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위조품, AI로 잡는다" 김명현 퀘이자 대표
프라임경제 | 2025-09-16 15:50:01
프라임경제 | 2025-09-16 15:50:01
[프라임경제] 최근 5년간 국내에서 적발된 위조 수입품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지식재산권 침해로 세관에 적발된 수입품은 총 2조902억원어치, 압수된 위조 상품은 756만점에 달한다. 형사입건 사례도 같은 기간 4배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위조품 유통 구조가 디지털화·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온라인 유통 플랫폼과 SNS를 통한 가품 유통 단속 건수는 2020년 13만건에서 2023년 27만건 이상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보복 소비와 리셀 문화, 그리고 무신고 직구와 중고 거래 플랫폼의 성장 등이 이같은 확산을 가속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플랫폼과 소비자가 동시에 피해를 입는 위조품 유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적 대안으로, AI 기반 위조품 분석 기술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20년 설립된 인공지능 스타트업 '퀘이자(대표 김명현)'는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는 대표 기업이다.
김 대표는 위조품 판별을 위한 AI 모델을 자체 개발하고, B2G·B2B를 중심으로 솔루션을 공급 중이다. 기업명인 '퀘이자'는 초대질량 블랙홀인 퀘이사(Quasar)처럼 강력한 존재감을 지향하며 △Quest(탐색) △A to Z(완결성) △AR(예술과 기술의 융합)의 의미를 담고 있다.
김명현 퀘이자 대표는 "위조품 문제는 단순 불법 복제 수준이 아니라, 신뢰 기반 사회를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라며 "진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술은 이미 넘쳐나고 있지만, 진짜인지 아닌지를 정확히 판별하는 기술은 오히려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퀘이자의 핵심 기술은 'CFI(Counterfeit Fingerprint Identification)'. 일명 '위조 지문 판별 기술'이다. 기존 기술이 정품을 기준으로 '차이'를 감지하는 방식이라면, 퀘이자는 위조품 자체의 특징을 학습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위조품이 가진 △특정한 흔적 △왜곡 △조악한 질감 △반복되는 패턴 등을 AI가 스스로 인지해 '가짜의 손자국'을 파악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 퀘이자는 속성 단위(Attribute-level)의 AI 모델 구조를 도입했다. 가죽을 비롯한 △금속 △각인 △색상 △실루엣 등 주요 구성 요소마다 각각 전문화된 AI가 존재한다. 이들이 서로의 판단 결과를 결합해 최종 판별을 내리는 구조다. 김 대표는 이를 'AI 전문가 집단이 협업하는 판별 과정'에 비유했다.
김 대표는 "한 명의 전문가가 아닌 수십 명의 감정 전문가가 동시에 감정하는 것과 같다. 각기 다른 시각을 가진 AI들이 하나의 제품을 분석하고, 서로의 결과를 종합해 결론을 내린다"며 "결과는 정답이 아니라 합의 기반의 추론이며, 이것이 기술의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의 성능을 뒷받침하는 것은 데이터다. 퀘이자는 일반적인 웹 크롤링이나 오픈소스 이미지가 아닌, 김 대표가 15년 이상 위조품 시장에 몸담으며 직접 수집한 감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제된 온톨로지를 구축했다. 감정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실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제품의 특성을 학습했고, 이를 수년간 고도화해 왔다.
김 대표는 "AI보다 데이터를 더 오래 준비했다"며 "진짜가 아닌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키는 것은 스스로 오류를 학습시키는 것과 같기 때문에, 데이터의 정밀도와 신뢰도가 기술 성능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퀘이자는 대형 유통사, 명품 브랜드사, 관세청 등과의 PoC(기술검증)를 통한 실사용 사례를 확대 중이다. 인증 기준이 상이한 국가마다 B2G와 B2B 협력을 병행하는 이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소비자 대상의 B2C 서비스로의 확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
글로벌 진출 전략도 진행 중이다. 미국, 유럽, 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통관·보안·물류 분야의 AI 위조 탐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기술 판매가 아니라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한 시장 기반형 진출을 선택했다.
김 대표는 "통관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조품·위험물품·은닉품 문제는 세계 공통 과제"라며 "우리의 기술은 이를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신뢰도를 공공 부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최근 퀘이자는 인천테크노파크 인천콘텐츠기업지원센터가 주관하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탭엔젤파트너스가 운영하는 '2025 인천 콘텐츠기업 액셀러레이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돼 대외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와 함께 퀘이자는 명품을 비롯한 △자동차 부품 △고미술품 △고서적 △주류 △생식품 등 다양한 영역으로 기술을 확장 중이다. 그는 "진짜가 중요한 시장은 어디에나 존재한다"며 "위조와 싸우는 기술은 곧 산업 보호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지식재산권(IP) 전략도 공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퀘이자는 국내외에서 20건 이상의 특허를 확보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과 동시에 해외 특허 출원을 병행하고 있다. 회사는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특허를 기반으로 진입해 독자적 포지션을 확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제도적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김 대표는 "위조품 감정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공신력 있는 감정사 자격 제도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감정 기준의 국가 표준화와 인증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공백이 위조품 시장을 더 키우고 있다"며 "기술과 제도의 병행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퀘이자의 중장기 목표는 오는 2028년까지 매출 1000억원 달성이다. 더 나아가 5년 내 기업가치 100조원 수준의 기술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로드맵도 제시하고 있다.
김 대표는 "AI는 이제 단순 기능이 아니라 신뢰 인프라"라며 "우리가 만드는 기술은 단순히 위조품을 잡는 것이 아니라, 산업과 소비자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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