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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월 15만원과 귀농귀촌의 꿈
파이낸셜뉴스 | 2025-10-23 19:23:03
최용준 경제부

달 밝은 밤에 이혼한 친구가 맥주 들고 집까지 찾아왔다. 넌 좋겠다, 결혼 잘해서. 친구가 말하고 맥주 홀짝 마신다. 맥주병을 집어들고 고개를 드는데 친구 목이 이렇게 길었던가. 나도 옆에 쭈그려 홀짝. 유리가 층계참에 부딪히는 소리와 텅 빈 놀이터만 있다. 뭔가 이래저래 위로하긴 친구 눈동자가 너무 깊고 너무 무겁다. 요새 아파트 놀이터는 우리 때랑 다르네.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해 본다. 나 그냥 이제 다 때려치우려고 시골 가려고.

농림축산식품부 출입기자인 내가 뭐라도 답해줘야 할 것 같다. 갑자기 농어촌기본소득이 생각난다. 내년 초부터 7개 군 시골에 가면 월 15만원씩 주는 곳이 있어. 친구가 고개 돌려 날 본다. 거기 가면 사람 마주칠 일도 없겠네. 15만원으로 한 달 끼니 해결이 되나. 친구가 머릿속 셈을 해 본다. 친구는 더 이상 복잡한 건 싫다고 했다. 신혼집도 이젠 비었으니 월세로 돌리고 아예 낯선 곳, 조용한 곳 가서 몸 쓰는 일 하면서 살겠다고 했다.

농식품부는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남 청양 △전북 순창 △전남 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7개 군을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지로 선정했다. 모두 인구소멸지역이다. 내년부터 2027년까지 2년간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월 15만원 상당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박성우 농촌정책국장은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분들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왕 도시를 떠나 시골에 정착하려는 부부면 30만원 받는다. 큰돈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귀농귀촌플랫폼 '그린대로' 들어가 친구 일자리 찾아주려고 했다. 7개 시범사업지 일자리를 검색해도 연천군, 신안군, 영양군, 남해군은 0건이다. 나머지 3곳마저 딱 1건씩 나온다. 정선군 여성회관(급여 정보 없음), 청양군 작물재배업(시급 1만30원), 순창군 산란계 농장(월급 240만원). 이마저 정보가 부족하다. 아무리 친구가 몸 쓰는 일 하겠다지만 여기 말고도 분명 일자리가 더 있을 텐데 벌써 문턱이 생긴다.

정부가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귀농귀촌과 기본소득의 '연결고리'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 같다. 기본소득에 쏠리는 관심이 실제 정주로 이어지려면 시범사업 군의 귀농귀촌 혜택 및 프로그램이 더 알려져야 한다. 15만원만큼이나 뭐 먹고살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친구도 인터넷으로 찾을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지자체에 직접 전화하고 내려가 볼까 고민한다. 나는 말리기보단 응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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