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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의 역습…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지나
edaily | 2016-02-14 14:18:08
- 강력한 모르핀에 개선은 커녕 금융산업부터 괴사
- 내성 생긴 경제…어떤 자극도 안 통한다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세계 경제에 금융위기의 어두운 그림자가 또다시 드리워지고 있다. 금융주를 시작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해 불길한 기운이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몇 차례 블랙 마켓이 연출되긴 했지만 이번에는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동안 강력한 모르핀에 의지해 연명했던 전 세계 경제가 내성이 생긴 탓인지 이제는 강도 높은 처방에도 반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구원투수로 나선 중앙은행이 리스크를 키우는 모양새다.

◇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지나

위기의 전조는 금융업종에서 먼저 나타났다. 설 연휴 기간 나온 도이치방크 코코본드의 이자지급 중단 우려가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S&P는 도이치뱅크 코코본드 등급을 강등했고 글로벌 금융주는 일제히 폭락했다. 도이치방크가 54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공개매수하겠다면서 진화에 나섰고 주말 금융주가 반짝 반등하긴 했지만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워보인다.

도이치방크는 이달 들어 20% 가까이 하락했고 크레디트 스위스, 소시에테 제네랄 등도 20% 이상 밀렸다. 일본 미츠비시UFJ파이낸셜그룹도 올들어 40% 가량 떨어졌다. 일부 은행주는 2008년 리만 사태 때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신용부도위험도 껑충 뛰었다. 시장조사기관 마킷에 따르면 유럽 은행의 평균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2013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JP모간 등 미국 투자은행 CDS 프리미엄도 일제히 올랐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있는 도이치방크의 CDS 프리미엄은 연초 95bp에서 최근 268bp로 수직상승했다. 2011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의 데자뷰가 느껴질 정도다.

사실 금융사가 이렇게 된 이유는 중앙은행에 있다. 초저금리는 예대마진을 먹고 사는 금융사 수익성을 갉아먹는 요인이다. 여기에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하면서 치명타를 맞기 시작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일본은행까지 전례없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것은 제로금리로도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돈을 은행에 맡겨도 이자는 커녕 되레 수수료를 내야 하니 그 돈으로 주식이나 부동산, 실물에 투자할 것이고 경기도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도통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기대했던 효과는 안 나타나고 금융업종이 먼저 괴사하기 시작했다. 금융사 수익성이 악화하면 자본에 대한 완충장치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금융 시스템 위기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휘청이는 금융사, 무력해지는 통화정책

문제는 금융사 위기로 중앙은행의 통화완화정책이 무력해진다는 점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유상증자나 채권발행을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기업이나 가계에 신규 대출을 확대하기 어려워진다. 유럽과 일본의 초금융완화정책이 추진하고 있는 대출 확대 효과가 나타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샤샤 스테펜 만하임대 교수는 “은행 의존도가 높은 유럽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물가상승률을 높이는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ECB는 더 압력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은행 대출은 3년간 감소세를 보이다 작년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12월에는 다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정부를 제외한 유럽 거주자에 대한 대출은 작년 12월 0.4% 증가해 3개월 최저를 기록했다.

은행들의 자금조달 수단인 채권발행도 씨가 말랐다. 올들어 유럽에서 채권을 발행한 은행은 이탈리아의 인테사 산파올로와 프랑스 크레디트 아그리콜이 유일하다.

마르코 트로이아노 스코프 이사는 “과거 ECB가 통화완화책을 내놓으면 민간 은행들은 대출 조건을 완화했다”며 “하지만 시장 변동성 때문에 은행들이 대출을 조인다면 ECB의 노력은 무효가 된다”고 말했다.

금융변수도 공식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마이너스 금리의 예상경로 중 하나는 자국 통화가치 하락→수출 증가→경기호조다. 그러나 최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추가 양적완화 발언을 한 이후 유로화는 더 올랐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이후 엔화가치도 급등했다. 지난 12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마이너스 금리의 도입 가능성에 대해 “검토는 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미국 증시는 잠깐 반응하는데 그쳤고, 결국 하락마감했다.

통화완화를 하면 돈이 돌면서 금융·자산가격이 올라가고 실물경제가 활기를 띠어야 하는데 경제가 유동성에 더 반영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진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너무 오랫동안 과도한 유동성이 공급됐다.

그나마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괜찮았던 미국 경제에 대해서도 점차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60명 이상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향후 12개월 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조사한 결과 21%로 집계됐다. 전월 17%에 비해 높아진 것이며 2012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가 나쁘지는 않지만 다른 국가들이 지지부진하니 미국도 버텨낼 재간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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