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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도 유통 플랫폼으로…이마트 정용진의 파격 승부수
한국경제 | 2021-01-26 01:00:23
[ 박동휘/강경민/차준호 기자 ] SK 와이번스 야구단이 이마트에 매각된다. SK
그룹이 2000년 쌍방울 레이더스를 인수해 운영한 지 21년 만에 신세계그룹에 구
단을 넘기기로 했다.

25일 경영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SK 와이번스 최대주주인 S
K텔레콤과 SK 와이번스 인수 협상을 마무리하고 조만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이르면 26일 이사회를 열어 SK 와이번스 인수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야구단 인수를 추진해 왔다”며 &l
dquo;이마트 및 신세계그룹 고객과의 접점 강화를 위해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SK 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도 “
프로야구의 발전 방향에 대해 신세계그룹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인수 방식과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시장에선 두산 채권단이 두산
베어스 야구단을 매각할 경우 적정가를 2000억원 안팎으로 책정한 적이 있는 만
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마트의 SK 와이번스 인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
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부회장은 쇼핑의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오프라인에서만 누릴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왔다.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신세계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 라이
온즈 야구단 지분 향방에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신세계는 삼성 라이온즈 지
분 14.5%를 보유한 3대 주주다.

SK그룹은 SK 와이번스 구단을 매각하는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SK 와이번스는
SK텔레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지만, 구단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다.

SK 와이번스는 그동안 포스트시즌에 12번 진출해 4회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하
는 등 리그 내 강팀으로 자리잡았다. SK 와이번스는 매년 손익분기점을 넘나드
는 등 수익 측면에선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이마트 '올라인 전략' 속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사진)은 수년 전부터 “유통의 영역을 확장하라&rd
quo;고 강조하곤 했다. 2015년엔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틀을
깨는 변신’을 주문하며 “식품, 의류, 가전 같은 기업은 물론이고
주말에 우리의 잠재적 고객을 흡인하는 야구장과 놀이공원도 신세계그룹의 경쟁
자”라고 말했다. 올 신년사에선 “고객의 변화된 요구에 광적으로
집착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위기 의식을 불어넣기도 했
다. 이마트의 SK 와이번스 인수는 업종 간 경계를 넘어 전방위로 전개되는 커머
스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마케팅 확대하는 이마트
재계에선 이마트의 이번 인수에 대해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을 결합한 &lsquo
;올라인(all-line)’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특히 SSG닷컴이란 온라
인 유통을 강화하기 위해 야구단 인수를 전격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마트 관계
자는 “젊은 야구팬들은 대체로 SNS에서도 활발히 활동한다”며 &ld
quo;야구장에서 이마트가 지닌 다양한 체험적 요소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가 야구단 인수의 적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
로나19)이 완화될 경우 야구장으로 수백만 명의 관객이 돌아올 것이란 예상에서
다. 2017년 연간 프로야구 관중 수는 840만 명에 달했다. 2019년에도 729만 명
이었다. 작년엔 무관중 경기로 인해 33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대기업 스포츠
단 관계자는 “이마트는 물론이고 정용진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감안하면
프로야구 인기라는 측면에서도 관중 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
다. ‘택진이 형’에 이어 ‘용진이 형’까지 가세하면 국
내 프로야구 발전에도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란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최근 들어 ‘디지털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
로 알려졌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자신의 계정을 직접 운영하며 대중과
격의없이 소통하는 재계 인사로 유명하다. 유통은 플랫폼 전쟁 중
유통업계에선 이번 이마트의 결정이 유통업이 플랫폼 전쟁으로 진화 중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등 기존
유통의 한계를 넘어서 지속적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히
지 않고선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얘기다. 쿠팡만 해도 빠른 배송을 무기로 지난
해 거래액이 22조원을 넘어섰다. 이마트의 지난해 총매출(별도 기준) 15조원을
훌쩍 넘어선 규모다. 네이버 쇼핑과 카카오커머스는 각각 검색과 채팅이라는
막강한 플랫폼을 무기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팬 플랫폼’의 등장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1
5일 엔씨소프트는 K팝 콘텐츠를 유통하는 앱인 ‘유니버스’를 내년
초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선 콘텐츠 유통에 ‘커머스’ 기
능을 붙이면 팬 플랫폼이 기존 유통업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말
까지 나오고 있다. 네이버가 쇼핑 진출에 이어 SM엔터테인먼트와 연합해 한류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편 SK그룹의 야구단 매각과 관련해선 SK가 스포츠단 전체를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협회장을 맡고 있는 핸드볼을
제외하고 야구, 농구단 등을 순차적으로 팔 수 있다는 것이다.

박동휘/강경민/차준호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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