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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는 지키고, 가격은 낮추고"…LG의 "JDM" 도전장
비즈니스워치 | 2025-07-15 14:05:02

[비즈니스워치] 강민경 기자 klk707@bizwatch.co.kr

/그래픽=비즈워치



LG전자가 가전 산업의 판이 뒤집힌 현실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초저가 공세로 글로벌 중저가 시장을 장악한 중국 업체들과 정면 돌파하기보단 손을 잡는 길을 택했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함께하는 'JDM(공동개발생산·Joint Development Manufacturing)'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브랜드 신뢰도와 품질을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첫 JDM 실험' 유럽서 시작



1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중국 스카이워스와 드럼세탁기를, 오쿠마와 2도어 냉장고를 공동 개발해 이르면 다음 달부터 유럽 전역에서 판매한다. LG전자가 중국 업체와 가전제품을 JDM 방식으로 협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순 생산만 맡기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과 달리 JDM은 설계와 디자인부터 공동으로 진행된다. LG 브랜드로 판매되고 애프터서비스(AS)도 LG전자가 책임진다. 



LG전자는 HA사업본부 산하에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생산 경쟁력은 갖췄지만 LG와 직접 경쟁하지 않는 중국 파트너사를 선별했다. 스카이워스는 자체 브랜드와 수탁생산을 병행하는 중견 가전업체이며, 오쿠마는 중국 냉장고 시장 내 10위권에 드는 기업이다.



가격은 대당 500달러(약 68만원) 안팎으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동급 제품을 400달러선에 내놓는 하이센스 등 중국 경쟁업체보다 다소 높지만 브랜드 신뢰도와 품질을 감안하면 승산은 있다는 분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이르면 다음 달 유럽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며 중저가 볼륨존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실행 사례"라며 "앞서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ODM(제조자개발생산·Original Design Manufacturer)이나 JDM 등 아웃소싱 전략을 강화해 볼륨존 시장에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출시 전 단계라 가격이나 세부 스펙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평균 가격대를 기준으로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볼륨존'은 프리미엄과 보급형 사이, 이른바 '대중소비시장'을 의미한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만큼 가격·물류·서비스 등 전방위 효율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LG전자는 이번 JDM 전략을 단기 시도로 끝내지 않는다. 유럽 시장에서 성과를 검증한 뒤 JDM 대상 품목을 에어컨 및 건조기 등으로 확대하고 동남아·중남미·아프리카 등으로 판매 지역도 넓힐 계획이다.



50% 철강 관세에 흔들…JDM 해법 될까




LG전자 분기 실적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이러한 전략 변화는 실적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 LG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잠정치) 매출 20조7400억원, 영업이익 639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4%, 영업이익은 무려 46.6% 줄어든 수치다. 생활가전과 TV를 포함한 B2C 부문에서 수요 위축과 마케팅비 증가, LCD 패널 가격 상승 등의 부담이 겹치며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다. 전장부품(VS) 및 공조시스템(ES) 등 B2B 중심 사업부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였으나 전사 실적을 떠받치기엔 역부족이었다.



증권가는 실적 악화 원인으로 '관세'를 지목한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보편관세보다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더 큰 악재로 작용했고 이는 전방 고객사들의 재고 축적 움직임까지 야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황지현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철강 파생 제품에 대한 관세가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으며 트럼프발 상호관세 불확실성까지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회사 측도 관세를 실적에 부정적인 변수로 인식하고 있다.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철강이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면서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은 지난 6월 23일부터 냉장고·건조기·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사용된 철강에도 50%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상태다. 특히 관세는 원가 상승을 넘어 순익을 직접 깎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업계에선 "이번 JDM 방식이 LG전자의 생존 전략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리미엄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성장 잠재력이 큰 중저가 시장을 중국에 내줄 순 없다는 절박함이 반영됐을 것이란 해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가 제품이라도 품질 문제가 생기면 LG 브랜드에 타격이 갈 수 있기 때문에 LG전자가 생산을 제외한 모든 과정에 직접 관여하는 구조"라며 "계획대로 된다면 LG전자는 프리미엄과 중저가를 모두 아우르는 글로벌 투트랙 전략의 주도권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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