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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정답 아닌 질문, AI시대 교육을 말하다" 현태호 유기지능스튜디오 대표
프라임경제 | 2025-09-09 13:08:33
[프라임경제] "AI가 인간을 대체할지, 보조할지는 결국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극예술 현장에서 18년을 보낸 현태호 유기지능스튜디오 대표는 이제 교육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신사업을 이끌고 있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솔루션 '오아이-로직(OI-Logic)'은 단순 문제풀이가 아닌 질문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대화형 AI다. 연극·영화 무대에서 출발해 교육 혁신을 꿈꾸는 그의 여정과 철학을 들여다봤다.

현 대표의 출발은 연극영화였다. 대학 시절 그는 연출과 극작, 연기를 두루 익히며 인간의 감정과 사고를 무대 위에 올리는 작업을 이어왔다. 대학로 공연부터 충무로 영화 현장까지 누비며 그는 수많은 캐릭터를 창조하고 해석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과정에서 그는 중요한 질문을 마주했다. "좋은 작품은 결국 인간을 얼마나 깊이 이해했느냐에 달려 있는데, 나는 정말 인간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라는 물음이었다. 인간을 알기 위해서는 예술 영역을 넘어 교육, 사회, 자연과 문명 전반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는 학창 시절 교직 이수를 통해 교원 자격증까지 취득했지만, 동시에 학교의 획일적 주입식 교육에 강한 반발심을 품은 학생이었다.

"천편일률적인 교육 속에서 늘 질문이 묵살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불만은 성인이 돼서도 사라지지 않았죠."

이런 문제의식은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졌다. AI라는 거대한 기술적 전환기를 맞아 그는 '인간과 AI가 함께 사고하는 방법'을 고민했고, 그 결과 지금의 OI-Logic이 완성됐다.

창업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이를 '인생의 종합예술'이라 표현한다. 무대에서처럼 수많은 요소가 얽히고,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 연달아 찾아왔기 때문이다.

"창업을 하며 매일 제 부족함과 마주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강하게 생존을 갈망하고, 세상을 더 예리하게 바라보게 되죠. 이 과정 자체가 저를 살아있게 만듭니다."

특히 힘들었던 순간마다 그를 버티게 한 건 '스스로 살아있음을 느끼는 경험'이었다.

"외롭고 벅차지만,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세상을 바라보게 만드는 힘. 그게 지금까지 저를 이끌어준 원동력입니다."

OI-Logic의 이름은 '유기적 지능(Organic Intelligence)'과 '논리(Logic)'의 합성어다. 단순한 학습 보조가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사고를 확장하는 뇌를 기르겠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현 대표가 지적하는 기존 에듀테크 서비스의 한계는 분명하다.

"수학 문제 풀이, 영어 말하기, 토익 점수 향상 등은 모두 20세기형 인간을 기르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21세기 AI 시대에는 정답을 빠르게 찾는 능력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AI가 훨씬 더 잘하기 때문이죠."

그는 대신 '질문하는 교육'을 강조한다.

"대답은 남이 정한 답을 아는 것, 질문은 스스로 세상을 해석하는 것의 시작입니다. 질문할 줄 아는 힘이야말로 AI 시대에 살아남는 인간의 조건입니다."

OI-Logic은 대화형 캐릭터 AI 기반 사고력 개발 솔루션이다. 학습자는 캐릭터와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자신도 모르게 사고패턴을 드러내고, 시스템은 이를 추적·분석해 맞춤형 질문과 대화로 사고를 확장시킨다.

"인간도 대화를 통해 상대의 나이, 관심사, 기분을 파악하듯, OI-Logic은 발화자의 무의식적인 단서를 읽어내 사고 흐름을 규격화합니다. 이 과정이 바로 '사고패턴 분석'과 '동적 질문 생성'이며, 단순 문제 풀이와는 차원이 다른 학습 효과를 냅니다."

예컨대 아이가 "공룡이 하늘을 날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기존 교육에서는 틀린 말로 묵살되지만, OI-Logic은 캐릭터가 "정말 하늘을 날 수 있을까? 왜 그렇게 생각했어?"라고 되묻는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논리적 상상력과 자기주도적 사고력을 동시에 키우게 된다.

극예술에서 수많은 캐릭터를 구축했던 경험은 이 기술의 중요한 자산이다.

"입체적인 캐릭터와의 대화는 단순 학습이 아니라 재미있는 놀이로 느껴지며, 몰입과 학습 효과가 함께 일어나죠."

실제 시범 운영 결과도 긍정적이었다. 아이들은 스마트폰·태블릿을 단순 영상 시청이 아닌 친구 같은 대화의 장으로 사용했다. 부모들은 성적표보다 아이들이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에 만족했다. 특히 평소 언급하지 않던 관심사나 생각을 털어놓는 장면에 놀라움을 보였다. 선생님에게 묵살당하던 엉뚱한 얘기가 사고력 발달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다만 "아기상어, 뽀로로 같은 친숙한 캐릭터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구도 있었다. 이에 따라 유기지능 스튜디오는 자체 캐릭터뿐 아니라 외부 IP사와 협업해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일 계획이다.


OI-Logic은 현재 유아·초등 교육 시장을 중심으로 대치동과 목동의 학원 8곳에 우선 도입을 앞두고 있다. 학원별 커리큘럼과 교육 철학에 맞춰 솔루션을 개별화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한 사교육 시장에서 축적된 실증 효과를 기반으로, 내년부터는 공교육 영역으로의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더 나아가 성인 취업·재교육, 심리 상담 등으로도 서비스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AI 시대에는 직업의 형태와 채용 기준이 급격히 바뀝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직업 재교육 시장은 반드시 커질 수밖에 없고, 저희만의 해석을 담은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해외 시장에서는 일본·중국·베트남 등 교육열이 높은 아시아 국가를 우선 목표로 삼는다. 교육에 대한 투자와 수요가 크기 때문에 AI 기반 학습 서비스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판단이다.

OI-Logic의 또 다른 전략은 콘텐츠 IP 확장이다. 아이가 유년기부터 대화를 나눈 캐릭터와의 유대감은 학습을 넘어 애니메이션·굿즈·메타버스 팬덤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교육과 엔터테인먼트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저희가 그리고 있는 그림입니다."

현 대표가 바라보는 5년, 10년 뒤의 세상은 AI와의 소통이 가족·친구보다 많아지는 사회다. 그는 "OI-Logic은 학습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가장 친숙한 소통형 AI 에듀콘텐츠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AI 시대에 창의성과 고유성을 잃은 인간은 대체될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자신만의 답을 치열하게 찾는 사람, 스스로의 목소리를 묵살하지 않는 어른으로 자라나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한편 유기지능 스튜디오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탭엔젤파트너스(대표 박재현)가 운영하고 인천테크노파크 인천콘텐츠기업지원센터가 주관하는 '2025 인천 콘텐츠기업 액셀러레이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돼 성장 잠재력을 입증했다.

김주환 기자 kjh2@newsprime.co.kr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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