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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뒤가 무섭다" 총 사러가는 미국인
한국경제 | 2020-11-01 07:08:40
[ 주용석 기자 ] “총알 값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전보다 3배나 뛰었습
니다. 그나마 총알을 구하기도 어려울 지경입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의 한 총기 판매점. 가게
주인 버니 브레이너 씨는 “요즘 총기와 총알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물건을 구하기 어려울 만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는 “인기 있는 일부 권총은 재고가 거의 없다”고 했다. 인종차별
항의시위와 폭동사태에서 촉발된 총기 수요 증가세가 대선(11월 3일)을 앞두고
다시 고조되고 있다. 대선 결과를 놓고 양측 지지층이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되
는 등 사회적 불안감이 반영된 탓이다.

브레이너씨에 따르면 호신용 권총에 쓰이는 9㎜(지름) 총알 가격은 코로나19 확
산 전인 3월 초만 해도 개당 20센트 정도였지만 지금은 60센트로 올랐다. 총기
구매자들은 보통 한 번에 1000발 단위로 총알을 산다. 총알 1000발을 사려면
600달러를 내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총알 사재기’ 때문에 총알을
사고 싶어도 제때 못 사는 경우가 많다. 일부 총기 판매점에선 총알 수요를 감
당하지 못해 하루에 살 수 있는 총알 수량을 제한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브레이너씨와 사무실을 같이 쓰는, 익명을 원한 총기업계 종사자는 “공급
부족으로 요즘 해외에서 총알 수입이 늘었다”며 “동유럽산 총알은
가격은 싸지만 품질이 나쁜 데 반해 한국산 풍산 총알은 가격 대비 품질이 좋
아 인기”라고 했다.

총기 구매는 올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는 공식적으로
전국 단위 총기 판매량을 집계하는 곳이 없다. 대신 총기 구매 희망자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범죄이력조회시스템(NICS)을 통해 총기 구
매 수요를 가늠해볼 수 있다. 총기는 원칙적으로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만
살 수 있으며 범죄 전과나 정신병력이 있으면 구매가 제한된다.

기자가 이 시스템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올 들어 9월까지 신원조회 건수는 2882
만 건에 달했다. 이는 199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이자 지난해 연간 신원
조회 건수 2836만 건을 넘는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40%가량 늘었다.

총기 판매가 늘어난 건 한마디로 불안감 때문이다. 올해 3월 코로나19가 확산한
게 발단이었다. 지난 5월 이후 한동안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전국적으로 번지고
일부 지역에서 폭동이 발생했다. 상당수 상점들이 약탈을 당하는 장면이 TV나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면서 미국인들 사이에선 ‘공권력이 나와 우리 가
족을 지켜주지 못할 것’이란 불신이 커졌다. 여기에 대선 후 승패를 알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면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는 흉흉한 전망까지 나오면서 총기 수요를 부채질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유권자 26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의 41%,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 지
지자의 43%가 상대측의 승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답했다. 특히 트럼프 지지
자의 16%, 바이든 지지자의 22%는 지지 후보가 대선에서 패할 경우 시위나 폭력
까지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한 총기업계 관계자는 “대선 결과에
따라선 최악의 경우 봉기가 일어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올 들어 총기 판매가 급증한 데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처음으로 총기를 사는 &
lsquo;최초 구매자’가 많았다는 점이다. 미 총기 제작사 스미스&웨슨의
마크 스미스 사장은 지난달 3일 실적 콘퍼런스에서 “올해 총기 판매의 약
40%는 ‘총기 초보자들’의 구매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총기는 주로 백인 남성, 공화당 지지자들이 찾았다. 이들은 올해 사회가
불안해지자 총기와 총알 구매를 늘렸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총기를 꺼렸던 여
성, 노인, 유색인종, 민주당 지지자들까지 총기 구매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업
계에선 보고 있다.

한인들도 총기 구매 대열에 가세했을 가능성이 높다. 버지니아주에 사는 한 동
포는 “1992년 LA(로스앤젤레스) 흑인 폭동 때 총을 가진 한인들은 자신을
지켰다”며 “이후 한인들도 총기 구매를 늘렸는데, 요즘 사회가 불
안해지면서 총을 사는 한인들이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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