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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로 40억弗 날린 멜빈캐피털…美개미군단, 월가 흔들었다
한국경제 | 2021-01-29 00:50:23
[ 김현석 기자 ] 게임스톱 공매도로 미국 헤지펀드들이 초대형 손실을 본 이번
사태는 젊고 똑똑한 개인투자자 증가가 소셜미디어의 힘과 결합돼 나타났다.
과거 개인들은 헤지펀드 등 기관의 정보력과 자금력에 밀려 돈을 잃기 일쑤였다
. 블룸버그통신은 칼럼을 통해 “‘게임스톱 사태’는 돈 버는
기계 월가 금융회사에 대한 분노”라고 진단했다. 개미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건 욕심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누적된 월가에 대한 분노 때
문이란 것이다. 월가 권력지형이 바뀐다

비디오게임 소매업체인 게임스톱은 잊혀진 주식이었다. 작년 8월만 해도 4달러
대였다. 하지만 지난 13일 온라인 반려동물 용품업체 츄이의 공동창업자이자 행
동주의 투자자인 라이언 코언이 이사진에 합류한다는 소식으로 급등하기 시작했
다. 코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신의 벤처캐피털(RC벤처스)을 통해 지분 12.9
%(지난해 12월 말 기준)를 사들인 뒤 “게임스톱이 모든 점포를 팔고 온라
인 유통점으로 변신하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로빈후드 투자자’로 불리는 개인이 가세했다. 주가는
20일 40달러 근처까지 급등했다.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게 공매도 전문 헤지펀
드인 시트론리서치다. 시트론 측은 게임스톱을 ‘실패한 소매업체’
라고 규정하고 “지금 주식을 사는 사람은 포커게임의 멍청이며 주가는 순
식간에 20달러까지 폭락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개미들은 분노했다. 공매도를 일삼으며 큰돈을 벌던 월가 금융사가 또다시 자신
들을 공격하자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의 &lsq
uo;월스트리트베츠’라는 주식 토론방을 중심으로 뭉쳤다. 주식뿐 아니라
주식 콜옵션까지 대거 매수에 나섰다. 이 토론방에 참여한 개인들은 27일 310
만 명에 달했다. 이날 하루에만 70만 명이 불어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
르면 일부 개미는 시트론의 앤드루 레프트 최고경영자(CEO)의 ‘신상털이
’에 나서고 자녀들에게 협박 문자까지 보냈다. 레프트는 결국 21일 공매
도를 포기했다. 주가는 거침없이 올랐다. 22일 게임스톱 주가는 65.01달러까지
급등했다. 장 초반 144% 오른 159.19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위기에 내몰린
공매도 세력
주가 폭등으로 멜빈캐피털 등 게임스톱 주식을 공매도한 헤지펀드들은 주식을
비싸게 사서 되갚아야 하는 ‘쇼트 스퀴즈’에 걸렸다. 멜빈캐피털은
자산(125억달러)의 30%에 달하는 손실을 내 파산위기에 몰렸다. 25일 다른 헤
지펀드인 시타델, 포인트72 등으로부터 27억5000만달러의 긴급자금을 수혈받아
야 했다. 개미에게 콜옵션을 팔았던 기관도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현물 주식
매수에 나섰다. 기관 매수세까지 더해지면서 26일 주가는 92.61% 급등해 147.
98달러로 마감했다. 27일엔 347.51달러까지 올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마
저 트위터를 통해 “Gamestonk!!”란 메시지를 올리며 놀라움을 표했
다. 게임스톱과 맹폭격을 뜻하는 ‘stonk’를 합친 말이다.

그새 월스트리트베츠 토론방에는 “1만달러를 콜옵션에 투자해 1주일 만에
100만달러를 벌었다”는 등 성과를 자랑하는 증권계좌 인증샷이 줄줄이
올라왔다.

개미들은 공매도가 많은 다른 종목들로도 눈을 돌렸다. 미국 최대 극장체인 AM
C엔터테인먼트는 27일 하루 만에 301% 올라 5달러였던 주가가 19.9달러가 됐다
. 익스프레스홀딩스(214%), 코스코퍼레이션(480%), 내셔널비버리지(40%) 등 기
관 공매도가 많은 주식들이 줄줄이 폭등했다. 월가의 우려, “개인의 불장
난”
월가는 우려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풀어낸 막대한 유동성 속에서 나
타나는 거품의 징조라는 것이다. 리처드 번스타인 리처드번스타인어드바이저스
CEO는 CNBC에서 “버블은 여러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지금은 고전적 형
태로 나오고 있다”며 “개인들이 사실상 불장난을 하는 것”이
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민주화가 과도한 희열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
했다”며 “순진함이 아마추어 투자자를 어려운 상황에 빠뜨릴 수 있
다”고 지적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게임스톱의 목표주가를 기존
1.5달러에서 10달러로 높였다. 펀더멘털은 지금의 높은 주가를 뒷받침하지 못한
다는 얘기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성명을 내고 “주식 및 옵션시장
의 시장 변동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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