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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코로나19에 지쳤나요? 힐링영화 '모리의 정원'
파이낸셜뉴스 | 2020-03-24 18:47:05
영화 '모리의 정원' 보도스틸(영화사 진진 제공) /사진=fnDB


[파이낸셜뉴스] 일본의 저명한 서양화가 구마가이 모리카즈. 그는 창작활동보다는 30여 년 동안이나 작은 정원이 딸린 자신의 집을 떠나지 않고 살아가는 ‘기행(奇行)’으로 더욱 유명하다.

하루 종일 작은 정원에서 곤충, 풀, 흙, 물과 대화하고 연못 속 송사리들을 돌보며 소일하는 그를 가리켜 주변에서는 “요괴 아니면 신선”이라고 말한다. 배가 고프면 아내 히데코가 해주는 밥을 먹고, 정원 속 다양한 생물들과 대화하다가 지치면 그 자리에서 누워 잠을 잔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그의 일상에 어느 날 인근 아파트 공사장 인부들이 그의 집을 찾아오면서 작은 변화가 일어난다. 인부들은 그에게 아파트 공사를 반대하는 환경단체에게 항의운동을 그만하도록 설득해 달라고 한다. 환경단체 사람들은 아파트가 들어서면 모리카즈의 집에 내리쬐는 햇빛을 가려 정원이 파괴된다고 우려한다. 모리카즈는 인부 중 한 명에게 미술 강습을 해주고, 아내 히데코는 인부들에게 밥과 술을 대접한다.

영화 ‘모리의 정원’은 ‘남극의 쉐프’ ‘요노스케 이야기’ ‘딱따구리와 비’ 등으로 국내 알려진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신작이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늙은 화가 모리카즈의 욕심 없는 소소한 삶을 통해 사리사욕을 좇는 현대인들에게 물음표와 쉼표를 던진다.

예술적 성취를 기리기 위해 무공 훈장을 준다는 일본 정부의 권유에도 늙은 화가는 “(그걸 받으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거 같아 귀찮다”고 손사래를 친다. 탐욕스러운 인간 세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원 속 생물들과 조용히 교감하는 화가의 일상은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잔잔한 연출로 스크린에 그려진다.

프레임 속 인물과 곤충, 풀들은 조금씩 움직이고 감독의 카메라는 그들의 미동을 묵묵히 담아낸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연상하게 만드는 컷들은 수채화처럼 맑고 투명하다. 그렇다고 영화가 마냥 심심한 것만은 아니다. 슈이치 감독 특유의 만화적 연출이 간간히 등장해 미소 짓게 한다.

탁월한 캐스팅이라 평가할 만한 두 주연 배우의 좋은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카게무샤’ ‘담뽀뽀’ 등의 걸작과 ‘우주전함 야마토’ 등의 상업영화에서 주, 조연을 가리지 않고 스크린을 묵직하게 채웠던 야마자키 츠토무가 모리카즈 역을 맡아 신선의 경지에 들어선 늙은 예술가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걸어도 걸어도’ ‘태풍이 지나가고’ 등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로 우리에게 익숙한 키키 키린은 화가의 아내 히데코로 등장해 항상 그렇듯 잔잔하지만 깊은 감동을 건넨다. 2018년 암 투병을 하다 세상을 떠난 그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한 번 더 볼 수 있어 반갑고, 더 이상 만날 수 없어 슬프다. 3월 26일 개봉.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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