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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조작 통한 비만·당뇨 치료 가능성 열었다
한국경제 | 2020-09-19 01:45:16
[ 최지원 기자 ] “나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야.”

한때 이 말은 입으로만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의 핑곗거리로 치부됐다. 하지만
2009년 정말 유독 살이 잘 찌는 체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 연구팀이 성인의 몸에서 갈색지방을 찾아낸 것이다.

갈색지방은 미토콘드리아가 많아 갈색을 띠는 지방세포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의 발전소 같은 존재로, 세포 내 영양분을 태워 에너지를 생성한다. 과거에는
스스로 온도 조절이 어려운 아기에게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10여
년 전 연구로 성인에게도 갈색지방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갈색지
방이 선천적으로 많거나 활성화가 잘되는 사람은 체내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해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 될 수 있다.

그럼 살이 안 찌는 체질이 되려면 ‘다시 태어나야’ 하는 걸까. 지
난 8월 2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매개의학’에 “아닐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조슬린당뇨병센터 연구진은 유전자 가
위인 크리스퍼를 이용해 백색지방을 갈색지방과 비슷한 작용을 하도록 바꾸고,
험블세포라고 이름 붙였다.

갈색지방이 활성화되면 미토콘드리아에 UCP1이라는 단백질이 늘어난다. 이 단백
질은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 대신 열을 내는 역할을 한다. 에너지가 생성되지
않으면 그만큼 더 많은 영양분을 태우게 되고 지방은 줄어든다. 연구진은 백색
지방에서 UCP1을 많이 만들어 갈색지방처럼 역할하도록 한 것이다.

연구진은 고지방 식단을 먹어 무게가 늘어난 쥐에게 험블세포를 이식했다. 그리
고 한 달간 같은 식단을 유지했다. 그 결과 이식받지 않은 쥐에 비해 몸무게가
훨씬 덜 늘어났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인슐린 민감성이 강화되고 당내성이 최대 35%까지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 당내성은 우리 몸이 혈액에서 포도당을 제거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당뇨병 환
자는 당내성 수치가 정상인에 비해 낮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백색지방에서
UCP1 단백질의 발현을 늘리는 유전자 치료를 통한 비만과 당뇨병 치료의 가능성
을 시사했다. 청위화 조슬린당뇨병센터 박사는 “이번 연구는 비만과 당뇨
병 환자에게 필요한 세포 치료의 방향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세포 치료보다 효과는 적겠지만 생활 속에서 갈색지방을 늘릴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우리 몸에는 험블세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베이지색지방이 있다. 베이지
색지방은 평소에는 백색지방으로 존재하지만 몇 가지 환경적 조건에 따라 갈색
지방이 된다.

지금까지 밝혀진 갈색지방이 될 수 있는 환경적 조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낮은
온도다. 온도가 16도 정도까지 낮아지면 베이지색지방은 갈색지방으로 바뀐다
. ‘여름보다는 겨울이 살 빼기 쉽다’는 말이 과학적인 근거가 아주
없는 말은 아니다.

또 다른 방법은 운동이다. 2013년 노르웨이 오슬로대 연구팀이 사람을 대상으로
운동과 갈색지방의 관계를 밝히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운동을 한 사람에게서
UCP1 발현이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이 외에도 땅콩, 포도, 각종 베리류에 많
이 함유된 레스베라트롤과 홍합 바지락 등 해산물에 많이 들어 있는 숙신산 등
이 갈색지방 활성화에 관여한다는 연구도 있다. 아직 갈 길이 먼 세포 치료 전
까지는 운동과 식단을 조절하는 것이 최선인 듯하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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