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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하고 신재생에너지로 대체? 미세먼지 더 심해질 것"
한국경제 | 2019-02-07 13:50:44
당위와 주장으로 점철된 ‘탈(脫)원전’ 논쟁을 통계와 수치에 기반
한 토론으로 전환하자는 학자의 시도가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주인공은 이현철 부산대 교수(원자력시스템전공·사진). 한 인터넷 매체
에 게재한 ‘재생에너지에 대한 무조건적인 맹신을 바로잡습니다’란
이 교수의 글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 화제가 됐다. 반론 형식으로
쓴 글은 전문가답게 통계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반박한 점이 인상적이다.

그는 “태양광으로 우리나라 전력 100%를 공급하기 위해선 국토 면적의 4
.2%면 된다”는 환경운동단체 인사의 에너지정책 전환 주장에 대해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필요 면적은 4.2%가 아닌 5.4%로 우리 국토의 70%가
산지임을 감안하면 이는 평지 면적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고, 설령 태양광 발
전소를 그만큼 설치한다 해도 1년 내내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잉여전력
을 저장하는 에너지 저장장치(ESS)가 필수며, ESS 배터리 수명을 감안할 때 연
간 50조원 이상씩 들어갈 것으로 추산돼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식이다.

뿐만 아니라 “△전기가 많이 필요한 낮에는 태양광으로 발전하고 풍력발
전은 기저전력을 담당하면 된다 △재생에너지를 통해 독일과 덴마크는 전기 수
출국이 됐다 △재생에너지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 등의 주장에도
객관적 수치를 근거로 반론을 폈다. 현실적 문제점을 과학적으로 분석, 탈원전
찬반 어느 쪽이든 귀담아들을 대목이 많다는 반응이 쏟아진 이유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용인 경희대 국제캠퍼스에서 만난 이 교수는 “재생에
너지의 가치를 부정하진 않지만 그 한계에 대해서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면서 “일례로 노후 화력발전소를 멈추고 가스발전으로 대체할 경
우 원전에 비해 미세먼지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다. 100%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실제론 불가능한 얘기”라고 강조했다.


- 여당 중진 송영길 의원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검토를 언급하면
서 탈원전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검토는) 불가피한 선택이라 본다. 환
경운동단체나 여당 주류에서는 송영길 의원 발언이 시대착오적이라고 몰아가는
데 절대 그렇지 않다. 에너지 전환은 주장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실현가능
한지, 문제는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인가.

“석탄(갈탄) 화력발전 대안으로 친환경적이라며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을 밀고 있지 않나. 미세먼지 대책이라는데 화력발전보다야 덜하겠지만 LNG도
미세먼지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원전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화력발전의
미세먼지 발생량이 100이면 LNG는 60 내외, 원전은 1~2 수준이다.”

- LNG 발전으로도 어쨌든 미세먼지가 줄어든다는 것 아닌지?

“화력발전이 전력 수요의 40% 정도를 생산한다. 이걸 없애고 재생에너지
로만 하자는 건데,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충당할 수 있는 수요는 최대 20%밖에
안 된다. 전기 저장 문제 때문에 그렇다. 나머지 80%를 LNG 발전에 의존하면 어
떻게 되겠나. 계산해보자. 기존 화력발전 미세먼지 발생량에 점유율을 곱하면
100×0.4=40, 반면 LNG 발전은 60×0.8=48. 결국 후자가 더 많은 미
세먼지를 배출한다. 원전이 미세먼지 문제의 실질적 대안이 될 것이란 원자력계
의 주장은 이러한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 수치로 나오니 쉽게 비교 가능하다.

“가능한 정확한 비교가 기본이 돼야 하고, 다른 요소를 추가로 참조할 필
요가 있다. 사실 가스발전은 수치상보다 미세먼지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화력
발전소는 도심에서 먼 곳에 지어지는 반면 LNG 열병합발전은 인구가 밀집된 수
요지 인근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 화력발전을 대체해야 한다는 점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그 대안
이 원전이냐, 신재생에너지냐로 갈리는 게 문제인데.

