석해 기술과 현장의 간극을 메워야 한다.

생소한 용어들 사이에서 길을 잃기도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기술에 녹여내기 위해 센터장은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AI는 관리자의 짐을 덜어주기보다 성격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반복적인 집계 업무는 자동화됐지만, 그 자리에 남은 일은 더 무겁고 복잡하다.

데이터 뒤에 숨은 의미를 읽어 전략을 제안해야 하고, 기술로 해결되지 않는 고객의 날 선 감정을 직접 마주하며 현장을 조율해야 한다.

문제는 누구도 이 새로운 역할을 공식적으로 정의하거나 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획안은 독학으로 쓰고, 영상 편집은 유튜브로 배운다. 익숙했던 관리 기법은 뒤로 밀리고, 처음 해보는 '생존형 멀티태스킹'이 그 자리를 채운다. 이 시점에서 리더들이 던지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이제 조직이 답해야 한다.

AI 시대의 리더십은 ‘더 잘해보자’는 다그침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먼저 정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과거의 방식으로 상담사를 통제하려 들거나, 모든 실적을 엑셀로 직접 만지며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모든 회의에 책임감 하나로 참석하려는 태도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

센터장은 이제 '모든 것을 아는 관리자'가 아니다. 데이터를 읽고 우선순위를 정하며, 인간이 개입해야 할 결정적 순간을 판단하는 의사결정자다. 이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센터장 개인의 희생만으로는 부족하다. 조직 차원에서 권한을 위임하고, 역할의 경계를 다시 긋고, 무엇을 과감히 중단할 것인지 합의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일을 해내라는 주문이 아니라, 리더가 본연의 설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제거해주는 조직의 결단이다.

당신의 컨택센터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과거의 관성으로 현재의 변화를 막으려 애쓰고 있지는 않은가. 변화의 흐름을 탐지했다면, 이제는 버리는 설계부터 시작할 때다.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 성신여대 외래교수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press@newsprime.co.kr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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