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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전 사라진 막내아들…"얼굴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잃어버린 가족찾기]
파이낸셜뉴스 | 2026-01-05 14:23:03
잠바만 입고 나간 뒤 사라진 막내아들
주변에서 '천재' 소리 들을 만큼 영리해
둥근 얼굴형, 오른쪽 눈 끝에 수두 자국


1988년 실종된 신규진씨(44)의 현재 추정 사진. 아동권리보장원 제공
1988년 실종된 신규진씨(44)의 현재 추정 사진. 아동권리보장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얼굴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
강영자씨는 38년 전 실종된 막내아들 신규진씨(현재 나이 44·사진)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어느덧 여든을 훌쩍 넘긴 강씨의 시간은 흘렀지만, 아들을 향한 그리움만큼은 변치 않았다. 아들을 잊은 적도, 마음에서 내려놓은 적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규진씨는 1988년 2월 15일 잠바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당시 규진씨는 여느 때와 같이 피아노 학원에서 돌아온 뒤 놀이터에서 놀기 위해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추운 날씨 탓에 강씨는 못 나가게 잠바를 벗겼고 그러자 규진씨는 잠바를 입지 않은 채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이후 규진씨는 한참이 지나 다시 집으로 돌아왔으나, 신발도 벗지 않은 채 방으로 들어가 잠바를 챙긴 뒤 곧바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때가 가족들이 규진씨를 본 마지막 모습이었다.

강씨는 "누군가 불렀기 때문에 급히 집으로 뛰어 들어와 잠바를 챙겨 나간 것 같다"며 "당시 마당에 있던 누나에게 '안녕'이라고 하고 나갔는데, 그 이후로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강씨는 며칠 동안 규진씨가 돌아오기를 바라며 동네 곳곳을 찾아다녔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자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이후 공개수사에 나섰고, 규진씨의 실종 사실은 방송을 통해서도 알려졌다. 강씨는 남편 회사를 통해 지원도 받으며 전단을 전국 곳곳에 배포하기도 했다.

전국 각지에서 제보가 잇따랐지만 직접 확인하러 가보면 대부분 헛걸음이었다. 강씨는 "방송이 나간 뒤 아들을 데리고 있다며 돈을 요구하는 연락이 많이 왔다"며 "'똑같이 생긴 아이가 있다'는 말에 찾아가 보면 아니었던 경우가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강씨에게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으니 찾지 말라'는 내용의 편지 한통이 도착했다. 그러나 당시엔 편지 발신지를 확인할 수 없었고, 지문 채취도 어려워 편지를 보낸 사람을 추적하지 못했다. 결국 강씨는 규진씨가 스스로 돌아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됐다.

규진씨는 3남매 중 막내로, 둘째 이후 10년 만에 얻은 귀한 아들이었다. 한글을 일찍 깨우쳤고, 피아노 역시 한 번 가르쳐 주면 곧잘 연주할 만큼 영리했다. 주변에서는 '천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어디를 가든 칭찬받는 아이였다고 한다. 둥근 얼굴형에 오른쪽 눈 끝에는 수두 자국이 남아 있다.

강씨는 지금도 규진씨를 붙잡지 못하고 밖으로 내보낸 그날을 후회하고 있다. 그는 "그때 나간다고 하는 걸 붙잡아야 했는데 괜히 내보냈던 것 같다"며 "그 순간만 넘겼으면 됐을 텐데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울먹였다.

시간이 흘러 강씨는 규진씨와 함께 살던 집에서 이사했지만, 혹시라도 아들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생각에 집을 팔지 않고 세를 줬다. 언제든 규진씨가 집으로 찾아와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강씨는 "예전에는 아들을 찾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녔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고 다리도 아파 찾아다니기 어려워졌다"며 "언젠간 아들이 다시 집으로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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