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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 며느리, 마침내 "회장님" 된 사연
비즈니스워치 | 2026-05-16 13:00:03

[비즈니스워치] 김아름 기자 armijjang@bizwatch.co.kr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사라진 남아선호사상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죠. 제가 어릴 때, 한 30년 전쯤과 지금을 비교하면 정말 많은 게 변했습니다. 손가락을 넣어 돌리던 전화기는 스마트폰이 됐고 지직거리던 브라운관 TV는 실제보다 더 선명한 UHD TV로 업그레이드됐습니다. 300원이었던 새우깡은 1500원이 됐습니다. 



하지만 제가 체감하는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남아선호사상'이 사라졌다는 겁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무조건 아들"을 외치는 부모가 참 많았습니다. 딸을 낳았다고 홧김에 이름을 지어, 어색한 이름을 갖고 있는 친구들도 있었죠. 60~70년대 얘기 아니냐구요?



아닙니다. 1990년 남녀 출생 성비는 역대 최대인 116.5였습니다. 남자아이 116.5명이 태어날 때 여자아이 100명이 태어났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연적인 성비가 105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추측이 가능하죠.




유통업계 주요 기업의 후계자들. 대부분 아들이다/그래픽=비즈워치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 제 주변에도 아이를 낳았거나 낳으려는 부부가 많은데요. 압도적으로 '딸'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아들을 원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대를 잇기 위해서'인 부모는 체감상 '0명'입니다. 아직 사회의 다양한 부분에서 성 차별이 남아 있을 겁니다. 그래도 최소한 '출산'에서의 남아선호사상은 사라졌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우리 주변 사람이 아닌, 재벌들의 별세상을 보면 또 이야기가 다릅니다. 아직까지 아들에게 가업을 물려주려는 오너들이 대부분입니다. 아들과 딸이 기업을 나눠 갖는다면 아들이 핵심 사업을 승계하고 딸은 주변 사업을 거두는 경우가 많죠. 누가 먼저 태어났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누나를 제치고 '후계자'가 된 남동생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어떤 기업이 딸에게 승계를 했다(아들이 있는데도)고 하면 많은 관심이 모입니다. 그런데 그게 딸조차 아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며느리다? 대서특필될 사연입니다. 이번 주 삼양식품이 알린 김정수 부회장의 회장 승진 소식이 특별한 이유입니다. 



며느리가 회장 된 사연



우리나라에 '라면'이라는 카테고리를 보급한 삼양식품은 1980년대 이후 평지풍파를 겪습니다. 1985년엔 후발주자인 농심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줍니다. 너구리와 안성탕면, 짜파게티가 연속으로 출시되면서 삼양라면을 밀어냈죠. 이듬해엔 신라면이 출시되며 양 사의 경쟁에 쐐기를 박습니다.



1989년엔 그 유명한 '우지파동'이 터집니다. 농심과의 경쟁에서 밀려 점유율이 20%로 급감했던 삼양식품에 사형 선고를 내린 사태입니다. 농심의 경우 일찌감치 튀김유를 팜유로 교체하며 우지파동의 영향을 받지 않았죠. 이 사건으로 1990년대 삼양식품의 시장 점유율은 10% 안팎으로 주저앉습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그래픽=비즈워치



고전하던 삼양식품이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한 건 2012년입니다. '불닭볶음면'이 출시되면서 삼양식품은 완전히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대표 제품인 삼양라면의 매출을 뛰어넘어 매출의 70% 이상이 '불닭' 시리즈에서 나오는 '불닭식품'이 됐고요. 또 전체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기업'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 중심에 김정수 부회장이 있습니다. 



사실 삼양식품엔 원래 '회장님'이 있습니다. 창업주인 고 전중윤 명예회장의 장남인 전인장 회장입니다. 불닭볶음면 출시 전인 2010년 회장 자리에 취임했으니 '불닭의 어머니'가 아니라 '불닭의 아버지'가 될 수 있었던 상황이죠.



하지만 여러 경영 실패와 횡령 등의 이슈가 겹치며 전 회장은 2019년 법정 구속됩니다. 이와 동시에 구속을 면한 김정수 부회장(당시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됩니다. 그리고 '질주'가 시작되죠.



질주



김정수 부회장은 지난 2021년 6월 총괄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전권을 쥐었습니다. 남편인 전인장 전 회장의 부재 속에서 흔들리는 삼양식품을 재건하라는 의미가 담긴 승진이었습니다.



그리고 삼양식품의 맏며느리는 그 기대에 완벽히 부응합니다. 부회장 취임 전인 2020년 6485억원이었던 삼양식품의 매출은 2025년 2조3517억원으로 3.5배 이상 늘었습니다. 900억원대였던 영업이익은 5000억원을 돌파했죠. 



단순히 많이 팔리기만 한 게 아닙니다. 외국인들이 불닭볶음면을 먹는 '불닭 챌린지'는 코로나19 시기 전세계적인 유행을 타며 대표적인 K컬처 중 하나로 올라섰습니다. '불닭'은 매운 맛을 의미하는 하나의 고유명사로 자리잡았고요.




오너 3세인 전병우 삼양식품 전무/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불닭이 쏘아올린 작은 공은 K푸드의 확산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K라면은 일본 라멘에 버금가는 음식으로 위상이 올라갔습니다. 2020년대 들어 전세계적으로 K푸드 열풍이 불어닥친 데는 삼양식품과 불닭볶음면의 영향이 꽤나 클 겁니다. 



물론 삼양식품이 '며느리 경영'을 선택한 건 어쩔 수 없는 상황 탓도 있습니다. 오너 2세인 남편이 경영을 할 수 없는 몸이 됐고요. 김 부회장의 장남인 전병우 전무가 1994년생으로 아직 젊다는 점도 이유가 될 겁니다. 전 전무가 경영 일선에 나설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어머니인 김 부회장이 회사를 이끈다는 플랜이겠죠. 



'며느리 경영'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전병우 전무는 25살이었던 2019년 '해외사업본부 부장'으로 입사해 1년 만에 이사가 됐습니다. 3년 후인 2023년엔 상무로 승진했고요. 2년 뒤인 지난해 말 전무가 됐습니다. 성장이 보장된 해외사업을 맡고 있는 만큼 향후에도 빠른 승진이 예상됩니다. 



그렇다 해도 '로컬 3위 라면 기업'이었던 삼양식품을 글로벌 면 기업으로 키워낸 김 부회장의 족적이 지워지지는 않을 겁니다. 일본에서 설비를 들여 와 한국 최초의 라면을 만든 전중윤 명예회장의 옆자리는 아들이 아닌, '불닭의 어머니'인 며느리가 차지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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