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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교생들, 인디언계 참전용사에 "장벽세우라" 모욕
파이낸셜뉴스 | 2019-01-20 21:47:05
학교 측 "가톨릭이 지향하는 인간의 존엄성에 반하는 행위" 질책

/사진=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미국 십대들이 워싱턴DC 소재 링컨기념관 인근에서 열린 인디언 인권 옹호 집회를 하던 인디언계 베트남전쟁 참전용사를 둘러싸고 모욕하는 영상이 퍼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십대들은 참전용사를 등지고 에워싸며 "장벽을 건설하라"고 외쳤다.

19일(현지시간) CNN,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해당 영상에는 인디언 전통 북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는 인디언계 베트남전 참전용사를 바라보며 한 십대 소년이 비웃고 있는 장면이 포함됐다. WP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문구가 새겨진 빨간 모자를 쓰고 인디언 남성과 대치한 학생은 냉혹하고 능글맞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주변 다른 십대 학생들은 이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며 웃거나, "장벽을 건설하라" "트럼프 2020"이라며 구호를 외쳤다.

이들 학생은 미국 켄터키주 소재 코빙턴 가톨릭고교 재학생으로, 전날 워싱턴DC 링컨기념관 광장에서 열린 낙태 반대 집회에 참가했다가 같은 장소에서 인디언 인권 옹호 집회를 하던 참가자들과 마주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생과 맞닥뜨린 참전용사는 네이선 필립스(64)로, 그는 네브래스카 북동부지역의 토착 원주민인 오마하족 원로이자 인디언 인권 운동가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필립스는 WP와 인터뷰를 통해 "낙태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인디언 인권 옹호 집회를 향해 조롱하기 시작했고 일부 낙태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장벽을 세우라'고 외치며 분위기가 험악해졌다"면서 "자리를 빠져나가야 겠다고 생각하면서 움직이려는데 그 학생이 내 길을 가로막고 노래 부르는 의식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CNN은 참전용사의 말을 빌려 그가 부른 노래는 악화된 분위기를 진정시키는 치유의 기도라고 전했다.

이 영상은 삽시간에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전파됐고, 미국 사회에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학교와 지역 가톨릭교구는 공동 성명에서 학생들의 행동을 규탄했다.

이들은 "우리는 코빙턴 가톨릭고교 학생들이 지난 18일 워싱턴DC에서 낙태 반대 집회에 참가 후 네이선 필립스를 비롯한 인디언계 원주민 사이에 일어난 행위들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며 "필립스께 깊은 사과를 올린다. 이번 학생들의 행동은 가톨릭이 지향하는 사람에 대한 위엄과 존경에 반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퇴학까지 포함해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해 다른 영상에서 필립스는 눈물을 훔치며 "나는 학생들이 장벽을 세우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여기는 인디언들의 땅이다. 장벽을 세울 이유가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이어 "나는 그 어린 학생들이 굶주린 이들을 돕는, 진정 위대한 나라를 만드는데 힘을 쏟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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