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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펀드매니저 72% "인플레는 일시적"
한국경제 | 2021-06-16 08:14:08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첫날 회의가 개막한 1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역시 관망세가 지배했습니다. 거래량이 대폭 줄어든 가운데 다우는 0.27% 내렸
고 S&P 500지수는 0.2%, 나스닥은 0.71% 하락했습니다.

관망세는 전날과 비슷했지만, 시장 흐름은 반대였습니다. 주요 지수는 보합세로
출발해 하락 폭을 키우다 다우 지수는 오후 들어 약보합 수준까지 회복했습니
다. 하지만 나스닥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지난 14일은 장 막판 기술주 매수세가 유입되며 나스닥과 S&P 500 지수가 상승
전환하면서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었지요.

업종별로 봐도 애플 아마존 등 거대 기술주들이 모두 1% 이내의 내림세를 보였
고 테슬라는 3%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반면 서부텍사스원유(WTI)가 배럴당 72달
러까지 강하게 반등한 데 이어 에너지업종이 2% 이상 오르고 산업, 금융주 등
경기민감주가 강세를 보였습니다. 이것도 전날과 다른 모습이었죠.

FOMC 결과 발표를 앞두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돌면서, 투자자들이 그 전날의
움직임을 되돌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불안한 모습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
겠습니다.

CNBC의 주식평론가인 짐 크레이머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조금이라도 말실수를
하면 증시가 며칠씩 급락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경제 회복 단계
에서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데 대해 기자들로부터 끝없는 질문 공세
에 시달릴 것이란 얘기입니다. 그는 "파월 의장은 잘 준비되어 있겠지만
물가 급등에 관해 묻는 여덟 번째나 아홉 번째 질문에 ‘보세요. 저는 이
것을 지켜볼 거예요’라고 말한다면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경제지표들은 혼조세를 보였습니다. 다만 시장에 큰 영향은 주지 못했습니
다. 기본적으로 경제 재개 초기여서 각종 노이즈(소음)가 섞여 있는 데다, 세부
적으로 보면 긍정적인 점과 부정적인 점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대비 6.6%, 전월 대비 0.8% 급등한 것
으로 나왔습니다. 시장 예상치(6.2%, 0.5%)를 넘어선 겁니다. 전년 대비 상승
폭은 2010년 11월 자료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였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소비
자물가지수(CPI)와 마찬가지로 '일시적' 요인이 많은 것으로 해석해 큰
충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5월 소매판매는 예상(전월 대비 0.6% 감소)보다 부진한 1.3% 감소로 나타났습니
다. 다만 4월 지표가 애초 0%에서 0.9% 증가한 것으로 수정된 데다, 세부적으로
보면 자동차 전자제품 등 상품 소비는 줄었지만, 옷 구매가 증가하고 푸드서비
스(음식점, 술집), 헬스 등 서비스 구매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재정부양
책 효과 감소 및 경제 재개로 인한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이것도 시장에 큰 영
향은 주지 않았습니다.



5월 산업생산은 예상(전월 대비 0.6% 증가)을 웃도는 0.8% 증가로 집계됐습니다
. 다만 4월 산업생산은 기존 0.5% 증가에서 0.1% 증가로 하향 수정됐습니다. 최
근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자동차 생산이 언제로 잡히느냐에 따라 통계가 왔
다 갔다 하는 형국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이달 FOMC에서 통화정책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강하게 믿고 있다"라며 "만약 변화가 나타난다면 시장이 요
동칠 수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Fed를 전적으로 신뢰하
고 안주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변화는 기존의 흐름
을 뒤바꿀 수 있습니다.

