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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클라우드 서버업체 '진퇴양난'…기술 뒤처지고, 정부지원도 부족
한국경제 | 2019-08-23 02:22:16
[ 홍윤정 기자 ] 국내 기업 전산실에 서버를 납품하는 A사는 요즘 진퇴양난에
빠졌다.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클라우드를 도입하고 있어서다. 클라우드 시장
을 뚫어야 하지만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게 만만찮다. 일단 발주 업체가 요구
하는 성능 등 서버 품질기준이 까다롭다. 국내 시장을 장악한 외국 클라우드 기
업들은 국내 서버 업체에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서버들은
자체 주문 방식으로 해외에서 들여온다.

서버 시장 꽉 잡은 미국·대만

클라우드산업이 커지고 있지만 서버를 만드는 국내 하드웨어 업체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의
클라우드 육성 정책에도 서버를 비롯한 하드웨어 지원 방안은 쏙 빠져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클라우드 업체들은 데이터센
터라는 물리적 공간을 만든다. 고객사들의 데이터를 보관하고 처리하는 게 데이
터센터 역할이다. 데이터센터엔 서버 역할을 하는 고성능 PC가 적게는 수만 대
, 많게는 수십만 대가 들어간다. 서버용 PC는 사양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클라
우드 센터용 제품을 기준으로 1000만원이 넘는다.

서버 등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의 주축은 미국과 대만 기업들이다. 1, 2위는 미
국의 델, 휴렛팩커드(HP)가 차지하고 있다. 대만 기업들은 자체 상표 없이 상품
을 제조하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형태로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에 맞춤형
서버를 제공한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대만 ODM 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버 시
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9%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서버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 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한 서
버업계 관계자는 “기존 전산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장까지 감안해도 국내 시장에서 토종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5%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하드웨어 빠진 클라우드 정책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의 잠재력은 상당하다. IDC는 클라우드 정보기술(IT) 인프
라에 대한 지출이 5년 평균 7.5% 성장해 2023년에는 940억달러(약 114조원)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 시장의 성장 속도는 글로벌 평균을 앞설 것으로 전망
된다. 국내 기업들의 클라우드 도입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27위
)에 머물고 있어서다. 글로벌 경쟁을 위해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국내 기업이 급
증하고 있는 만큼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도 함께 커질 것이란 논리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발표한
‘클라우드 컴퓨팅 실행(ACT) 전략’의 핵심은 소프트웨어 육성 정
책과 공공 클라우드 확대다. 하드웨어와 관련된 정책은 쏙 빠져 있다.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도 소프트웨어진흥과다.

주변국 판단은 다르다. 대만은 2010년부터 ‘클라우드 컴퓨팅산업 발전 방
안’을 마련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을 균형 있게 지원하고 있다. 중국
은 산업정보화부(MIIT)에서 클라우드 육성 전략을 세웠다. 핵심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자체 표준을 만드는 것이었다. 해외 기업의 중국 진출을 어렵게 하
는 ‘장벽’을 만드는 게 표준을 만든 목적이다.

“서버 기술 개발 유인 없어”

국내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이 없는 것도 문제다. 삼성전자가 2008년 서버 사업
에서 손을 뗀 이후 기술 수준이 답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몇몇 중소기업들이
미국이나 중국 등에서 부품과 설계도를 가져와 조립한 후 주문자 상표를 부착
해 납품하는 정도다. 서버 기술의 핵심인 메인보드를 설계할 수 있는 기업은 거
의 없다. 한 클라우드 업체 관계자는 “초기에는 국내 서버를 일부 사용하
다가 지금은 해외 제품만 이용하고 있다”며 “성능이 떨어지는 데다
사후관리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17년부터 전산실용 서버의 국산화 사업을 벌여왔다. 결과물이 나온 것
은 올해 초다. 인텔 중앙처리장치(CPU)를 기반으로 하는 x86 서버 메인보드가
개발됐다.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해외 기업이 만든 메인보드의 품질을
따라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정부는 속도가 2.6㎓ 이하인 서버에 필요한 메인보드를 국내 중소기업들로부터
납품받고 있다. 국내 업체들을 위한 보호장치다. 문제는 이런 제품들 중 상당
수가 ‘무늬만 국산’이란 데 있다. HP나 후지쓰제품을 브랜드만 바
꿔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부지기수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메인
보드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유인이 없다”고 토로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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