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워치 | 2025-09-16 15:05:02
[비즈니스워치] 김준희 기자 kjun@bizwatch.co.kr
기존 윤석열 정부에서 세웠던 270만가구 공급대책은 인허가 기준이었다. 인허가와 착공은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 저희가 이야기하는 135만가구는 착공 기준이기 때문에 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김헌정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총 135만가구 신규 주택 착공을 추진하는 새 공급대책을 발표했죠. 매년 27만가구씩을 착공하겠다는 내용이 골자인데요. 종전 계획과 비교한 순증 규모는 매년 11만가구 수준이라고 해요.▷관련기사:5년 내 수도권 135만가구 착공 "집값 근본적 안정"(9월7일)
특히 이번 대책은 기존에 인허가 물량을 기준으로 잡았던 것과 다르게 '착공' 물량을 기준으로 잡은 점이 핵심이라고 정부는 강조합니다.
국토부 측은 "착공은 3~6개월 내 분양돼 소유자가 정해져 공급 체감도가 높고 착공되고 나면 대부분 준공되는 만큼 목표치 신뢰성이 높다"며 "현 정부는 공급 목표를 착공으로 일원화해 관리하겠다"고 밝혔어요.
인허가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착공 수준으로 공급 물량을 관리해 수요자들의 공급 체감도를 높인다는 취지인데요. 그렇다면 이 착공 물량들, 실질적으로 수요자들이 공급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준공 및 입주까지는 얼마나 걸릴까요?

문제 많았던 인허가, 착공으로 '일원화'
이전에도 정부가 공급 목표를 관리할 때 착공 기준을 아예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다만 인허가가 착공보다는 선행 지표인 만큼 그동안은 대부분 인허가를 기준으로 공급 물량을 관리해왔어요. 이전 윤석열 정부에서 발표했던 270만가구 공급대책 또한 인허가가 기준이었죠.
다만 인허가와 착공이 혼용됐던 과거와 달리 이번 정부에서는 공급 목표 관리 기준을 착공으로 일원화했다는 점이 특징이에요.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과거 정부에서 발표할 때는 인허가, 착공 등 기준이 다양했다"며 "인허가 이후 실제 착공·분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착공 기준 물량 발표는) 허수가 아닌 정확한 목표를 제시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어요.
실제 인허가를 기준으로 공급 물량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확도와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적 의견이 제시된 바 있어요.
국회예산정책처는 '2023회계연도 국토교통위원회 결산 분석' 보고서를 통해 "공급계획 기준이 사업승인 및 계약일 기준으로 변경됨에 따라 공급실적과 국민이 체감하는 공급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착공·준공 및 입주실적까지 함께 관리하고 공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어요.
예산정책처는 국토부가 당시 공적주택 공급계획 기준을 사업승인(인허가) 기준으로 변경한 점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계획 기준 변경은 국토부에서 발표하는 공적주택 공급실적과 국민이 체감하는 공적주택 공급에 괴리를 발생시켜 정책 신뢰성을 저하시키며 사업 지연 해소 노력 등 사업관리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어 행정편의주의적이고 공급자 위주 시각에 기반한 계획이라는 문제가 있다"고 짚었어요.
특히 예산정책처는 공공분양주택과 공공임대주택 모두 사업승인일 이후 사업 지연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해 미착공률이 높고, 착공 이후에도 공사 지연 등 문제가 발생해 착공 후 준공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어요. 그러면서 공급실적에 대한 국민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선 사업승인일뿐만 아니라 착공·준공 및 입주일 등도 함께 관리하고 공표해야 한다고 지적했어요.
통상적으로 인허가에서 착공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3~5년으로 추산해요. 주택법에 의하면 인허가 이후 5년 내에는 반드시 공사에 착수해야 하죠. 그러나 인허가에서 착공으로 넘어가기까지는 변수가 많아요. 금융시장 및 주택시장 경기 변동에 따른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이죠.
인허가 단계에서 착공에 돌입하려면 사업주체는 초기 자금 조달을 위해 금융사로부터 받은 '브릿지론'을 '본PF'로 전환해야 해요. 그러나 금융사 입장에서는 미래 수익을 담보로 본PF를 내주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프로젝트 사업성에 대해 면밀히 살피게 되죠. 금융시장과 주택시장 분위기도 파악해야 하고요. 프로젝트에 대한 판단이 길어질수록 사업기간은 지연될 수밖에 없어요. 인허가 실적을 통해 공급 물량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은 이유죠.

'착공' 기준 바꾸면, 공급도 빨라질까요?
일단 정부가 착공을 기준으로 공급 물량을 관리하는 건 긍정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에요.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 랩장은 "착공 기준을 적용해 실제 공급까지 시차를 줄이려 한 점은 긍정적"이라며 "사실 연도별 착공 물량을 발표한다는 건 정부 입장에서는 족쇄를 채우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공급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어요.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 또한 "단기 공급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에서 착공 후 입주까지는 빠르면 3년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공급에 대한 수요자들의 체감도와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고 바라봤어요.
앞서 정부 설명대로 착공 이후 3~6개월 내에는 분양이 진행돼요. 이후 공사기간을 거쳐 준공이 되고 승인까지 받으면 입주가 시작되죠. 일반적으로 착공에서 준공 및 입주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3~5년가량으로 추산해요.
정부가 내년부터 27만가구씩 착공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 물량들은 빠르면 2029년부터 준공 및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요. 2030년 착공 물량은 최소 지금부터 8년 뒤인 2033년이 돼야 입주가 가능하겠죠.
다만 착공으로 기준이 앞당겨졌어도 준공·입주까지는 여전히 변수가 많아 시장이 체감하는 공급 시점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에요. 특히 최근 공사비가 계속 상승하는 추세인 데다 안전관리 등 중대재해, 소셜믹스 확대 등 공공기여까지 공사기간 변동 요인이 늘어나고 있죠.
함 랩장은 "단지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요즘은 중대재해처벌법을 비롯해 앞으로 주 4.5일제가 도입될 경우 공사일수도 실질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어 공사기간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어요.
양 젼문위원 또한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인해 공사비가 계속 오르는 추세인 만큼 공사기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나 서울시가 정비사업 공공기여도를 높이려는 방침 또한 사업 추진에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어 공급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어요.
결국 정부의 이번 착공 기준 공급대책 발표는 단순히 기준 변경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준공 및 입주까지 소요 기간을 단축시켜야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요. 건설업황이 계속해서 악화하는 가운데 공급을 앞당기기 위한 전방위적인 지원책이 절실한 시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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