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밀린 세계무역기구(WTO) 분담금을 조용하게 납부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밀린 세계무역기구(WTO) 회원비를 몰래 납부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밀린 납부금은 2500만달러가 넘는다고 FT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WTO를 비롯한 세계 기구를 연일 공격하고 있지만 회비를 조용하게 냈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뒤 미국은 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 기구 분담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연회비 납부를 중단한 바 있다. 중단 8개월 만에 회비 납부가 이뤄졌다.

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미국은 WTO의 지난해 연간 예산인 2억500만스위스프랑(약 3654억원)의 11%를 분담금으로 내야 했다. 지난해 12월 WTO 보고서에는 이 금액이 2320만스위스프랑(257만달러)으로 적혀있었다.

WTO 분담금이 밀린 미국은 지난 3월 WTO로부터 이른바 ‘행정적 절차’에 직면했다. WTO는 단계별 보복 조처를 실행하며 압박을 강화했다.

FT는 미국이 분담금을 납부했다는 사실은 WTO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알려졌다고 전했다. WTO는 직원들에게 미국은 더 이상 ‘행정적 절차’ 대상이 아니라고 통보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도 분담금 지각 납부 사실을 확인했다.

다자간 협상보다 일대일 협상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다자간 협상 틀인 세계 기구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달에도 WTO를 “이빨 없는” 기구라면서 ‘이빨 빠진 호랑이’로 묘사했다. WTO가 중국에 무력하다는 비판이었다. 그렇지만 백악관은 뒤에 아무런 설명 없이 이 성명을 철회했다.

통상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은 겉으로는 WTO를 계속 공격했지만 행정부 차원에서는 WTO와 실무로 계속 엮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