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빙 | 2026-10-17 16:58:20

28회 코리아 내셔널 호그 랠리 둘째 날인 17일, 웰리힐리파크 메인 스테이지 한편에 네 대의 할리데이비슨이 나란히 섰다. 참가자 투표로 그해 최고의 커스텀 바이크를 가리는 '커스텀 킹 콘테스트' 출품작이다. 올해는 서울과 파주의 커스텀 숍 세 곳이 손본 4개 모델이 무대에 올랐다.
가장 먼저 발길이 멈춘 곳은 4번 출품작 앞이었다. 1991년 영화 '터미네이터 2'에서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올라탔던 바로 그 모델, 팻 보이다. 거친 바이크의 대명사였던 이 모델이 올해는 전혀 다른 얼굴로 돌아왔다. 겉은 검고 단단하지만, 속에는 입문자와 가족을 위한 장치가 들어 있었다.
영화 속 그 바이크, 2025년식 팻 보이… "멋을 위한 커스텀과 오래 안전하게 타기 위한 커스텀이 한 대 안에 있다"
팻 보이(Fat Boy)는 1990년 출시 이후 할리데이비슨 소프테일 라인업을 대표해 온 모델이다. 구멍 없이 꽉 찬 솔리드 디스크 휠과 낮고 묵직한 차체가 상징이다. '터미네이터 2'가 이 바이크를 세계에 각인시켰고, 이후 30년 넘게 명맥이 이어졌다. 이번 출품작은 그 계보의 최신형인 2025년식으로, 서울 MC 배거가 작업했다.
첫인상은 23인치 팻 휠이 결정한다. 순정보다 훨씬 큰 앞바퀴를 넣고 차체 전체를 블랙 패키지로 통일해 영화 속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옮겼다. 10인치 핸들바를 세워 라이딩 자세를 바꿨고, 머플러는 SNS 제품으로 교환했다. 현장에서 만난 할리데이비슨 일산점 김남진 점장은 "시트, 핸들바, 휠 위주로 커스텀한 바이크"라고 소개했다.



시트는 알칸타라로 다시 씌웠다. 스웨이드처럼 부드러운 소재로, 사진보다 손으로 만졌을 때 차이가 난다. 올린즈 리어쇽으로 뒷바퀴의 충격을 다듬었고, 스윙암에 작은 가방을 달아 수납을 더했다. 보이는 곳은 검게, 몸이 닿는 곳은 부드럽게 만든 셈이다.
이 바이크의 성격을 말해주는 것은 눈에 띄지 않는 두 항목이다. 이지클러치와 블랙박스다. 이지클러치는 클러치 레버를 당기는 힘을 줄여주는 장치로, 손목 힘이 약한 입문자나 장거리 주행의 피로를 덜어준다. 블랙박스는 자동차처럼 주행 영상을 기록한다. 커스텀 바이크에 안전 장비가 함께 들어간 것이다.
터미네이터가 탔던 바이크에 입문자용 클러치와 블랙박스가 달렸다는 사실이 올해 커스텀 킹의 방향을 압축한다. 겉모습은 여전히 영화 속 그 팻 보이지만, 타는 사람은 거친 라이더가 아니라 처음 핸들을 잡는 사람과 뒷자리에 앉을 가족까지 염두에 뒀다. 멋을 위한 커스텀과 오래 안전하게 타기 위한 커스텀이 한 대 안에 공존한다.



흥달 커스텀의 나이트 트레인부터 753 개러지의 로드 글라이드까지… "겉은 같아 보여도 속은 완전히 다르다"
나머지 세 대는 각자 다른 방향으로 손댔다. 1번 출품작은 서울 흥달 커스텀의 2007년식 나이트 트레인이다. 블랙과 실버 마블 페인팅에 화이트 핀스트라이프를 넣고, 탱크·펜더·핸들에 레터링과 그래픽을 입혔다. 은빛 파츠는 순은으로 처리했고 엠블럼은 손으로 만들었다. 휠과 컨트롤, 풀리·벨트 드라이브에 흡배기와 ECU 매핑까지 바꿔, 김 점장이 "바이크 값 이상 들어갔다"고 말한 유일한 출품작이다.
2번은 파주 753 개러지의 2023년식 로드 글라이드다. 하이파이 마젠타·버치 화이트·비비드 블랙 세 가지 컬러를 구현한 도장이 핵심이다. 김 점장은 "원래 없는 컬러를 순정처럼 똑같이 입힌, 색깔 중심으로 꾸민 바이크"라고 설명했다. 14인치 핸들바와 커스텀 시트, 하이로우 머플러, 올린즈 서스펜션이 더해졌다.
3번은 MC 배거의 2023년식 스트리트 글라이드 스페셜이다. 휠을 키우고 차체를 낮추는 '배거 스타일'로, 21인치 팻 휠에 맞춰 프론트 포크를 잡는 트리플 트리까지 교환했다. 에어 서스펜션은 주차할 때 내리고 달릴 때 올린다. 김 점장은 "겉은 옆 차와 비슷해 보여도 안의 부속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법령 강화와 단속이 바꾼 커스텀의 방향… "합법적인 커스텀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커스텀 킹이 예전보다 화려함이 덜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 점장은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대신 이유를 설명했다. "법령이 많이 강화됐고 불법 튜닝 단속이 이슈가 되면서, 법에 어긋나는 커스텀은 업체가 추천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커스텀 숍이 먼저 합법의 선을 긋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올해 출품작이다. 순정과 정품 파츠를 중심으로 꾸민 네 대는 커스텀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김 점장은 "하나하나 뜯어보면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소비자가 봐도 알 수 있다"며 "몇 년 더 지나면 안전한 문화로 정착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 점장은 기자에게 한 가지를 꼭 써 달라고 부탁했다. "합법적인 커스텀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하다. 그래야 입문하려는 사람도, 가족도 말리지 않는다." 'Ride Safe & Have Fun'을 모토로 로드 캡틴과 스위퍼가 대열을 이끄는 그랜드 투어가 도로 위의 안전이라면, 합법 커스텀은 차고 안의 안전이다. 호그는 그 두 가지를 브랜드와 딜러, 커스텀 숍, 참가자가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기자의 눈, 거친 할리는 옛말… "말리던 가족이 함께 오기 시작했다"
바이크 면허도 없는 기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출품작 주변이었다. 투표용지를 들고 네 대를 돌아보는 사람 중 상당수가 라이딩 재킷 차림이 아니었다. 라이더를 따라온 배우자와 아이들이 팻 보이 앞에서 사진을 찍고, 어느 바퀴가 더 큰지 비교하고 있었다. 커스텀 킹은 라이더만의 행사가 아니었다.
한국의 호그 랠리는 2005년부터 탠덤과 가족 참가를 전면에 세워 온 행사다. 할리를 사는 데 '가족의 허락'이 관문이라는 말은 이 바닥에서 농담이 아니다. 그 관문을 넘는 방법이 바뀌고 있다. 위험해 보이는 바이크를 몰래 꾸미는 대신, 안전 장비가 들어간 합법 커스텀을 가족 앞에 내놓는 것이다.
말리던 가족이 함께 오고, 함께 온 가족이 투표를 하고, 그중 누군가는 뒷자리에서 앞자리로 옮겨 앉을 것이다. 호그가 만들어가는 것은 바이크 동호회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즐기는 라이딩 문화이고, 올해 커스텀 킹 콘테스트는 그 문화가 차고 안까지 들어왔다는 증거였다. 거친 할리는 옛말이 됐다.
* AVING NEWS는 기사 편집 시, AI도구를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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