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시간 속보창 보기
  • 검색 전체 종목 검색

언론사별 뉴스

2억 인구 브라질 시장, 작고 좁게 정확한 타깃 노려야
한국경제 | 2025-07-14 16:05:53
브라질은 두 개의 논리가 동시에 작동하는 시장이다. 정부는 ‘어디서 만
들었냐’를 묻고, 소비자는 ‘누가 만들었냐’를 따진다. 국내
산업을 키운다면서 외국산을 선호하고, 수입을 막으면서도 수입 없이는 돌아가
지 않는 시장이다.


정부는 시종일관 국산화를 요구한다. 산업 육성과 고용 창출을 위해 관세, 인증
, 기술이전 등 다양한 현지화 유인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전혀 다
른 방향을 바라본다. “좋은 건 원래 비싸다”는 말이 브라질 중산층
이상 소비자에게 낯설지 않다. 관세에 더해 공업세, 유통세, 사회기여세까지
원가의 두 배는 기본이라는 세금 구조에 익숙한 이들은 제품만 좋다면 그럴만한
값이라며 기꺼이 지갑을 연다. 그래서 비싼 수입품이 더 잘 팔리는 시장이기도
하다.


엇갈린 요구가 공존하는 이곳의 해법은 뭘까. 간단하다. 수요를 분리하고, 전략
을 따로 가져가면 된다. 각자의 기대와 요구에 맞춰 ‘필요한 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정확히 건네주는 단순한 원칙이 복잡한 브라질
시장을 여는 열쇠다.


핵심은 제품 자체보다 그 제품에 대해 누가 무엇을 기대하느냐를 파악하는 것이
다. 현지 의료·바이오 시장을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유통사는 가
격과 상품성을 따지고, 정부는 ‘현지화(국산화와 고용창출)’에 주
목한다. 민간 보험사는 ‘조기진단과 예측 정확성(보험비 지출절감)&rsqu
o;에 관심을 둔다. 따라서 같은 제품이라도 누가 듣느냐에 따라 말이 달라져야
한다. 유통에는 지금 팔 수 있다는 신호를, 정부에는 현지에 기여한다는 메시
지를, 보험사에는 지출을 줄여준다는 논리를 건네야 한다. 그 언어와 메시지를
바꾸는 것이 브라질 시장의 질서이자 작동 원리다.


메시지를 분리했다면 타깃도 좁혀야 한다. 850만㎢, 2억 인구의 브라질 시장은
방대하고 복잡하다. 소득 기준 말고도 내륙과 해안, 공공과 민간, 연방과 지방
등 수많은 경계선이 시장을 나누고, 복잡하게 얽혀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
모든 문을 두드릴 여유도 시간도 없다. 전부를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표적을 찾
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소비재의 경우, 월평균 가구소득 기준 중산층에 해당하는 B 등급의 약 4000만명
규모의 실질 소비층을 중심으로 선별된 지역과 계층을 겨냥해야 한다. 이들은
고가 수입품에 대한 수용도가 높고, 수입품에 익숙한 집단이다. 기업간거래(B
2B) 시장에서는 현지에서 생산할 수 없거나 현지 생산만으로는 수요를 충당할
수 없는 틈새를 짚어내야 한다. 이런 품목은 결국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 이때 관세는 모두에게 동일한 조건이므로 더 이상 진입장벽이 아니다. 조달시
장의 경우 정부 보증과 리스크 분산이 가능한 PDP(생산개발파트너쉽) 등 정책성
과 수익성이 교차하는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연방보다 문턱이 낮고 절차가 간
소한 지방정부 사업을 공략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모두가 크다고 말하는 브라질이지만, 시장 공략시 브라질은 작고 좁아야 한다.
진짜 기회는 그 안의 작은 틈, 정밀한 좌표에 숨어 있다. 그래서 이곳은 넓은
지도보다 정밀한 나침반이 필요하다. 좌표를 정확히 짚어내는 순간, 브라질은
더 이상 막막한 미로가 아니라 전략과 맥락이 통하는 기회의 땅이 된다. 잊지
말자. 브라질은 무작정 두드리는 자가 아니라 맞는 열쇠를 가진 자에게 열리는
시장이다.



ⓒ 한국경제 & hankyung.
com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시각 주요뉴스
  • 한줄 의견이 없습니다.

한마디 쓰기현재 0 / 최대 1000byte (한글 500자, 영문 1000자)

등록

※ 광고, 음란성 게시물등 운영원칙에 위배되는 의견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