시장이 Fed를 신뢰하고 있다는 건 이날 채권 시장에서 잘 나타났습니다. 미 국
채 10년물 금리는 전날과 비슷한 연 1.498% 수준에서 마감됐습니다. 장중 여러
차례 1.5%대를 노크했고 한때 1.513%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1.5%대에 머무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그만큼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날 오후 실
시된 20년물 국채 입찰(240억 달러 규모)에서도 응찰률이 2.40배에 달해 지난
5월의 2.24배보다 훨씬 높아졌습니다. 낙찰 금리도 당시 시장금리보다 1.7bp나
낮게 형성됐습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발표한 6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FMS)에서도 이
런 투자자들의 Fed에 대한 믿음이 명확히 드러납니다. 이 조사는 지난 4~10일에
실시됐고, 667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224명이 참여했습
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인플레이션이었습니다. 가장 큰 시장 위험으로 4개월 연속 인
플레이션(테이퍼 텐트럼)이 지목됐습니다. 그리고 전체 응답자의 72%는 이런 인
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답했습니다. 물가 상승이 지속할 것으로 본
사람은 23%에 불과했습니다. Fed의 말을 믿는 겁니다. 이날 CNBC가 발표한 경
제학자 설문에서 60%가 '일시적'이라고 답한 것보다도 훨씬 높습니다.




또 Fed가 테이퍼링을 발표하는 시기에 대해 63%가 8월 잭슨홀 회의, 혹은 9월
FOMC라고 답했습니다. 이번 회의, 즉 6월 FOMC라고 답한 이는 4%에 그쳤습니다
.



'일시적'이라고 본 이유 중 하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4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딜 규모가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펀드매니
저들은 평균적으로 인프라딜의 최종 규모가 1조700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
했습니다. 지난 5월 예상치(1조9000억 달러)보다도 더 규모가 줄었습니다.




Fed를 믿다 보니 장기 금리가 오를 것, 즉 채권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질 것이라
고 답한 응답자가 작년 8월 이후에 가장 적은 수준인 60%대로 떨어졌습니다. 이
른바 금리 상승에 대한 걱정이 '정점'을 지난 겁니다.




피크를 지난 건 인플레이션 기대, 글로벌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도 마찬가지였
습니다.



또 '증시를 위협할 수 있는 금리 수준'을 묻는 질문에 대해 연 2.0%라
고 답한 사람은 5월보다 소폭 감소했습니다. 대신 2.25%, 2.5%, 3.0% 등 더 높
은 금리를 언급한 이가 늘었습니다. 그만큼 금리에 대한 면역 수준이 올라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증시의 상승장이 이어질 것이란 자신감도 증가했습니다. '향후 6개월 이내
에 약세장이 올 것'으로 믿는 이는 2%에 불과했고, '향후 6개월 내 발
생할 조정 폭'을 묻는 질문에도 20% 이상이라고 답한 이는 2%에 불과했습니
다. 거의 절반인 47%가 ‘10% 이내’라고 응답했습니다.



또 2024년까지 불황이 올 것이냐는 질문에 68%가 '아니다'라고 답했습
니다.



위험 요인도 있습니다. 이렇게 경제가 좋고 강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믿다 보니
현금 보유비율이 지난달 전체 자산의 4.1%에서 3.9%로 낮아졌습니다. 4% 이하
는 약세장을 부를 수 있는 신호입니다.

주식에 대한 자산 배분(61%)은 다시 올해 들어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고 반면 글
로벌 채권에 대한 자산 배분(-69%)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가장 붐비는 거래'로는 원자재 매수가 꼽혔지만, 그렇게 꼽은 사람이
아주 많지는 않았습니다. 지난달에는 '비트코인 매수'였습니다.



'비트코인이 거품인가'라는 질문에는 지난달보다 더 늘어난 81%가 버블
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들의 현재 포트폴리오를 역사적 평균에 비해보면 원자재, 경기민감주(소재,
은행, 산업주), 영국 자산, 주식 등에 대한 자산 배분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채
권과 유틸리티 주식, 현금에 대한 자산 배분은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지난달 포트폴리오에 비해보면 기술주와 유로존, 소재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것
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유틸리티, 리츠, 텔레콤, 헬스케어 주식 등에 대한 투
자는 감소했습니다.



이건 그냥 설문조사입니다. 그들의 실제 포트폴리오를 분석해서 내놓은 게 아닙
니다. 실제 펀드매니저들의 투자 방향이 아닌 생각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 전반의 흐름을 읽는 데는 상당히 유용한 자료가 아닌가 합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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