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법률 가이드] AI 법률 검토, 그럴듯한 조항 번호에 대한 검증 필요성
프라임경제 | 2025-12-29 10:53:57
프라임경제 | 2025-12-29 10:53:57
[프라임경제] 최근 스타트업이 맞닥뜨린 분쟁 상황에 대한 법적인 대응책이나 스타트업이 준수해야 하는 규제 사항에 관한 자문이 법무법인으로 들어올 때, 고객사에서 사전에 AI를 활용한 일차적 검토안을 함께 전달받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주변에서도 AI가 작성해 준 내용증명으로 개인적인 임대차 보증금 문제를 해결했다는 등의 소식이 들려오지만, 특히나 업무를 하며 고객사나 의뢰인이 활용한 AI의 결과물을 접할 때는 나날이 발전하는 AI가 법률 영역에도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와 함께 변호사 역시 AI로 상당 부분 대체될 수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끼는데, 그렇지만 동시에 AI가 미흡한 부분도 보여 아직은 시간이 남아 있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AI를 활용하면 스타트업의 법적 대응 방안이나 규제 사항에 관해 대략적인 방향 설정이나 검토의 출발점을 마련하는 데에는 분명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번 기고문에서는 AI를 활용한 법률 검토 시 특히 유의해야 할 사항 한 가지만을 강조하고자 한다.
바로 존재하지 않는 법령, 판례 또는 유권해석을 실재하는 것처럼 전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며, 따라서 AI 결과물이 인용한 법령, 판례나 유권해석은 가능한 한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법률 서비스에 특화하지 않은 AI를 사용할 때 더욱 그렇다.
필자의 경험에 의할 때, AI가 법률 조항을 판단 근거로 제시하는 경우를 보면 실재하지 않는 법률 자체를 인용하는 사례보다는, 법률은 실재하나 잘못된 조항을 인용하거나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조항 번호를 제시하는 경우가 훨씬 흔하다.
인용된 조항의 내용이 다른 조항에 실제로 존재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해당 법률 어디에도 규정된 적 없는 내용을 조항인 것처럼 서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면 AI가 인용한 판례 번호나 유권해석은 실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AI가 "개인정보 보호법 제○조에 따르면"과 같이 전형적인 인용 문구를 매우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판례를 인용할 때도 법원, 선고일자, 사건 번호 등 같이 인용에 필요한 정보를 모두 지어내고, 판결의 취지 또한 상당히 그럴듯하게 서술한다. 이로 인해 법령 조항이나 판례 검색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 입장에서는, 인용된 법령 조항이나 판례의 존재를 의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만일 시간이나 비용 절감을 이유로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법률 전문가의 검토 없이 곧바로 스타트업의 의사결정에 활용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인용된 법령 조항만이라도 직접 확인해 볼 것을 권한다.
잘못된 판례나 유권해석 역시 회사의 내부 의사결정이나 외적 의견에 사용되어서는 안 되지만, 법령 조항에 비해 검색이나 확인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
판례는 모든 판결문이 일반에게 공개되어 있지 않으므로 검색되지 않는다고 하여 그러한 판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기 어려울 수 있고, 유권해석 역시 관련 부처에 따라 검색 경로가 상이하고, 일반적인 검색 포털을 통해 쉽게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법령 조항은 다르다.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는 일반 국민에게 공포되어야만 그 효력이 발생하며, 대외적 구속력을 갖는 규범인 이상 누구나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기타 자치법규도 공고를 전제로 효력을 갖는다.
이를 위해 법제처는 '국가법령정보센터'라는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법령정보를 검색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당 사이트의 소개글에 따르면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법령정보를 검색·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공포된 법령과 조례는 대부분 위 사이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으므로, AI가 제시한 법률 조항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만큼은 한 번쯤 직접 확인해 볼 것을 권한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것은 스타트업이 AI를 활용하여 법적 검토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법령, 판례, 유권해석이 판단의 근거로 제시된 경우 가급적 변호사의 자문을 거치는 것이다.

다만 AI의 확산과 함께, 공포된 법률을 직접 확인하고 이를 자신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의사결정에 활용하려는 흐름이 확산된다면, 법률 정보 접근성 확대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박영서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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