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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박테리아가 '슈퍼 재난'이 되기 전에 해야할 일
한국경제 | 2019-01-16 16:35:46
2016년 발표된 영국의 ‘항생제내성대책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2
050년 이후 세계적으로 한 해 1000만 명이 항생제 내성 세균 감염으로 목숨을
잃고 11경원에 달하는 사회적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감염병은 바이러스나
세균, 곰팡이 등이 인체에 침투해 이상을 일으키고 사망에 이르게 하는데 감염
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으로 전파된다.

병원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인류는 치료제를 계속 개발해왔다. 100세 시
대가 온 것도 병원균과의 싸움에서 어느 정도 승리했기 때문이다. 일찍이 플레
밍이 개발한 페니실린과 같은 항생제로 인류는 대승을 거둔 것처럼 보였다. 하
지만 인도에서 ‘NDM-1’이라는 유전자를 가진 세균처럼 모든 항생제
가 무용지물인 슈퍼박테리아가 출현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세계보건기구
(WHO)를 비롯한 국제기구와 각국 보건당국은 대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슈퍼박테리아가 생기는 이유

왜 갑자기 슈퍼박테리아가 나타났을까. 박테리아도 생명체라 외부의 다양한 스
트레스를 극복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박테리아는 외부에서 갑자기 특별한 화
학물질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 항생제 공격에 대항해
박테리아는 세 가지 극복 방법을 만들어냈다. 먼저 세포 속으로 들어온 항생제
를 빨리 밖으로 내보내는 분비시스템을 활성화한다. 또 항생제가 세포 속에 들
어오더라도 이를 곧바로 분해해 무용지물로 만든다. 항생제가 공격하는 세포벽
이나 세포벽을 생성하는 효소의 항생제 공격 포인트(분자 타깃)를 변형시켜 항
생제가 들어오더라도 아무런 일을 못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슈퍼박테리아에 의한 국내 사망자 수는 아직 모른다. 정확한 숫자를 알기 위한
사업이 진행 중이다. 미국, 유럽 등 의료체계가 잘 구축된 나라는 슈퍼박테리
아의 위협을 일찍이 인지하고 가장 먼저 사망자 수를 집계했다. 슈퍼박테리아
정책을 뒷받침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건강한 사람의 변이 내성균 없애

슈퍼박테리아에 대처하기 위해 인류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3년 학
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게재된 한 논문은 사람의
변에서 대안을 찾고 있다. 유럽 요양병원 노인들에게 설사병을 유발하는 클로스
트리이움 디피실이란 세균을 제거하기 위해 다양한 항생제를 사용했지만 내성균
만 늘어나는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건강한 사람의 변을 풀어서 먹였더니 80%
이상의 완치율을 보이고 재발하지 않았다. 6년이 지난 지금은 국내 병원에서도
원하면 시술받을 수 있고 냄새만 빼면 이만큼 좋은 치료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
다.

항생제를 개발하는 데 10년 동안 3000억원 이상이 들어간다. 그러나 기껏 개발
한 항생제가 시장에 나오고 3~4년 내 내성이 생기기 일쑤다. 이렇게 버려지는
항생제를 다시 이용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미생물학자들은 플레밍이 최
초로 개발한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분해하는 효소를 다시 무력화하는 물질을 개
발해 페니실린과 병용 투여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2015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한 논문은 토양칩이라는 획기적인 기술로
새로운 항생제인 텍소박틴을 개발했다. 자연에 존재하는 세균을 그대로 배양해
항생물질을 분리했다. 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은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
았다.

국민, 기업, 국가 모두 나서야

국민, 기업, 국가가 나서지 않으면 30년 뒤에는 연간 3000만 명이 슈퍼박테리아
로 사망하는 재앙을 피하기 힘들다. 개인은 손 씻기와 슈퍼박테리아에 대한 경
각심을 가져야 한다. 기업은 항생제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내성이 생겨
못 쓰게 되더라도 항생제 개발을 멈춘다면 재난은 더 빨리 우리를 덮칠 것이다
.

국가도 할 일이 많다. 2016년 8월 보건복지부가 국가항생제내성관리대책을 발표
한 이후 다양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하는 ‘원헬스 항
생제 내성 과제’는 인체뿐 아니라 항생제 내성의 또 다른 원천인 동물을
포함해 포괄적인 모니터링 방안을 모색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 국가
차원의 슈퍼박테리아 극복 로드맵이 필요하다. 슈퍼박테리아 문제는 흡사 &lsq
uo;군대’나 ‘소방서’와 같다.

오늘 일이 생기지 않더라도 문제가 일단 발생하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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