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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졸·박사 연봉 차이두면 불법?…기업 현장 '대혼란' 온다
한국경제 | 2021-06-21 19:57:57
[ 조미현/안대규 기자 ] 성별, 종교, 성 정체성 등 다양한 이유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차별금지법’이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 10만 명 동의를 얻
어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자동 회부되면서 경제계가 바짝 긴장하
고 있다. 고용, 서비스 공급 등 기업 활동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조항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경제계에서는 차별 금지라는 명분 아래 또
다른 ‘기업 옥죄기’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21일 국회에 따르면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평등에 관
한 법률안’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차별금지법안’에는 기
업에서 채용이나 처우 등의 기준이 되는 학력, 고용 형태 등으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는 규정이 포함됐다. 지난 14일 차별금지법 제정 청원이 국회 국민동의청
원 10만 명의 동의를 얻으면서 이들 법안은 조만간 상임위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

이들 법안에는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조항이 대거 담겨 있다. 채용,
승진, 임금 책정 등에서 차별을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평등법 제13조는
‘모집·채용 공고 시 성별, 학력 등을 이유로 한 배제나 제한을
표현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차별금지법안도 마찬가지다
. 차별의 개념에 학력으로 인한 차별까지 포함해 ‘대졸 공개채용’
도 불법이 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법조계는 해석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비
상임위원을 지낸 이은경 법무법인 산지 대표변호사는 “차별금지법에 따르
면 대졸 공채도 차별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해외 입법례와 비
교할 때 너무 광범위하고 급진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손해배상 조항을 포함하면서 차별했다고 지목받은 사람이 차별 피해에 대한
입증 책임을 지도록 했다. 근로자가 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하면 기업이 차별하
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
차별금지법은 정당한 능력의 차이도 차별로 간주해 ‘아니면 말고’
식의 신고가 급증할 수 있다”며 “일 잘하고 성실한 직원이 역차별
받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학력·고용형태' 등
기업 옥죄는 조항 대거 포함
금융사 대출·카드 발급 때 정규·비정규직 차별 둬선 안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차별금지법이 채용 등 민간 기업의 자율적인 활
동까지 규제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남녀고용
평등법 등 ‘차별금지’를 명시한 각종 현행법과 함께 이중·
삼중 규제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규직·비정규직과 같은 고
용 형태, 학력 등 개인 노력의 결과물로 인한 차별까지 금지하면서 ‘다수
에 대한 역차별’이란 비판도 거세다. ○기업 현장 대혼란 불 보듯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평등에 관한 법률안(평등법)&r
squo;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차별금지법안’ 등 차별금지법상 차
별의 개념은 유례없이 광범위하다. 성별, 장애, 국적, 출신 지역, 혼인 여부 등
뿐 아니라 비슷한 법안이 있는 선진국엔 없는 학력, 고용형태 등의 기준도 포함
됐다.

이런 차별금지 기준은 채용, 승진, 임금, 정년, 해고 등 고용 부문에 포괄적으
로 적용된다. 평등법 제13조는 성별, 학력 등을 이유로 모집·채용의 기
회를 주지 않거나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제14조에서는 임금을 차등 지급하
거나 호봉 산정, 연봉 책정 등 임금 결정 기준을 다르게 정하지도 못하게 했다
. 이렇게 되면 학사, 석·박사 간 연봉 차이에도 ‘차별 시비&rsqu
o;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평등법 제5조)는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했지만, 이 조항이
모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차별금지법은 은행 등 금융회사도 차별금지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평등법 제2
1조는 ‘금융기관의 대출, 신용카드 발급, 보험 가입 등 각종 금융상품과
그 밖에 금융서비스의 제공·이용에서 불리하게 대우하거나 제한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했다. 예컨대 대출할 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 이렇게 되면 갚을 능력이 큰 고신용의 정규직이 역차별을 당
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바른인권여성연합 법률위원장인 정선미
변호사는 “차별을 법에 절대적으로 규정하다 보니 차별로부터 보호받는
쪽과 역차별을 당하는 쪽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차별금지법이 소
수에게 특권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기업 현장에서는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차별금지법에는 고용과 관련해 기
업에 정보공개 의무까지 부여했다. 평등법 제38조는 채용에서 탈락한 취업준비
생이 차별의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할 경우 채용에 활용된 각종 평가표를 정보공
개하도록 했다. 기업(사용자)은 이를 거부할 수 없게 돼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차별금지법 관련 입장에 대해 “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업계 및 협회·단체 등의 의견을 수
렴해 종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ldqu
o;고용상의 차별금지 강화로 기업의 경영 위축, 일자리 축소라는 고용리스크가
우려되므로 신중한 접근이 요망된다”는 업계 의견을 첨부했다. ○전례
없는 차별금지법
해외 사례를 비교해도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은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 세계 196개국 가운데 차별금지법을 도입한 나라는 35개국이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전통적으로 사회적 갈등이 극심한 성별, 종교, 성 정체성, 임신
및 모성 등 제한적인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했다. 더구나 이들 나라는 차별금지
법을 제정하면서 차별금지를 명시한 기존 법을 없앴다. 예컨대 2006년 평등법을
제정한 영국은 1975년 제정된 성차별금지법과 인종관계법, 1995년 도입된 장애
인차별금지법 등 개별법을 평등법으로 통합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기존 현행법에 대한 통합 논의가 전무하다. 한국에는 양성평
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 장애인차별금
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 등 수십 개의 법안에서 제각각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이들 법안에 따라 차
별할 경우 벌금과 함께 차별금지법상 손해배상 의무까지 지는 등 중복 처벌 논
란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21일 “인간의 존엄, 평등과 민주주의를 실현하
기 위해서는 평등법이 필요하다”며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졌으니
더는 국회가 침묵하면 안 된다”고 성명을 냈다. 기업의 자율적 활동을 침
해한다는 주장에도 “헌법의 평등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확인적 입법&rdq
uo;이라며 “기업의 자율 등의 보장과 배척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rdq
uo;고 반박했다.

조미현/안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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