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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몸값 키우는 "스토킹 호스"란
비즈니스워치 | 2021-06-17 18:05:02

[비즈니스워치] 나은수 기자 curymero0311@bizwatch.co.kr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인수전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매각방식인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가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선 이스타항공이 스토킹 호스 방식을 활용해 매각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몸값도 올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실 매물을 확실하고 빠르게 팔 수 있는 이 매각 방식에 대해 알아봤다.



"이스타항공, 스토킹호스로 흥행성공"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는 사냥 방식에서 유래한 말이다. 사냥꾼이 사냥감을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이 타던 말을 먼저 보내고 쫒아간다는 것에 기원을 뒀다. M&A 시장에서 스토킹 호스는 매물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먼저 보인 수의계약자(임의계약자)를 의미한다. 스토킹 호스와 먼저 사전계약을 맺은 뒤에 본격적으로 공개경쟁입찰을 시작하는 것이다. 수의계약에 경쟁입찰을 결합한 매각 방식이란 얘기다.



국내에 스토킹 호스가 도입된 것은 2017년이다. 파산 위기에 몰린 기업을 빠르게 매각하기 위해 미국 도산법상의 스토킹 호스 제도를 서울회생법원이 도입했다.



서울회생법원 실무준칙 34조를 보면 'M&A 공고를 하기 전 적정한 인수내용으로 인수를 희망하는 자가 있는 경우 관리인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인수희망자와 조건부인수계약을 체결한 후, 인수희망자가 제시한 인수내용보다 더 나은 인수내용을 제시하는 자를 찾기 위해 공개입찰방식에 따른 인수자 선정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나온다.



국내에선 2017년 고려제강이 중견 건설사 한일건설을 인수했을 당시 처음으로 스토킹 호스 방식이 적용됐다. 이후 삼표시멘트, STX건설 등도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새주인을 찾았다. 대우조선해양도 산업은행이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했지만 이후 처음 딜 구조를 맞춘 현대중공업지주 외에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이 없었다.



이스타항공 경우를 보면 지난 5월 성정이 인수희망자(수의계약자)로 뽑혔고, 이번달 본입찰(공개경쟁입찰)에서 단독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쌍방울·광림 컨소시엄이 인수후보자로 선정됐다. 성정과 쌍방울·광림 컨소시엄이 막판 경쟁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스토킹 호스는 확실하고 신속하게 매물을 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토킹 호스 제도가 본격화하기 이전 M&A는 주로 공개입찰을 통해 이뤄졌다. 공개입찰 방식은 기업 가치에 비해 과도한 인수 비용을 쓰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다.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인수자가 움츠려들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스토킹 호스는 사전 계약자가 제시한 금액이라는 잣대가 있어 과도하게 '베팅'할 부담이 덜하다.



매각이 불발될 가능성도 낮다. 사전계약을 통해 수의계약자를 미리 선정하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이 스토킹 호스 방식을 택한 이유도 매각가능성과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이스타항공은 매각 불투명성을 낮출 수 있다는 점과 흥행 요소 등을 고려해 스토킹 호스 방식을 택했을 것"이라며 "지난 5월 예비입찰 당시 10여곳이 관심을 보였고 본입찰에서도 2곳이 참여하는 것을 볼 때 이번 이스타항공의 스토킹 호스는 흥행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칼자루 쥔 성정





스토킹 호스 방식에 따라 '결승전'에 오른 수의계약자와 인수후보자는 어떤 방식으로 승부를 낼까.



여전히 칼자루는 우선매수권을 가진 수의계약자가 쥐고 있다. 공개경쟁입찰에서 선정된 새 인수의향자가 수의계약자보다 더 높은 인수금액을 제시하면 수의계약자는 두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인수를 포기하거나 인수의향자만큼 돈을 더 내고 최종 승자가 되는 것이다.



인수를 포기할 경우 수의계약자는 새 인수의향자로부터 해약보상금(break up fee)을 받을 수 있다. 인수는 포기했지만 공개입찰경쟁 이전에 사전계약을 맺었던 것에 대해 일종의 보상을 받는 셈이다. 반면 수의계약자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경우 입찰에서 선정된 인수의향자는 해약보상금(topping fee)을 받게 된다. 공개경쟁입찰과정에서 지불한 참가비용을 보전해주는 것이다.



이스타항공 딜에서 수의계약자인 성정이 사전계약을 통해 제시한 인수금액은 800억원 안팎,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된 인수의향자 쌍방울 컨소시엄이 제시한 금액은 1000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성정이 800억원에 추가로 200억원을 베팅할 의사가 있느냐에 따라 최종 승자가 가려지는 것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16일 성정에 이스타항공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확인하는 공문을 보냈다. 성정이 오는 18일까지 인수 여부를 법원에 통보하면 법원은 오는 21일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 성정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쌍방울 컨소시엄은 이번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시게 된다. 허희영 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성정 관계사가 운영하는 골프장 매각과 오너의 자금력을 동원해 충분한 인수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며 "수의계약자인 성정이 우선매수권을 갖고있으므로 칼자루를 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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