“재생에너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태양광·풍력발전으로 전력
수요를 100% 공급할 수 있느냐도 문제지만, 산술적으론 가능한데 실제로는 불가
능한 경우를 특히 눈여겨봐야 한다. 잉여전력 저장 문제가 핵심이다. 배터리 E
SS 가격(메가와트시·MWh당 5억원 이상), 수명(15년 내외), 우리나라 일
평균 전력사용량(2017년 기준 1500GWh/일) 등을 토대로 계산하면 하루 사용전력
저장을 위해 필요한 배터리 ESS에 총 750조원, 연간 50조원씩 투자해야 한다.
비용뿐 아니라 필요한 리튬 양만 11만3000톤에 달한다. 2017년 전세계 리튬 생
산량(4만3000톤)의 2.5배다. 기술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ESS로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단 뜻이다. 장마철처럼 며칠씩 해가 나지 않는 시기는 아예 답이 없다
.”

-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당장은 안 되더라도 앞으로는 가능해지지 않겠나.

“한 마디로 배터리 ESS가 지금보다 성능이 100배 향상되거나 경제성이 1
00배 개선될 경우에야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본다. 사실 그런
식으로 ‘미래엔 가능할 것’이란 전제를 깔고 얘기하면 원전도 마
찬가지로 사용후 핵연료 처리기술이 더 좋아지지 않겠나.”

그러면서 그는 배터리 전문가 프랭크 엔드레스 교수의 “ESS 없는 에너지
전환은 기술적으로 불가하며 ESS를 사용하는 에너지 전환은 경제적으로 불가하
다”는 발언을 인용했다. 신재생에너지 전환모델로 주목하는 독일을 본받
으려면 이같은 독일 전문가의 과학적 견해에도 함께 귀 기울여야 한다는 취지다
.

- 원전 사고에 대한 원초적 우려가 있는 건 사실 아닌가.

“원전 사고가 절대 안 난다고 하진 않겠다. 작은 확률이지만 가능성이 제
로(0)는 아니다. 단 사고 발생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시설은 갖추고 있다. 흔히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떠올리는데 우리나라 원전은 만에 하나 사
고가 나도 그렇게 피해가 심하진 않을 것이다.”


- 근거는?

“격납용기 차이(그림 참조)다. 후쿠시마 원전은 원자로를 둘러싼 격납용
기가 무척 작았다. 내부 3cm 두께 강철, 외부 콘크리트 구조였다. 우리나라 원
전은 다르다. 격납용기 자체가 크고 내부 강철에 1.2m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로
감쌌다. 만약 폭발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격납용기가 막아내 방사능은 흘러나오
지 않거나 극미량만 누출될 것이다.”

- 실제 사례가 있었나.

“1979년 미국 스리마일아일랜드(TMI) 원전에서 사고가 난 적 있다. 원자
로 내 핵연료봉 냉각이 부족한 탓에 노심이 녹아내렸고 수소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격납용기가 폭발을 견뎌내 방사능 노출은 거의 없었다. 불활성 가스를
일부 내보낸 게 문제였는데, 인근 주민들에겐 흉부 X선 촬영 1회 정도 영향만
있었던 걸로 조사됐다. 국내 원전들이 채택한 격납용기는 TMI 원전과 유사하다
.”

- 사고시 피해가 과장된 면이 있다?

“그렇다. ‘일본처럼 안전에 신경 쓰는 나라도 저랬는데 우리나라처
럼 안전 불감증이 만연한 나라는 오죽할까’라는 논리는 사실과 다르다.
적어도 원전 분야에서만큼은 일본의 안전강국 신화는 허상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사고였다.”

- 탈원전 반대는 ‘원자력 마피아’의 밥그릇 챙기기란 시각도 있는
데.

“원자력전공 교수들의 탈원전 반대 이유는 간명하다. 원전이 시장경쟁을
통해 퇴출되는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지금의 탈원전 행보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정책의 기반은 정성적 판단이 아니라 정량적이고 합리적인
산정임을 명심해야 한다. 에너지 정책 전환은 수십년 걸리는 작업이다. 그 첫
걸음은 미세먼지를 대량 배출하는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이미 많이
진행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것이 돼야 한다.”

- 당정은 공론화를 통해 탈원전 방향이 정해졌다는 입장이다.

“사실무근이다. 엄밀히 말해 당시 공론화는 탈원전을 다룬 게 아니었다.
신고리 5·6호기 추진 여부에 한정된 공론화였다. 공론화위원회 참여자
대상 설문조사 일부 질문 항목에 대한 답변을 근거로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였
을 뿐이다.”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범국민 서명 운동본부
’는 지난달 30만명 이상이 참여한 공개청원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온라인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것은 아니지만 공식 답변요건인 청원인 20만명을 훌쩍
넘겼다. 아직 청와대의 ‘응답’은 없다.

용인=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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