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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능력되면 빨리 이직해 달라"는 중소기업 사장의 호소와 눈물
한국경제 | 2017-06-28 01:04:34
‘2020년 최저임금 시급(時給) 1만원’ 인상을 앞두고 선(先)구조조
정에 나서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는 보도(한경 6월27일자 A5면)다. 경기 침체
로 일감이 줄고 있지만 인건비는 가파르게 올라 버티기 어렵다는 게 중소기업인
들의 하소연이다. 직원들에게 “이직할 능력이 되면 하루라도 빨리 옮겨
달라”는 호소도 등장했다고 한다.

6470원인 올해 시급을 1만원에 맞추려면 3년간 매년 15.7%씩 올려야 하니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의 최저임금 인상폭이 연 2~3%, 높아
도 5%를 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
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3년간 추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약 176조원이다.
저(低)임금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높은 영세 제조업체엔 치명타다. 외국인 근
로자 시급을 최저임금으로 주더라도 잔업 수당과 숙식비 등을 포함하면 월 250
만~300만원에서 월 350만~400만원으로 늘어난다. 영세 기업이 견딜 수 있는 한
계를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중견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시간 단축(주 68시간→5
2시간)까지 시행되면 인건비가 최대 수백억원씩 증가한다는 게 중견기업연합회
분석이다.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자동화를 통해 고용을 줄이거나, 해
외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아니면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등 노조 측은 어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4차 전원회의
에서 총파업까지 거론하며 당장 내년부터 ‘시급 1만원 시행’을 압
박했다. 정부도 친(親)노조 성향이어서 기업들은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이 “소상공인은 다 죽을 판인데 최저임금
1만원 인상에 반대하면 ‘탐욕스런 자본가’로 몰리는 사회 분위기
가 개탄스럽다”고 할 정도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인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취약 계층의 임
금을 올리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인상 폭과 속도다. 최저임금을
크게 올렸더니 기업이 힘들어지고 근로자도 해고 위험에 내몰리는 ‘최저
임금의 역설’이 우려된다. 기업도 살리고 근로자도 살릴 대책을 먼저 마
련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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