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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델몬트푸즈부터 홈플러스…사모펀드, 기업 "파괴자"인가
프라임경제 | 2025-08-26 13:12:15
[프라임경제] 미국의 대표 식품 브랜드 델몬트푸즈가 사모펀드 KRR 손에 들어간 뒤 이리저리 찢겨 결국 지난 7월 파산 신청을 했다. 이미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지난해에 일어난 적이 있다.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다.

델몬트푸즈의 몰락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다. 1980년대 담배기업 RJ레이놀즈 인수와 이어진 KRR의 초대형 차입매수(LBO) 속에서 델몬트는 여러 조각으로 찢어졌다. 신선과일, 통조림 등 사업이 각기 다른 투자자에게 팔렸고, 남아있던 미국 '델몬트푸즈'는 차입금과 재고 부담에 짓눌려 결국 무너졌다.

특히 델몬트에 두 차례 개입한 KRR의 행보는 인상적이다. KRR은 1988년 당시 RJ레이놀즈-나비스코 인수전에서 델몬트를 조각내 팔았다. 델몬트가 자신의 전공인 통조림 식품 사업 부문을 살려 반려동물 사료 사업을 전개하며 그나마 성장세를 유지하나 싶었지만, 그마저도 KRR 손에 또 찢어져 매각됐다.

당시 미국의 일부 언론사들은 이를 두고 '세계적인 식품 브랜드를 잘라 팔아버린 대표적인 PE(사모펀드)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홈플러스 역시 낯설지 않다. 2015년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홈플러스는 대부분 차입금으로 투자한 뒤 대규모 부동산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했다. 그 덕에 매장 투자와 온라인 경쟁력 강화는 뒷전으로 밀리며 홈플러스 시장 점유율은 급락했다.

KRR과 MBK, 두 사모펀드의 운용 방식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단기 수익(IRR) 극대화 우선 △기업 존속이나 고용 안정은 후순위 △레버리지 활용으로 기업 현금흐름 짜내기. 델몬트와 홈플러스는 이러한 방식의 대표적인 희생양이다.

최근 정치권도 이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MBK 사모펀드 규제법'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과 국민연금법을 개정해 △정보공개 강화 △국민연금 투자 규제 △이해 상충 방지 △차입매수(LBO) 규제 총 4대 규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 의원은 "MBK의 무리한 LBO 방식 인수로 인해 홈플러스는 우량기업에서 부실기업이 됐고, 홈플러스 경영실패 피해는 현장 노동자, 자영업자, 지역 상권의 피해로 확대 전가됐다"며 "우리는 MBK 규제법을 통해 다시는 홈플러스와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델몬트 유리병 속 보리차처럼, 소비자 기억 속 브랜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사모펀드에 휘둘려 쪼개지고 팔린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는다. 델몬트푸즈와 홈플러스가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기업 가치는 단기 재무적 수익만으로 평가할 수 없으며, 브랜드·고용·산업 생태계까지 고려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배예진 기자 byj2@newsprime.co.kr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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