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바꾼다는 카카오톡, '장고 끝 악수' 아닌가
파이낸셜뉴스 | 2025-09-28 16:01:03
파이낸셜뉴스 | 2025-09-28 1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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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카카오톡 업데이트 반응이 심상치 않다. 'SNS'스러워진 친구탭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으로 챗GPT 탑재나 각종 UX 개편 등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부분은 다 묻혀 버렸다. 카카오도 이러한 반응을 어느정도 예상한 것 같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대대적 개편을 발표한 지난 23일 '이프카카오' 행사 키노트 세션 이후 기자실을 찾아 "업데이트 이후 일부 불편하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편리하고 자유로운 대화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진이 이렇게 자신하고 있는데, 완전한 롤백 가능성은 사실상 매우 낮아 보인다.
카카오가 변화를 밀어붙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가난해져서'가 맞다. 이번 업데이트 이후 각종 커뮤니티에서 13년 전 광고와 유료화를 하지 않겠다던 카카오의 공지가 소환됐다. 당시 카카오는 "카카오톡은 유료화를 할 계획이 전혀 없다. 카카오톡에 광고 넣을 공간도 없고, 쿨하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다"며 "카카오팀이 그렇게 가난하지는 않다.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기업의 몸집은 커졌지만, 성장은 한계에 부딪혔다. 인공지능(AI) 기술에 투자할 돈을 벌려면 새로운 캐시카우를 빠르게 만들어내야 한다. 카톡의 '인스타그램'화는 이용자 체류 시간과 광고 지면을 늘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다만 5000만 이용자를 볼모로 잡았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장 대체할 메신저가 없는 상황에서, 이용자들은 불편한 상사의 프로필 사진을 강제로 보며 어쩔 수 없이 카톡을 계속 사용해야만 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짧은 동영상(숏폼)을 못 보게 막아 왔지만, 이제 카톡에도 숏폼이 전면으로 올라왔다. 학교 공지가 단체 톡방으로 이뤄지는 상황에 카톡을 삭제할 수도 없다.
이번 업데이트는 카카오가 카톡의 DNA를 바꾸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하지만 카톡이 가진 특수성을 고려해 더 신중하고 천천히 변화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당장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먹통이 되자 기자들은 보도자료를 메일 대신 카톡으로 받아보고 있다. 이처럼 일부 이용자들에게 카카오톡은 일상과 업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재가 됐다. 카카오에 유난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SNS 기능이 주가 되는 메신저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원하는 사람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 여러모로 절체절명의 순간에 카카오가 '장고 끝 악수'를 두는 건 아닌지 대중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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