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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티비텔] 손여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악녀로 드러낸 진가
파이낸셜뉴스 | 2017-10-17 18:23:05




보통 악역은 선한 편에 서있는 주인공을 빛내기 위해 보조적인 역할로 주로 설정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극악무도한 악행을 일삼는 악역은 배우에게도 ‘이미지 고정’이라는 하나의 덫이나 다름없었다. 이 때문에 과거 많은 배우들이 악역에 부담을 느끼며 회피했다.

하지만 최근에 보여지는 양상은 조금 다르다. 단순히 주인공과 갈등하고 대립하는 것을 넘어서, 서사가 부여되기 시작했고 입체적인 성향으로 진화했다. 이러한 캐릭터를 유려하게 소화할 시에 악역을 연기한 배우는 주인공보다 더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하면서 극 전체를 휘어감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진다.

최근 이러한 수혜를 받은 배우가 있으니, 얼마 전 종영한 김순옥 작가가 집필한 SBS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의 손여은이 그 주인공. SBS ‘아내의 유혹’의 김서형과 MBC ‘왔다 장보리’ 이유리에 이어 미워할 수 없는 또 다른 악녀가 탄생한 것이다. 손여은은 공룡그룹 구필모(손창민 분) 회장의 딸이자 차별이 극심했던 그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어떤 짓도 강행했던 구세경 역을 맡으며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구세경은 넘치는 야망과 욕심으로 남편과 아들을 외면하고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는가 하면, 그로 인해 김은향(오윤아 분)의 딸이 사망했지만 철저히 합리화했다. 결코 용서받지 못할 행위를 이어갔지만 시청자들은 마음 한 구석에 언제나 그녀를 향한 동정심을 지니고 있었다. 단 한 번도 아버지에게 제대로 사랑 받은 적이 없던 구세경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나름의 고군분투를 하고 있던 것.

결국 구세경은 하늘의 심판을 받듯, 유방암에 걸리게 되고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된 그녀는 대립 관계였던 김은향과 함께 진한 우정을 나누게 되면서 아들을 향한 사랑을 배웠고 마침내 잔잔한 죽음으로 고단했던 인생을 끝맺었다.

시청자들은 그녀의 죽음에 ‘사이다’를 느끼기 보다는 아쉬움과 슬픔을 토로했다. 이는 손여은의 소화력이 불러일으킨 결과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언니는 살아있다’의 초반 서사에 손여은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포스터에도 그녀의 자리는 없었다. 그러나 밋밋했던 출발을 결국 탈피해낸 손여은은 유려한 연기력으로 복합적인 캐릭터를 완성해냈고 ‘진짜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갑자기 나타낸 혜성이 아니다. 손여은은 ‘뉴하트’ ‘찬란한 유산’ ‘각시탈’ ‘세 번 결혼하는 여자’ ‘부탁해요, 엄마’ ‘피고인’ 등 다수의 드라마에서 자신의 내공을 천천히 쌓아오고 있었고 이러한 노력과 잠재력을 알아 본 시청자들과 만나 마침내 완전한 날개를 달았다. 한때는 누군가의 닮은꼴로 이목이 집중됐던 손여은이지만 ‘언니는 살아있다’를 통해 자신의 진짜 얼굴을 제대로 내보였다. 그녀가 걸어갈 또 다른 행보에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9009055_star@fnnews.com fn스타 이예은 기자 사진 fn스타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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